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치는 여자

by 들풀

나는 주말이면 테니스를 쳐요

동호인들은 누가 끌지 않아도 책장을 넘기듯

목례를 하고 모여들어요

경쾌한 청각과 날름한 형상화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요

남녀 짝이 되어 남자는 서브가 좋고 저는 문장이 깔끔한 몸매가 한가락한답니다

내가 서브를 넣을 때는 뭇 남성의 시선이 저에게로 오는 것을 느껴요

저의 비밀 무기는 대각선으로 서서 공을 허공에 올려 내려치는 것이에요

그때는 짧은 치마가 문장에 밑줄을 긋듯 물결 찰랑, 나비 속 날개가 나풀거려 러브게임이 되지요 내 볼은 상대의 비문과 사족을 발견하고 사정없이 구석진 곳을 찾아가 여지없이 스매싱을 날린답니다 그때 제 모습을 보셔요 내 감춰진 다리가 한겨울 얼음을 깨고 나온 잉어처럼 매끄러운 문장이 되지요 내 팔은 허공을 나는 새처럼 사뿐히 제자리로 착지를 한답니다 저의 험은 성질이 방정맞고 나이가 들어 종종 다리가 꼬여 오탈자나 비문이 나온 답니다 그러나 앙다문 입 속 혀 밑에 감춰진 비밀은 한 남자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나는 단호해요 당신의 불온한 문장이나 언어에는 가차 없이 스매싱을 날릴 겁니다 때로는 상대의 볼이 선에 물릴 때는 인 in인지 아웃 out인지 살피다가 심판은 문장의 앞뒤를 연결해 보고 슬그머니 웃어넘깁니다 복잡한 어순보다 단순한 언어를 사용하는 쉬운 운동이지요 게임이 끝나면 퇴고 잘된 문장처럼 짜릿한 전율을 느낍니다

이런 운동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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