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글을 쓴다는 것

- 어린이 글쓰기에서 교사의 글쓰기는 필요충분조건

by 박진환

어린이 글쓰기 강의를 할 때마다 요즘 잊지 않고 선생님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교사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함께 담겨 있다. 교사가 글을 쓴다는 것은 어린이 글쓰기 지도에 대한 경험을 몸소 체험하기 위한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교사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는데 어린이들 못지 않게 글쓰기를 도구로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는 지난 30년 동안 교사로 살아가면서, 어린이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교사 글쓰기의 필요성과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글쓰기 능력은 어린이 탓도 가정 탓도 아니다


분명 교사가 평소에 자신도 글을 쓰지 않고서 어린이에게 글을 쓰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사가 글쓰기 지도서 메뉴얼을 읽거나 자신의 경험 혹은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어린이 글쓰기를 지도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글을 쓰면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교사가 직접 쓰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기가 쉽다. '얘는 책을 안 읽어서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하는 걸거야.' '얘는 지적 능력이 떨어져.' '얘는 가정에서 뒷받침이 되지 못해서 그래.' 하지만 어린이가 자기 삶을 글로 쓰는 일은 특별한 게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바로 글쓰기이다. 자기 삶조차 글에 담기를 힘들어 하거나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학교교육이 글쓰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고 글쓰기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코 어린이 탓도 아니고 가정 탓도 아니다.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과정과 학교와 교사의 무관심과 비전문성이 그 원인이다.


사실 필자 또한 30년 전 교사로 살아오면서 글쓰기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터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국어교육과정은 교사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고 교육대학의 교육과정에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 오로지 필자의 경험에 의지해야 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무지만 가득했을 뿐이다. 그러나 책으로 처음 만난 분이 우리나라 어린이 글쓰기교육 철학을 널리 알린 이오덕선생님이셨다. 발령이 나고 3년 째 되던 해에 처음으로 담임을 맡으면서 제일 먼저 공부한 것도 이오덕선생님의 글쓰기교육이었다. 이오덕선생님의 글쓰기교육으로 어린이를 보는 눈, 어린이 글을 보는 눈, 어린이 글쓰기를 가르치는 철학과 방법을 머리로나마 터득을 하고 익혀 갔다. 하지만 어린이에게만 글을 쓰게 할 뿐이었지, 필자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글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들이 어느 부분에서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막힐 때 어떻게 풀어주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저 필자가 하는 일은 '자세히, 써~', '그때 일을 떠올려서 듣고 본 것을 그림 그리듯이 써~' 와 같은 말들 뿐이었다.


이런 말만 듣고도 몇몇 아이들은 좋은 글을 써와 주었다. 물론 좋은 글을 써 주었던 아이들은 글쓰기에 대한 감각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이었다. 거기에 필자가 몇 마디 해주었을 뿐인데도 그것을 딱 감지하고 바로 글쓰기에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게 어린이들은 이런 감각과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만약 그 시절 나도 글을 쓰고 있었다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발령이 나고 10년이 지나고서야 나는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계기는 대학원이었다. 교육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책을 읽고 리포트를 쓰고 논문을 쓰는 과정, 논문을 다시 책으로 만드는 데까지 가고서야 글을 쓰는 일상이 내 몸에 조금씩 배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딱딱한 학문용어과 글투가 내 이야기를 쓰는 데는 어딘가 매우 불편했다. 말랑말랑하고도 내 생각과 삶을 써내려 가는 데에는 일상의 글쓰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글쓰기에서 배운 교사 글쓰기


어린이들에게는 삶을 가꾸는 글을 쓰게 하면서 정작 필자는 삶을 글로 쓰는 일을 어색하는 모순과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나는 다시 내 곁에서 사는 어린이들의 글을 보았다. 자신의 삶을 거리낌 없이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쓰는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머리로 익힌 이오덕선생님의 글쓰기 관점과 방법을 어린이들에게 전수했지만, 꾸준히 글을 쓰게 하고 좋은 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담임 모르게 꽤 많은 아이들이 아름다운 글을 써주고 있었다. 나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글쓰기에서 이런 경험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 글쓰기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필자가 한 것은 어린이 글쓰기에서 교사의 글쓰기를 익혀 나가는 것이었다. 어린이 글쓰기에서 어른의 글쓰기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쉬운 말을 익혔고 번역투의 말을 고치기 시작했고 읽는 이를 생각하는 글쓰기를 조금씩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어린이들처럼 기발하고도 색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내 삶을 글에 편안히 담는 건 이제 할 수 있게 됐다. 이게 모두 어린이 글쓰기를 가르치며 필자가 터득하고 깨달은 것이다.


앞서 써 온 글에서 어린이 글쓰기는 지적능력을 기르는데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가꾸는 도구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누누히 밝혔다. 이런 점에서 교사의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교사가 자신의 삶을 글로 쓰는 것. 글이라는 도구를 써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 이 모든 과정이 바로 글쓰기의 출발이고 결과이어야 한다. <글쓰기 특강>에서 유시민은 '사는 만큼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열심히 실천하고 성찰하고 성장해 가는 교사에게는 글 쓸거리가 너무도 많다. 그만큼 삶이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사는 만큼 글로 나타낸 거리가 많은 것이다. 다만 이것을 몸에 배이도록 하는 것. 글쓰기의 가치를 교사가 스스로 깨달을 때라야 학급살이 일상에서 글쓰기를 어린이들에게 강조할 수 있다. 그런 의지와 실천가 곧 어린이들의 글과 삶을 바꿔낼 수 있다. 글쓰기에 진심인 교사의 모습에서 세상에 없는 우리 착한 어린이들은 눈치를 채고 '옛다' 하고 자기 삶을 담은 글을 써 준다. 이런 생각과 실천의 결정체가 지난 3년 동안 펴낸 내 세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1학년과 지낸 2년의 이야기, 내가 존경하고 사랑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묶어낸 세 편의 책. 실로 교사로 살아온 만큼 써낸 글이자 책이었다.



교사가 글을 쓴다는 것은 우선 어린이 글쓰기의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전문성을 터득할 수 있다는데 가장 큰 목적과 매력이 분명이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어린이 글쓰기가 언어교육에서 가장 힘든 지점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이의 삶뿐만 아니라 교사 자신의 삶도 가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모든 교사들이 실천하고 깨닫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어린이 글쓰기를 잘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 혹은 어른이 있다면 자신의 삶부터 글에 담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어떨까? 일단 시작해 보시라. 글쓰기를 시작해 꾸준히 실천하고 삶을 가꾸어 본다면, 어린이 글쓰기에 무슨 새로운 방법이나 대단한 기법이 있는 양 선전을 하는 책이나 강의에 휘둘이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와 사고, 실천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글쓰기로부터 시작하는 어린이 글쓰기교육. 이것이 가장 느리게 보이는 길인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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