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곁에서 산다는 것

(2023. 6. 22.)

by 박진환

"1, 2, 3, 4...."

"아~"

"하나, 둘, 셋, 넷...."

"아~"

"성공~~"

"야~~~"


요즘 시간만 되면 아이들과 하는 수학놀이다. 1부터 50까지의 수를 세는 두 가지 방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 하는 방법. 아이들마다 4~5장의 숫자 카드(1~50)를 나눠주고 차례에 따라 카드를 손에 쥐고 올려서 50까지 읽어내는 것.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 모습을 보다가 혹은 숫자가 먼 아이들이 마냥 기다리다 멍하니 있다가 틀리거나 제 때 들지 못해 결국 한 번에 수를 읽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겪다가 이내 성공할 때의 기쁨. 때로는 틀린 아이들을 원망하지만, 원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이야기 해서 설득해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닫는 과정까지 별 거 아닌 이 놀이가 꽤 많은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곤 한다. 오늘 아침은 차를 한 잔 마시고 곧바로 이 활동으로 들어갔고 아이들은 여섯 번만에 성공을 했고 환호를 했다.


이렇게 시작한 오늘 첫 수학수업은 지난 3주간 익혔던 '50까지의 수' 중에서 모으기 가르기 부분만 따로 복습하는 과정을 공책을 통해 익혔다. 다른 건 다 잘 하는데도 공책에 색을 칠하는 부분은 서툴게도 보이고 한편으로는 대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칸 한 칸 칠해서 나가는 아이들마다 온전히 칠하기 보다 대충 칠해놓고는 다 했다고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나랑 똑같이 하는 조건으로 중간놀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아 오늘은 작정하고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해 쓰는 과정을 거치게 했다. 결국 몇몇 아이들은 중간놀이 시간의 절반을 쓰고서야 겨우 통과를 했다. 이 역시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다음부터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통과를 시켜 주었다. 그렇게 중간놀이 시간이 지나고 이어진 시간은 국어.


"오~~아~~ 가~~ 파~~~타~~하~~"

"ㄱ과 ㄴ이 사라지면 선생님 이름이 바지화가 돼요. 하하하하."

"ㅇ 이 사라지면 엄마가 사라져요."

"ㅈ이 사라져서 전쟁이 사라지면 좋은데, 지구가 없어지면?"

"안 돼~~~"


오늘은 그림책 중에서 국어수업과 이어지는 두 권의 책을 보여주었다. 한 권은 '모자섬에서 생긴 일', 다른 한 권은 '글자가 사라진다면'. 앞선 책은 머리에 쓰는 모자가 아니라 자음과 모음으로 재미있는 상황을 모두 묘사하고 표현해서 한글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어서 아이들 모두 재미있어 했다. 문제의 책은 두 번째 것. 세상에 'ㄱ'이 사라지고 'ㄴ'이 사라진다면...이라는 전제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전개하는데도 아이들은 마치 실제로 일어나면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달려들어 마구 마구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이 사라진다면 큰 일이고 무엇이 사라진다면 큰 일이라고....


이렇게 즐겁게 책을 읽고 난 뒤에 초청 퀴즈 놀이도 했다. 개인별이 아닌 남녀별로 대결을 시켰는데, 결과는 7대 7. 어찌나 경쟁을 즐기던지. 경쟁이라도 나 부정적이고 나쁜 건 아니다. 즐겁게 나누는 경쟁. 져도 괜찮고 이기면 좋은데, 날아갈 것 같지는 않은. 동물을 맞히는 초성 게임으로 즐겁게 놀이를 하는 것으로 오늘 수업도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 수업을 하면서 초성 맞히기 놀이에서 전에 없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한 아이가 보였다.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 모습을 다르게 읽어낼 순간이 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렇다. 공부시간 그렇게 힘이 없던 아이가 체육시간만 되면 활기차게 뛰어 노는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매번 조용히 자기 활동만 하다가 어떤 순간에 주저함이 없이 손을 들고 뭔가를 하려는 아이. 오늘 그 아이를 보면서 새로운 면을 읽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00는 저런 걸 좋아했구나. **는 저런 걸 싫어하는구나. &&는 저런 걸 잘 하네. 아이들의 면면을 알기 위해서는 수업이 좀 더 다양하고 다양한 만큼 다양한 기회가 자주 제공되어야 한다. 수업 하나만 해도 이렇게 섬세한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네 공교육은 교사들을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나는 수업 속에서 아이들을 읽어내는 일을 남은 교직생활동안 꾸준히 할 작정이다. 그게 아이들 곁에서 살아가는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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