대견하고 씩씩했던 새싹이들

(2023.6.4.)

by 박진환

사흘 전 들살이(야영) 하는 날. 아침부터 교실은 새싹이들의 들뜨고 설렌 목소리로 가득했다. 공사로 학교에서 할 수 없던 들살이는 인근 민속촌 앞 마당을 빌려 겨우 치를 수 있었다. 아침에는 모둠별로 모여 모둠 준비물을 확인하고 활동계획을 짜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빌린 버스를 타고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아이들 짐과 텐트는 학교 주사님 트럭에 보내었다. 학교에서 하지 못하니 일은 교사들의 일은 두세 배로 늘고 커지고 힘든 상태였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과 내일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 도착하자 먼저 도착한 4-6학년들이 텐트를 열심히 치고 있었다. 다행히 구름이 많이 끼어 무더위는 피할 수 있었다. 다만 한밤 중 천체 관측을 할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텐트를 모두 친 아이들은 6학년을 주축으로 마당놀이 형식의 부스를 여러 개 설치하여 즐거운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1학년 아이들은 조금은 멋적고 어색해 했지만,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놀이를 즐기면서 함께 활동을 했다. 때때로 신나게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하는 표정들이 재밌어 보였다. 이 와중에도 나는 다음주에 있을 우리 학교 북스타트 운동 관련 입학식 준비로 업체와 이야기를 해야 했고 틈틈이 지원단 분들과 통화나 문자를 나누어야 했다. 작은 학교 교사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내고 내가 저지른 일이라 할 수 업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틈틈이 일을 해결해 가면서 아이들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갔다.


부스놀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곧바로 저녁 준비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들살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고 관심이 높은 시간. 6학년이 주축이 되어 식단을 짜고 모둠 아이들이 나눠 준비를 해 온 것으로 한끼 식사를 하는 시간. 밥을 하는 모둠보다는 떡볶이나 스파게티, 고기류가 많은 게 아쉬웠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이 즐기는 시간이니만큼 맡기고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1학년 아이들이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선배들이 만든 식사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때로는 매워서 못 먹기도 하고 입맛에 안 맞아 안 먹기도 했지만, 배고픈 맛에 저녁을 먹는 아이들 모습이 대견하기도 기특하기도 했다. 그때 밥을 다 먹고 난 남자 아이들 몇몇이 한데 모여 막 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리 웃기나 해서 가 봤더니


"뭐가 그렇게 웃겨?"

"선생님, 여기 보세요."

"뭐가 있는데?"

"소라요. 큰 소라 속에 개미가 막 우글우글 거리면서 다녀요."

"어디? 그러네. 근데 그게 웃겨?"

"네, 웃겨요."


누가 먹고 버린 큰 소라가 신기해 들고 다니던 녀석들. 소라에서 소리가 들린다며 내게 내밀던 녀석들이 소라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곳에서 개미 때가 드글 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라 안팎을 드나드는 개미들 모습이 그렇게 웃겼나 보다. 마치 중고 여학생들이 나뭇잎만 굴러도 웃는다는 예전 말들이 떠올릴 정도로 아이들은 정말 웃고 또 웃었다. 어찌나 귀엽고 신기한지. 이번 새싹이들은 참 신기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준다.


그렇게 저녁식사시간이 끝나고 선배들이 뒤풀이를 할 때, 나는 새싹이들에게 모든 짐을 방으로 옮기도록 했다. 저학년은 밤을 지새울 선배들에게서 벗어나 온전히 잠을 잘 수 있게 방을 마련해 주었다. 몇몇 여자 아이들이 선배들과 나를 설득하러 오곤 했다. 함께 잘 수 없냐고.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는 결국에는 방에서 재웠다. 담임이 관리할 범위를 벗어나는 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방에 넣고 잠시 쉬도록 했는데, 남자 아이들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방에서 나오지 않아 찾아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잠옷을 갈아 입고 침구를 깔아 잠 잘 준비를 하는 게 아닌가? 어찌나 웃기고 귀엽던지. 다시 잠옷을 벗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곳으로 나오게 했다.


