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0.)
교실에 들어가니 세 명의 아이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왔는데도 가볍게 인사만 하고는 책을 본다. 이 고요함은 10분 뒤에 들어온 아이들 때문에 모두 깨졌다. 오늘은 차만 하나 잔 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러니 옛이야기 한 편을 들려달란다. 그렇게 한 편을 들려주고 나니 어느새 수업시간은 지난 상태. 서둘러 잔을 씻어 오게 하고 첫 수업 수학 5단원 평가를 준비하게 했다. 공책에 담겨 있는 지도서 단원평가. 생각은 했지만, 정말 어렵다. 다른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글이 너무 많은 게 문제. 글을 떼지 못한 두 아이는 나중에 나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몇 문제를 풀었을 뿐이고. 남은 아이들 중에도 두 세 명의 아이들은 끙끙이었다. 겨우겨우 문제를 풀어 내었는데, 아직은 이런 지필평가에 익숙하지 않은듯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난히(?) 해결을 주었다. 다만, 한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힘들고 어렵다고 다른 친구 것을 보고 한 것을 발견해 주의를 단단히 주었다. 나중에 따로 불러 틀려도 되는데 왜 그랬냐고 하니, 어려워서 그랬단다. 그래서 다음에는 그렇지 말고 그냥 틀려서 배우면 된다고 앞으로 안 그럴 수 있겠냐고 하니.... 다음에도 아무래도 친구 것을 볼 것 같단다.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에공 에공... 내가 요 녀석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하하하.
그런데 말이다. 정말 1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평가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네 번째 1학년을 맡고는 있지만, 수업 속에서 셈하고 놀이로 즐기면서 반복해서 익숙해지는 과정을 하면 이런 평가가 필요할까 싶은 것. 하지만 오늘도 그랬지만, 아이들은 수학수업과 놀이에서 배운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이를 테면, 10과 7 사이의 차이를 알려고 했을 때, 머리나 대부분 손을 썼던 것. 그 이전에 수업에서 수직선이라는 걸 가르쳐줬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아이들에겐. 그렇다면 평가를 할 시간에 좀 더 이런 연습과 놀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괜한 평가로 아이들에게 수학에 대한 주눅만 들게 한 건 아닌지. 그렇다고 앞으로 이런 평가가 이어지긴 할 텐데, 읽는 법과 푸는 법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 해야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다시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원에서 또 할지 말지 생각했던 것이 바로 오늘 3-5교시에 했던 겹받침 사전 만들기였다. 북아트로 책만들기를 1학년과 하는 것도 좋긴 했는데, 만드는데 시간을 너무 소비하는 것 같아 올해는 손바닥만한 공책을 사서 해결하려 했던 것. 그런데 웬걸. 몇 몇 아이들은 책만들기를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는 것.
그래서 생각을 바꿔 보일러 접기로 5절 도화지 두 장을 겹쳐 붙이게 하는 책 만들기를 시도해 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재미있어 했다. 접으면서 정교하게 접지 못해 울퉁불퉁하기는 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 활동에 만족해 하며 즐거워 했다. 하나 하나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하며 책을 만들면서 나중에는 겹받침 하나 하나 찾아가며 뜻도 살펴 쓰고 문장도 써 가며 내용을 채워가니 이게 별 게 아닌데도 재미있었나 보다. 하나만 더 하자는 걸 시간이 없다고 마무리 지을 정도로 오늘 아이들이 너무도 즐겁게 참여한 수업이었다. 이맇게 내일도 모레도 겹받침 사전을 채워가며 낱자 공부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수업을 하다보면 경험을 해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게 있어 늘 갈등하는 게 있는데, 어떤 것은 해 보니 결국은 이게 나은 경우도 이렇게 생긴다. 이런 데이터 하나 하나 쌓여 결국 나만의 수업이야기가 만들어지겠지. 새삼 새내기 교사처럼 별 거 아닌 경험에 뿌듯해 하고 갈등을 했던 하루였다. 그래도 지필평가 식의 단원평가는 결국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오늘의 갈등은 덮어두기로....단 좀 더 시간을 내어 충분히 과정을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조건으로....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