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6.)
한 주를 잘 지내다 온 아이들과 오늘 첫 수업은 <진정한 일곱살>. 1학년을 맡으면 늘 이 그림책으로 '진정한 여덟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만 나이가 아닌 나이로 쓰여진 이 그림책이이라 우리 아이들도 이제 바뀔 만 나이 기준으로 하게 되면 1학년도 일곱살이 상당수일 것이다. 나이에 민감한 나라여서 그림책 제목도 책 제목도 나이가 적지 않게 들어간 것일까? 오늘 그 그림책을 꺼내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책 첫 머리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만큼 들의 꽃만큼, 수 많은 일곱 살이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일곱살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진정한 일곱살은요, 앞니가 하나쯤 빠져야 해요.'
이 부분을 읽자마자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며 이가 빠지는 것에 대한 소견(?)을 펼쳤다.
“나는 유치원 때 겨우 하나만 빠졌는데요.”
“난 열 개 빠졌어요.”
“그러면 그건 할머니지.”
“에잇. 할머니가 아니거든.”
“난 하나도 안 빠졌어요.”
“그럼, 유치원으로 가야겠네.”
“앞니 빠진 사람 손 들어.”
“앞니 안 빠진 사람은?”
“진정한 일곱 살은 그럼 이가 빠져야 할까?”
“세 개쯤.”
“백만 개요.”
“백 삼십개는 빠져야 해요.”
“너희들은 그럼 진정한 일곱 살이 될 수 없겠네.”
“뭐가요? 저는 편식 안 해요.”
“000랑, ***가 편식해요.”
이에 대한 이야기 이후로도 여러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진짜 진짜 진짜 진정한 일곱 살은요, 혼자 잘 수 있어야 한 대.”
“맞아.”
“난 같이 자는데. 선생님, 저는 아빠랑 같이 자요.”
“저는 혼자 잘 수가 없어요. 다 같이 자요.”
“나는 우리 아빠 엄마 제 방에 못 들어오게 하는데요?”
“저는 요일을 정해서 자요.”
이렇게 한 뒤 물었다. 너희들은 아직은 여덟살인데, 세상에 진정한 여덟살은 어떤 애들인 거 같냐고. 참고작품으로 2016년과 2017년 연거푸 그 시절 만난 1학년과 작업에서 나온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다들 신기해 한다. 지금은 중학교 1,2학년이 된 박진환선생님을 거쳐간 아이들의 작품이라고 하니 더 집중을 해서 본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각자 나온 답은 이랬다.
정*: 진정한 여덟살은 수영을 잘 해야 해요.
예*: 진정한 여덟살은 편식하지 않아요.
지*: 진정한 여덟살은 사랑을 나눠요.
가*: 진정한 여덟살은 동생의 부탁을 들어줘야 해요.
규*: 진정한 여덟살은 책을 잘 읽어야 해요.
수*: 진정한 여덟살은 시계를 볼 줄 알아야 해요.
형*: 진정한 여덟살은 공부를 잘 해야 해요.
시*: 진정한 여덟살은 혼자서 잘 줄 알아야 해요.
윤*: 진정한 여덟살은 생물의 마음을 이해해야 해요.
예*: 진정한 여덟살은 이웃을 잘 도와야 해요.
주*: 진정한 여덟살은 축구를 잘 해야 해요.
지*: 진정한 여덟살은 공룡을 혼자서 잘 그려야 해요.
효*: 진정한 여덟살은 한글을 잘 알아야 해요.
칠판에다 가득 적어둔 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나누어준 도화지에 재미나게 그렸다. 이제 낱말과 동시에 문장을 익혀야 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학습물이기도 했다. 띄어써야 하고 받침과 문장의 구성을 잘 보도록 안내했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면 되고, 진정한 아홉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우리네 교육과정은 아이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1학년 시기에 배워야 할 것을 정해두고 그것을 익히지 못하면 학습지원대상자로 낙인을 찍어 버린다. 그러니 대게 교사들은 그런 낙인을 찍지도 찍히게 하지도 않으려 애를 쓴다. 그렇다 보니 다그치게 되고 때때로 잔소리와 혼을 내게 된다. 아이들마다 글이나 수를 익히는 시기는 따로 있다. 그 간격을 줄여주는게 교사의 역할, 어른의 역할이지만, 때로는 기다려줄 수 있는 교육과정과 학교가 있어서 기죽고 침묵하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마지막 시간에는 겹받침 'ㄴㅎ'으로 사전을 만들고 <첫 배움책>에서 같은 글자 찾기놀이 학습지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 만난지 116일째 되는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장마를 알리는 날씨. 주말을 잘 보내고 푸석푸석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 와 하루를 본낸 날. 나는 또 이렇게 또 그렇게 아이들과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