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현장체험학습

(2023.6.23.)

by 박진환

올 들어 세 번째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찾은 곳은 화성시 우리꽃 식물원.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고 지난해 세종국립식물원을 다녀와 대체할 곳으로 알아본 곳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자마자 답사를 통해 알아 두었던 작은 쉼터에서 놀다가 곧바로 10시 반부터 해설사의 안내로 유리 온실로 들어섰다. 우리 아이들은 짐작한 대로 식물을 관찰하는데는 관심이 없다. 경상도 사투리가 진하게 묻어나는 해설사 분의 얼굴에는 땀이 찔끔 내리는 듯, 어색한 웃음이 묻어났다. 그럼에도 꿋꿋이 해설을 하셨고 정말 잘 듣는 이는 나를 포함한 2학년 선생님과 두 분의 지원단 어머님들이었다.


식물원 곳곳에 심겨 있는 희귀한 식물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게 중에는 호주에서 발견된 '올레미 소나무'는 아이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2억년 전 쥐라기 시절부터 살아있던 식물. 멸종이 된 줄만 알았던 공룡이 먹던 식물이 1994년 호주 시드니 올레미 국립공원에서 발견돼 전 세계 알려지고 보급이 돼 이렇게 화성에 있는 식물원에도 10여년 전에 심겨 자라고 있었다. 14미터나 자란다는 이 식물 앞에서 아이들은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식물들을 관찰하고 난 30분 뒤, 해설사 분하고 헤어진 뒤에 나는 아이들에게 미션을 주었다. 20분 동안 새롭게 발견한 식물 5종류 이름을 알아오라는 것. 그리고 맘에 드는 식물 앞에서 사진을 찍자는 것.


아이들은 빠르게 식물원을 돌면서 식물들을 보고 이름을 외워오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른 식물전시관에 들어가서는 식충식물도 관찰하게 되었는데, 한쪽 자리에 1학년 아이들을 모아 놓고 알게 된 새로운 식물 이름을 대게 했다. 그랬더니 이전에 발견한 알게 된 식물 이름이 아니라 방금 본 식충식물 이름을 더 많이 대는 게 아닌가. 하하하.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더 찾아오게했는데, 세 아이가 모두 채워 와서 쫓아 다니며 더 알아온 식물이름을 말해주었다. 대견했다. 기특했다. 끝으로 식물원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늘 주요 활동을 모두 마쳤다. 이후 가방을 잠시 놓았던 인근 무대에 가서 가방을 챙겼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1학년 여자아이들이 방과후 댄스에서 배운 춤을 추겠다며 난리 부르스를 쳐서 기여코 감상을 하고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5분여 움직여 도착한 곳은 우리꽃 식물원의 놀이터. 엄청 짧은 수동식 짐라인과 길고 구부러진 미끄럼틀, 평상과 출렁(?)다리, 두 세가지의 징검다리 등 아이들이 놀거리가 많은 곳에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배고프다고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자는 아이들은 가방에서 풀어낸 도시락과 간식, 음료수를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놀이기구로 달려가 두 시간 가까이 신나게 놀았다. 날씨는 뜨거웠지만, 내려오는 길에 너른 잔디 밭에서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이어달리기를 해 보는 것으로 오늘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1학기 들어 세 번째 현장학습으로 아이들은 이제 제법 바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밥을 먹으며 움직여야 하는 지를 알게 된 것 같다.


이따금 이벤트처럼 가는 현장체험학습이 아니라 의미를 두고 계획잡아 가는 지점에서 아이들도 배움이 있다. 2학기에도 배움이 있는 곳으로 새롭게 우리 어린 1학년을 데리고 떠나고 싶다. 이렇게 오늘 일기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이가 교무실 문을 열고 나에게 놀라운 사건이 생겼다는 듯 내게 신고를 한다.


"선생님!"

"왜?"

"00이 토했어요."

"왜? 어디가 아프대?"

"몰라요."


돌봄선생님이 계셔 걱정없이 앉아 있다가 그래도 혹시 몰라 갔더니 화장실 앞에서 울음 뒤끝 상황을 보여주던 00이. 속은 괜찬하고 해서 이래저래 위로를 하고 다시 돌아왔는데, 돌봄선생님이 또 문을 열더니...


"선생님 00가 같이 놀던 6학년 누나들이 쭈쭈바 먹던 걸 흘리고 치우지도 않고 버스 타고 가버려 속상해서 소리를 지르다 토했나 봐요. 아무래도 안정이 덜 된 것 같아서 버스 태우기는 그렇고 해서 00엄마 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네요."

"아, 그런가요? 그럼 제가 태워다 주죠. 뭐."

"네?"

"에이, 뭐 어때서요. 00어머니에게는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서 00이는 내가 있는 교무실로 들어왔고 어머니와 연락이 됐으니 내 차를 타고 가자 했다. 그러니 그러마 한다. 그리고는...


"선생님, 차 무슨 차예요?"

"선생님 차? 왜?"

"쉐보래에요?"

"아니?"

"그럼 람보르기니?"

"하하하. 글쎄."

"기아?"

"오, 맞아. 기아!"


이렇게 12년된 내 낡은 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던 녀석은 길을 걷는 내내 말을 걸었다.


"선생님, 차는 SUV예요?"

"응."

"와, 우리 집 차는 승용찬대. 나는 나중에 커서 SUV 사는 게 꿈이에요."

"오, 그렇구나."


그리고는 탑승해서도 어찌나 말이 많은지...


"선생님은 어떤 신이 좋아요?"

"선생님은 신은 다 좋아. 하나님도 좋아하고 예수님도 좋아하고 부처님도 좋아하고."

"난 하나님이 좋아요."

"그렇겠지. 넌 교회를 다니니까."

"응? 선생님은 내가 교회 다니는지 어떻게 알아요?"

"아니, 너 맨날 수업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틈만 나면 교회이야기 하고 하나님 이야기 하잖아."

"..."

"낙석주의..."

"너 낙석주의가 뭔지 알아?"

"알아요. 돌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주의하라고 하는 거예요."

"야, 다 아는 구나."

"결빙주의도 알아요."

"대단하다."

"눈이 왔는데 도로가 얼었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큰 사고나요."

"맞아."

"우리 아빠는 사고 한 번도 안 났어요."

"야, 안전운전 하시는 구나 아버지."

"맨날 엄마랑 나랑 기도하거든요."

"그렇구나 그렇게 너랑 엄마가 기도하니 하느님이 그걸 들어주시는 거구나."


이 밖에도 어릴 적 장난감 팔을 억지로 빼다가 자기 팔이 빠져 병원에 갔던 이야기며 여기가 우리집 가는 길인데, 어쩌구 저쩌구....오늘 세 번째 체험학습은 이렇게 최종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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