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일을 위해

(2023.6.12.)

by 박진환

아침은 북스타트 활동으로 시작했다. 교실 한 쪽에 늘어서 있는 책 상자로 안내를 하고 상자 안에 있는 책을 훑어 보고 맘에 드는 책을 먼저 읽게 했다. 그동안 아침에 서성이거나 바깥 놀이로만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에게 오늘부터는 책을 읽는 시간으로 안내를 했다. 낯설어하지만 호기심도 보였다. 저마다 책을 보면서 술술 읽어 나가는 아이도 있고 띄엄띄엄 뒤지는 아이도 있었다. 책 표지를 잘 보고 생각하며 읽자고 했지만, 몸에 배지 않은 아이들은 그냥 훌쩍 넘겨 버린다. 그림만 보는 아이, 또는 글만 읽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아이들의 읽기 성향을 한 곳으로 모아 차근차근 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이들을 믿고 가면 된다.


책 읽기에 이어 첫 수업은 이래저래 툭툭 이어진 학교행사로 하지 못했던 가족의 가족 발표하게 했다. 이전에 발표하기 어려워 했던 00부터 시작을 했다. 지난 주에 돌려 준 학습지를 가지고 집에서 연습을 해 온 탓에 술술 어렵지 않게 이어나갔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부분을 어렵게 생각한 것을 다시 확인시킨 뒤에 자신감을 갖도록 지도했다. 다음으로 이어진 아이들도 무리없이 가족의 가족, 친척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발표해 갔다. 자신들이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고 부모의 뿌리가 어떠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어서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두 아이가 아직 발표를 하지 못했는데, 이번주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 아이들과 나는 텃밭공책을 챙겨 텃밭으로 나갔다. 2주만에 제대로 찾는 감자밭은 줄기와 ㅣ잎이 무성하게 늘어져 있었다. 땅을 뚫고 솟아오른 새끼 감자들이 보이기도 했다. 살짝 햇살이 세게 비치는 날에 아이들은 차분하게도 감자 잎과 줄기를 보면서 그림을 그려 나갔다. 더운 날씨에 햇살을 받는 게 부담스러웠던 아이들은 이내 나를 쫓아 와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은 아이들에게는 **** 어머니가 보내주신 보리수 열매와 블루베리 열매를 나누어 주며 먹게 했다. 어찌나 달게 먹는지. 마치 병아리들이 모이를 주어 먹듯 작디작은 손에 쥐어진 열매들은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교실로 돌아가 정리를 하게 한 뒤, 중간놀이 시간을 하도록 했다.


중간놀이 시간 뒤에는 마을교사 수업인 '가족 머그컵 만들기' 시간이었다. 오늘은 두 분이 오셔서 활동을 하셨다. 머그컵에 아이들이 색칠한 그림과 자기 글씨로 가족을 생각하는 문구를 담아 자신들의 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 아이들은 열심히 작업에 참여하였다. 어설픈 글씨, 투박한 그림색깔이었지만, 자기 가족과 나를 위한 머그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흥분 상태였다. 한창 작업을 하는 동안 실패도 실수도 잦았지만, 무난히 머그컵을 만들 수 있었다. 집에 가져가서 식구들에게 선물할 생각에 들뜬 아이도 있었지만, 가족보다는 나를 위한 컵을 했다는 아이들도 있어서 웃었다. 역시나 자기 중심적인 아이들.


입학 100일을 지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오늘. 아이들과 나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103일을 맞았다. 어쨌든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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