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15.)
아침부터 깜짝 놀랐다. 교실에 들어서는데 웬일. 네 아이가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지 않는가. 지난 100일동안 아침에 자유 놀이시간으로 보내게 했다가 이번주부터 책과 가깝게 지내게 하는 북스타트를 작동했더니 바로 이렇게 모드가 전환이 돼 버렸다. 강압적이게 한 것도 아닌데, 몇 마디 해 준 말때문에 이렇게 움직인다니...물론 이 모습이 끝까지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을 이렇게 차분하게 시작을 해준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엄첨 엄청 칭찬도 하고 읽는 책에 관심을 보여주었더니 빙그레 하는 표정들이다. 이 분위기를 바로 깬 건 뒤이어 들어온 아이들. 내게 인사를 크게 건네는 아이들이 언제 이런 분위기가 있었냐는듯 소리를 지른다. 이 아이들도 다시 앉혀 차분하게 10분 동안은 책 상자에 담긴 책들을 읽자 했다. 그렇게 시작한 아침. **가 복통으로 학교를 오지 못하게 돼 오늘은 12명으로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첫 시간은 수학. 오늘은 교과서로 그동안 익힌 5단원 50까지의 수를 복습하는 시간. '얼마나 아는지 알아보자'는 문제로 아이들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무난히 과정을 수행한 듯 보였다. 오늘은 복습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의 크기를 비교해 보는 공부를 먼저 하기도 했다. 1단원에서 한 자리의 수를 견주는 공부를 했다면 이번에는 두 자리의 수를 견주는 시간. 10개로 묶어서 세고 남은 자리가 일의 자리라는 것. 그래서 나온 수를 서로 크기를 견주어 보는 것. 이 과정에서 나중에는 수직선을 다시 활용해 보았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수의 크기가 커지고 두 수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 번에 알 수 있는 수직선으로 크기의 비교를 다시 해 보는 과정을 거쳤다. 아이들에게는 수학익힘책을 과제로 주었다. 도저히 수학익힘책까지 다룰 시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주에는 5단원을 모두 아우를 숫자세기 마당놀이를 할 생각이다.
3교시부터는 마침내 겹받침을 배우는 시간. 일부 몇몇 아이들이 언제 '겹받침'을 배우냐고 설레발을 어찌나 치던지. 얘들은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고 사교육으로 배우고 있다는 걸 자랑삼아 이야기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분히 나는 겹받침 글자 하나 하나를 뜯어 읽어보며 우리가 오늘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게 해서 배운 글자, 'ㄱㅅ', 'ㅂㅅ', 'ㄴㅎ', ㄴㅈ'. 이 받침이 쓰이는 낱말을 하나 하나 살펴가며 익히고 쓰게 하고는 닿소리 공책에 'ㅎ' 다음에 이 겹받침을 담아 쓰게 했다. 그리고 관련 낱말로 채워가는데, 내가 '사람의 목'을 그려놓고 '몫'이라 잘못을 하니 곧바로 지적이 들어왔다. 사람 목에 왜 'ㄱㅅ'을 쓰냐는 것. 나도 깜짝 놀라 어찌 고칠까 생각하다. 'ㅅ' 받침을 빼는 표시를 해 보았다. 그랬더니 비로소 민원이 잦아들었다. 자기들 잘못은 그렇게 감추거나 미안해 하더니, 내가 하나 잘못하면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들처럼 득달 같이 달려든다.
그렇게 국어시간도 마치고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점심을 다 먹은 몇몇 아이들이 나한테 와서는 가방에다 스티터를 마구 붙이기 시작했다. 며칠 전 칭찬도장표를 가득채운 아이들에게 스티커 세트를 선물해 주었더니 오늘은 내게 붙이겠단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라고 붙인 스티커를. 오늘 다음주 화성 우리꽃 식물원에 가야 한다니 이거 붙이고 가란다. 나중에는 붙이는 재미에 내 얼굴에 붙이겠다고 난리 부르스를 춰서 팔뚝에다 붙이라고 했더니 덕지덕지 붙인다.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1~50까지 쓴 숫자카드를 비슷하게 나눠 갖고 자기 차례에 온 숫자를 들어 올리며 외치는 놀이에 푹 빠져있다. 국어시간 되기 전에 그걸 꼭 하자고 해서 세 번만에 성공시켜 기뻐했는데, 집에 갈 때도 또 하자했는데, 그건 싹 잊어버렸나 보다. 출장 가기 전, 교실을 둘러 보며 오늘 공부하느라 애를 쓴 몇몇 친구들을 안아주며 내일 다시 보자 했다. 오늘도 그렇게 또 하루를 보냈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뭐가?"
"인기가 많아서요."
"뭐가?"
"인기가 많으니까. 이렇게 우리가 사랑해요, 고마워요. 이런 스티커 붙여주잖아요."
"에고, 하긴 뭐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샘이 인기가 많더라구."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 아 들었어요. 00랑 **한테 들었어요."
"뭐라고?"
"다음에 선생님이 만나면 그냥 안녕하세요. 하지 말고 잘생긴 1학년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라고 했다고."
"ㅎㅎㅎ 알고 있군."
"이제 우리가 그거 못하게 할 거예요."
"맞아요. 우리는 못생긴 1학년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라고 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