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뚝뚝....비가 온다 뚝뚝...

(2023.6.29.)

by 박진환

비가 온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일기를 쓰는 이 시간 비가 온다.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가 딱 좋아할만큼만 온다. 대학시절. 내가 좋아하던 한 여자선배가 하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왜 차창 밖에 비가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까?"

"글쎄요...."

"그건 말이지...."


난 대답을 못했고 선배는 무슨 말을 해주었는데...아쉽게도 그 말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늘 그 선배가 건넨 첫 말은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 말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렇게 비가 내릴 때면... 오늘은 어제 주문해서 도착한 책으로 즉흥수업을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내가 맡은 1학년 아이들 중 요맘때 글을 쓰는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건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 그래도 고민을 하고 있다가 두 해 전인가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집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책 제목은 <어린이 시 따라쓰기>. '올챙기 발가락'이라는 어린이 계간지를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의 제공으로 양철북 출판사가 제작해 보급하고 있던 차에 거기에 실린 시 가운데 고르고 골라 어린이 시도 만나고 글도 쓰면서 시를 써 보게 하는 책이 나왔던 것. 이걸 어디에다 쓰나, 그냥 색다른 책 하나 만들어 냈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1학년 아이들 글씨 상태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걸 가지고 아이들 글쓰기 연습과 어린이도 만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 곧바로 학교 예산으로 주문을 해서 어제 도책했는데, 오늘 아침에 첫 시였던 '꽃'을 가지고 수업을 하기로 맘 먹었다. 조막만한 손으로 3학년 아이가 쓴 시를 함께 낭송하고 외우는 모습이라니...


거기다 따라 쓰는데, 엷게 인쇄된 곳에 연필로 써가며 필사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으로 예뻐 보였다. 아이들에게 시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비슷하게 넘어졌다고 보려고 일어선 적이 있다고. 같은 또래 아이가 쓴 어린이 시는 이런 힘이 있다. 경험을 살려 쓴 시는 동시보다 훨씬 아이들 삶에 다가가 있고 쉽게 만날 수 있다. 앞으로 이따금씩 이렇게 어린이 시를 만나고 필사를 하며 글씨도 고치고 문장도 익히고 맞춤법도 자연스럽게 익히면서 언제가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글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꽃 | 부산 해원초 3학년 허시윤


학교 오는 길에

꽃을 보다가 넘어졌어요.

그런데 꽃이 저를 일으켜 세웠어요.

꽃이 너무 예뻐서 보려고

저절로 일어서졌어요.


남은 시간은 예정대로 덧셈공부를 마무리 하는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나중에는 익힘문제도 해결하려는데, 몇몇 아이들이 아쉽게도 과제를 내주지도 않은 3단원 덧셈과 뺄셈 익힘 문제를 다 풀어 놓은 상태였다. 저번 5단원 과제를 내주자 3단원까지 해결한 것 같은데, 부모님들이 수학교과에서 학교 수업 진도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미리 풀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 같기도 한 것 같았다. 나중에 다모임 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상황을 다 파악한 뒤에 중간놀이 시간을 주었다.


오늘 3-4교시는 1학년 통합교과 활동으로 장마철에, 혹은 비가 오는 날에 꼭 하는 활동이다. 물감에 주방세제를 넣어 빨래로 불면 거품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그대로 도화지에 옮겨 구름 형태를 만드는 활동이다. 아이들이 컵에 담긴 물감+세제의 파란액체를 기울이지 않고 빨대로 불어 거품이 많이 난 상태로 도화지에 구름처럼 드리우는 작업인데, 역시나 이번 것도 우리 아이들은 이전의 아이들과 다르게 마음이 급한 아이들이 많았다. 거품과 동시에 컵을 기울여 실패가 절반. 다 치우고 다시 해주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렇게 그렇게 겨우겨우 마친 작업. 아이들은 저마다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시간 상 더 할 수는 없었다. 제조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었더니 집에서도 해 보고 싶다 한다. 꼭 그렇게 해 보라 했다. 그렇게 12장을 붙였더니 제법 그림이 만들어졌다.


오늘 수업도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점심시간을 끝내고 몇몇 아이들은 어제 꾸민 투명우산을 들고 비를 맞이하러 갔고 몇몇 아이들은 블럭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간간히 한글을 익혀야 하는 아이들, 수학과제 점검을 해 주어야 하는 아이들을 챙기고 이렇게 오늘 일기를 급하게 써서 마무리 한다. 창 밖을 여니 바람이 비를 묶어 던져주는 듯 시원하게 들어온다. 아이들 노래...'비가 온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비가 온다 뚝뚝, 비가 온다 뚝뚝, 뚜두둑 뚜두둑 뚜두둑 뚜두둑 갑자기 비가 온다...쫙 쫙 두두둑 쫘~악 쫙 두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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