이윽고 캠파이어 시작. 불길이 타오르고 아이들은 초대한 마을 진행자에 의해 놀이도 하고 춤도 추고 소리도 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흥에 겨웠는지, 우리 반 여자아이 00가 나와서 춤을 추고 싶어하는 몸짓을 하자, 진행자가 춤을 추게 하자 몇몇 여자 아이들이 뛰쳐 나왔다. 그러자 진행자는 1학년 전체가 나오라고 했고 어느새 1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앞에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이 많은 아이들. 때때로 수줍어 하기는 하지만, 자리만 잘 마련되면 뛰처 나와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 새싹이들은 다른 어떤 학년보다도 흥이 있었고 주저하지 않고 나서 움직였다.


물론 사이 사이에 다른 일도 있었다. **가 목이 말라 목이 아프다며 물을 요구하여 주었더니 한 병을 다 먹고도 또 달라고 해서 진정을 시켜 참아 보라 했더니 결국 울음을 떠드리며 주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일도 있었다. **에게 나중에 물을 주었는데, 같이 목 말라 하던 아이들에게 조금 나눠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또 울어버리며 울음을 그치지 못한채 방에 들어가 자고만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모든 아이들이 일정에 잘 참여하고 씻고 잠을 청하는 모습은 참으로 대견했다. 방에서 같이 자는 2학년 한 남자 아이가 엄마 보고 싶다고 살짝 우는 상황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왜 저러나 하는 새싹이들 표정이 재밌을 정도로 우리 새싹이들은 그만큼 씩씩했다. 밤늦게 상영한 영화도 끝까지 제일 많이 남은 아이들도 우리 새싹이들이었다.


밤새 뒤척이며 늦게까지 잠을 못자는 아이도 몇몇이 있었지만, 대체로 결국은 잠이 들었다. 나도 옆에서 늦은 잠을 청하려 하는데 중간 중간 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까닭은 1학년 새싹이들의 코골이 때문이었다. 코골이만 어린 티가 났을 뿐이지 나중에는 강도가 어른 못지 않게 나는데, 자다가 웃을 정도였다. 어떤 녀석은 너무도 어른 코골리처럼 해서 누군지 확인을 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도무지 일어날 힘이 없어 그냥 넘기며 나도 잠을 잤다. 한 세 시간 띄엄띄엄 자다 일찍 일어난 나는 아이들 챙겨 세수를 시키고 집함하여 산책할 준비를 시켰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 짐을 챙겨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며 살펴 봤는데, 엉망이긴 했지만 제법 자기 짐을 챙겨 나오는 모습이 또 대견하고 기특했다.


1학년이고 집에서 부모님들이 대신 정리하는 풍경이었을텐데, 보고 경험한 것들이 있어서 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자기 짐을 꾸역꾸역 넣고 챙겼다. 내가 조금 아주 조금 도움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산책을 마치고 밤새 수고해주신 지원단분들의 제공한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아침밥을 먹고 짐을 챙겨 돌아갈 준비를 하게 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물론 선생님들의 지도와 관심, 선배들의 도움과 배려가 동반이 되었겠지만, 스스로 알고 적절히 조절도 해 가며 함께 하는 법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우리 새싹이들에게는 큰 경험이었겠다 싶었다. 1명을 빼고는 모두 숙박을 하는 들살이에 참여하여 온전히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 참으로 멋진 새싹이들이었다.


이틀을 지내고 나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우리 새싹이들이 지낸 모습을 떠올리자 참으로 대견하고 기특한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새싹보호자 단톡방에도 잘 키우셨다 이대로만 잘 키워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게 껌딱지처럼 매달리며 업히는(?) @@가 버스를 타고는 내 옆자리에 앉겠다고 기여코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앉힌 자리에서 @@는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다. 1학년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신기하다. 이번 들살이는 우리 새싹이들의 다른 면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난 잠을 못하고 움직인 후유증이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에고에고~~


"선생님, ^^^가 사람이 먹으면 죽는다고 하는데 선생님은 아세요?"

"그래, 몰랐네.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만화를 보면 지식도 얻을 수 있어요?"

"아, 공부하는 만화책을 본 거구나."

"네, 만화에는 지식도 얻을 수 있어요."

"다른 책도 읽으면 좋겠지. 만화에만 지식이 있는 거는 아니니까. 그지?"

"네, 다른 책도 읽어요. 저번에 선생님이 준 책도 다 읽었어요."

"맞아. 그런데 말이야. 너 '지식'이 뭔지 알아?"

"지식? 그러네요. 지식을 모르는데 지식이라는 말을 쓰네요. 하하."

"하하하. 에고 귀여워라.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되면 그게 지식이지 뭐. 책을 보면 지식을 많이 알게 돼. 만화도 그렇고.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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