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1.)
#1. 재미와 집중
"선생님 재밌어요."
"선생님, 나 하나면 더 하면 다 통과예요."
"나도 하나 남았어."
"난 세 개 남았는데."
우리 반에 도무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못하는 녀석이 오늘 수세기 놀이 한마당이 너무 재미있었단다. 시간 내에 다 통과하지 못했지만,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하던 녀석이 집중해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희열과 성취감을 느꼈나 보다. 나는 놀이로 재미와 집중력을 끌어내었을 뿐이다. 개념이해와 조작활동, 평가까지 이어지는 일반 수업에서는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딴짓을 하던 아이에게는 이런 방식이 맘에 들었나 보다. 문제는 이런 수업을 날마다 할 수는 없다는 것. 나는 이런 수업의 방향을 유지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고 녀석은 다른 수업에서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재미가 단순히 흥미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길과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이 늘 재미만 있을 수 없다는 걸, 녀석도 깨달을 날이 오길 바랄 뿐이었다.
#2 집중과 몰입
오늘 오전에 이뤄진 수세기 놀이 마당은 비단 위 아이만 집중력을 보여줬던 것은 아니다, 다른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과정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마당 과제 해결에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건은 십진수 개념을 익히게 하는 것. 그래서 반드시 10개씩 묶어 세어서 책상 위에 놓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다 보니 묶어서 세는데 모든 아이들이 집중했고 묶어서 세는 법을 집중해서 연습하며 놀이에 임할 수 있었다. 거기다 통과하는 과정에 성취감을 느끼면서 집중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여져 갔다. 물론 과제 해결을 다 한 뒤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모든 수업을 이렇게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도록 안내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중과 몰입은 순식간에 이뤄지고 때때로 시간이 지남을 잊는다. 그때 아이들은 이런 말을 한다.
"와 벌써 끝났어요?"
#3. 몰입과 요구
몰입해서 수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지점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요구를 한다. 오늘 수학에 이어진 국어수업에서도 그랬다. 오늘은 겹받침 낱말을 익히는 마지막 시간. 어제 겹받침 사전을 만들고 꾸미며 내용을 채워가는 시간을 기다렸던 아이들에게는 남은 글자를 익히는 것은 마음을 급하게 만들던 것 같다. 오늘 배운 글자는 'ㄹㄱ' 'ㄹㅁ', 'ㄹㅂ', 'ㄹㅌ' 등이었다. 이 모든 글자를 익혀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닿소리 공책에 한 자 한 자 다시 담아 내는 과정을 거쳤다. 이 작업이 끝나자 마자 아이들은 요구를 했다.
"선생님, 겹받침 사전은 언제 해요?"
"오늘 6교시에 할 게."
"에이..."
재미와 집중, 몰입과 요구가 이어진 하루. 그런데 오늘 국악시간에 조금 무너졌다. 외부강사가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내가 뒤에서 지켜 보는데도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둘러서 춤을 추는 활동을 하는데도 장난이 치나친 남학생들은 서로 다투거나 장난을 심하게 쳐서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턱을 치기도 하면서 울고 불고 난리였다. 고의로 한 것이 아니고 다친 것도 아니어서 우는 아이를 내 곁에서 잠시 쉬게 했는데, 이 아이의 말이 하도 귀여워서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선생님, 이제 울지는 않을 건데, 자꾸 턱을 만지면 울음이 나와요."
하~ 재미와 집중, 몰입과 요구에 이은 혼란... 에고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