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의 여름이들과 보낸 하루

(2023.6.27.)

by 박진환

억수 같은 비가 내릴 것처럼 예보했지만, 그나마 조용히 아침을 시작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좀 무더울 듯. 오늘 아침은 **네가 보내준 스테비아 차를 아침에 대접했다. 아이들이 달다고 한다. 맛있다고 한다. 이 차를 가져온 **가 은근히 자랑스러워 한다. '벌거벗은 양반'이라는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해주자 웃으며 어이 없어 한다. 그러면서 배운 어휘는 '거드름 피운다'라는 말이었다. 아이들은 이 말의 뜻을 몰랐다.


"여러분이 한글 좀 안다고 잘난 척을 했잖아요. 그때 잘난 척의 다름말이 거드름 피운다는 거예요."

"선생님도 거드름 피우잖아요."

"내가 언제?"

"선생님은 도사라고 모든 걸 다 알고 잘 한다고 거드름 피우잖아요."

"그건 맞지. 선생님은 원래 잘란 거라 거드름이 아니거든?"

"우~~"

"치~~"


1학년 아이들과 지내면서 나는 장난을 좀 자주 치는 편이다. 때로는 심할 때도 있어서 내가 자제하고 반성도 해야겠다 싶기도 한데, 녀석들만 보면 장난을 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다. 교사가 아이들의 모델이 된다고 하여 자세 하나 하나까지도 바르게 본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강조하는 데도 있지만, 난 천성이 어쩔 수 없다. 그냥 장난을 치면서도 아이들과 잘 지내고 내 진심을 알도록 하여 꼭 필요한 지점에서는 서로가 자제를 하고 절제를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가끔은 힘들지만.


그렇게 아이들과 말장난을 주고 받으며 오늘의 첫 수업. 수학을 시작했다. 마침내 덧셈과 뺄셈 단원을 공부하는 날. 아이들은 시작부터 정말 거드름을 피우기도 하면서 설레 하기도 했다. 대개의 아이들은 이 정도의 덧셈과 뺄셈은 쉽게 알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첫 차시는 5 이하, 혹은 9 이하의 수로 모으기와 가르기를 하는 것. 일정한 숫자를 가르고 모으기를 하는 것은 이미 10을 배우면서 했기 때문에 아이들 대부분은 쉽게 넘어갔다. 다만 기호를 사용해 읽고쓰는 법을 익히는 과정은 낯설어 했다. 그냥 3+2=5를 하면 되지, '3과 2를 더한 것은 5와 같다'거나 '3과 2의 합은 5이다'라는 용어는 매우 낯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기호를 처음으로 익혀갔다. 어떻게 보면 숫자도 일종의 기호일 수는 있는데, 기호에 기호를 더하는 '+'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한 등장인물이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영수증을 받게 되는데, 예전에는 말로 쓴 긴 영수증을 말아서 다닐 수밖에서 없어서 불편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가장 간단한 영수증에 작게 줄여 표시를 하게 됐는데, 거기에 기호가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것을 이야기와 실제로 글로 쓴 긴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설득과 이해를 시켜 나갔다. 그 과정에서 600년전까지만 해도 기호 '+'가 원래 라틴어 '그리고 and'의 뜻을 지닌 'et'에서 시작이 됐다는 것과 시간이 지나면서 't'만 남았다가 '+'만 남아 지금 우리가 쓰는 더하기 기호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자 신기해 한다. 오늘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간단한 덧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 보았다. 사실 덧셈에는 '동적 덧셈'과 '정적 덧셈'이라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론 아하로니, 초등수학, 2020, 99쪽).


오늘 아이들이 배운 덧셈이 바로 '정적 덧셈' 형태였다. 기존의 대상에 더함으로써 여러 종류가 함께 묶이는 것(당근 2개에 사과 3개)을 뜻하는 것이다. 물론 동적 덧셈도 배웠다. 나뭇가지에 앉은 다섯 마리 새가 있는데, 두 마리가 날아왔다는 덧셈. 론 아하로니는 정적 덧셈이 '사진'이라면 동적 덧셈을 '동적' 덧셈이라고 일컫는다. 뺄셈에서도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데, 뺄셈에서는 '정적' 뺄셈이 아이들이 어려워 한다고 한다. 이 차이를 제대로 알아야 덧셈과 뺄셈을 제대로 구분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10 가르기와 모으기를 하면서 교환법칙을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따라서 덧셈에서 교환법칙도 오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론 아하로니는 "교환법칙이 중요한 것은 순서를 바꿈으로써 계산이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 했다. 아이들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빠른 전개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2+9보다는 9+2가 쉽습니다. 저자는 2에서 시작해 9만큼 더 세어나가야 하지만, 후자는 9에서 시작해 2만큼만 더 세어 나가면 되니까요. 게다가 덧셈의 교환 법칙은 곱셈의 교환 법칙을 설명하는 관문이 됩니다. 그만큼 매우 중요한 법칙이지요."(같은책, 102쪽)


남은 시간에는 통합교과 '여름'의 '여름'을 다뤘다.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을 꺼내보게 했다. 요즘 아이들이 집중력이 좀 떨어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예전보다 다양한 말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힌트를 줘가며 풀어내니 겨우 겨우 내용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과 우리가 여름 방학 전까지 '여름'을 어떻게 즐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어설픈 마인드 맵을 그리고 그곳에 내용을 담았다. 아이들에게는 통합교과용 공책에 여름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풀어낸 그림을 그리면서 앞으로 이어질 수업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수업에 대한 구성보다는 기획보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은 과정 자체를 즐기려 한다.


2015 교육과정은 아이들과 함께 기획하는 수업만들기 꼭지가가 있다. 1학년에게는 철저히 교사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꼭지다. 그해 그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전체적인 배경지식과 경험에 따른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마무리를 지으며 그 과정에 여름 관련 두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비가 온다'라고 하는 노래와 '우리반 여름이'라는 노래다. 앞의 노래는 앞으로 비가 오면 부르고 놀 노래라 확인시켜 가며 여러분 따라 부르게 했고, 김용택 시인의 시였던 '우리반 여름이' 노래는 여름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는 노래여서 우리 반 아이들 이름을 바꿔가며 불러주었다. 1학년에게 이 노래에 해당하는 아이들 이름을 바꿔 부르면 엄청 부끄러워 한다. 오늘도 그렇게 바꿔 때로는 장난 치며 불렀더니 또 난리다. 새싹반의 여름이들. 올 여름 무사히 보내길 바라며 나는 신나게 불러주었다.


우리반의 여름이 | 김용택 시, 백창우 곡


우리 반의 여름이

가을에도 여름이

겨울에도 여름이

봄이 와도 여름이

우리 반에 여름이

여름 내내 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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