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3.)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책으로 시작을 했다. 먼저 도착한 00가 서성이다가 내 눈치를 보더니 슬그너미 책상자에서 책을 꺼낸다. <쉬는 시간 언제 오냐>라는 어린이 시집. 제목을 읽게 하고는 그 안에 초등학생들의 시가 들어 있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읽어 간다. 천천히 읽으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 돌아가는 순간 쌍둥이 두 아이가 교실로 들어서고 이내 다른 아이들도 모두 자리에 앉다 분위기가 책읽는 분위기인 걸 알고는 책 상자에서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제 책을 집으로 가져가서 엄마랑 같이 읽었다는 아이가 몇몇 보인다. 아이들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주며 10여분 시간을 보낸 뒤에 오늘 첫 수업 수학을 시작했다.
50까지의 수 중에서 가르기 모으기 편. 10 이상의 수를 모으고 가르는 공부가 오늘 수업의 핵심이었다. 수학교과서를 꺼내고 아이들에게는 레켄렉을 지급했다. 교과서에 있는 수에 맞추어 레켄렉으로 수를 나타내게 하는 연습부터 한 뒤에는 8, 7을 모으거나 9와 3을 모아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레켄렉을 이용해 10을 만들어 수를 익는 방법을 익혔는데, 생각보다 감각이 떨어져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냥 세는 데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에게 모으기에서 10을 한 묶음으로 설정해서 읽는 법은 매우 낯설어 보였다. 일단 이전에 배운 10을 만드는 친숙한 수에 대한 점검부터 다시 했다. 역시나 기억은 나지만 연습이 되지 않아 제 때 답을 내는 아이가 드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전 일반학교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서 큰 무리없이 넘어갔었는데, 그게 내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 이미 집이나 학원에서 익히 익혀 온 아이들은 선행학습으로 인해 내가 해주는 걸 빠르게 복습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따라서 어디서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지 알아야겠지만, 어느 정도까지 연습을 시켜야 하는 지도 고민이었다. 달달 익혀야 잘하는 것인지, 대강 감각과 이해만 되면 되는 것인지. 하지만 학습을 진행할수록 아이들이 익히 이전 학습이 되지 못하니 다음 학습에서도 속도가 더디거나 헷갈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알고 이해하는 수준은 넘어서는 어느 정도의 단련과 연습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친숙한 수를 다시 확인하는 연습을 퀴즈 형식으로도 하고 다시 칠판에 붙이 자석으로 확인도 시켜갔다. 조금 익숙해진 아이들과 다시 모으기를 점검하고 가르기로 넘어갔다. 가르기에서도 감각 단련이 필요했다. 16이라는 수 자체를 어느 정도 갈라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서 있지 않아서 설명을 여러 번 해야 했다. 끝내 한 아이는 알지 못했다. 개인 지도가 필요한데, 여러 번 반복해서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가르기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한 것 같지만, 다음 시간에 좀 더 보충이 필요해 보였다. 수에 대한 가르기와 모으기에 대한 이해와 연습이 되지 못하면 연산에서 아이들이 힘들어 하거나 개념이해 없이 문제풀이만 하는 아이들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도 다음 시간에도 좀 더 지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시간에는 국어시간으로 복모음 '와, 왜, 워, 웨'를 익혔다. 먼저 '한글이 ㄱㅋㄲ'으로 소리를 익히고 낱말을 함께 익혀갔다. 홀소리 두 개가 합쳐서 나는 소리라 그런지 **이도 읽어낼 수 있었다. 한 아이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학습으로 힘든 아이가 늘 있게 마련이다. 따로 지도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아 보였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한글에 아직 힘들어 하는 친구를 돕는다고 이런 저런 걸 재주껏 만들어 애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 낱말은 공책에 적어 오늘 배운 글자가 들어간 것을 찾아 써 보았다. 이후에는 'ㅘ'가 들어간 그림책 <완두>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완두콩만한 작디작은 아이가 자신의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여 우표제작자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 우리 아이들도 어느 정도 메시지는 읽은 듯한데....
오늘 우리 아이들이 전에 없이 산만하고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방학도 한 달이 좀 넘게 남아 있지만 코 앞이다. 아이들이 이쯤되면 학교에 적응도 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됐는데, 그 시점이 온 것 같기도 하고...다잡아 집중하게 하고 수업을 이끌어 가기가 오늘은 좀 힘들었다. 좀 더 세게 하고도 싶은데, 그렇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교사를 30년이나 해도 이런 딜레마는 참 극복하기 힘들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시점이다. 오늘 그걸 발견한 것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소득이 있었지 않나 싶다. 내일은 학교에 좀 오래 남아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학급 일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정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