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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박 Apr 27. 2019

달라도 여전한 우리가 좋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면 닮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닮은 면을 발견하면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 마음이 깊어지면 그 사람의 행동과 말투 모두 닮고 싶어 지기도 한다. 내 주변에도 나와 닮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웃는 모습이 서로 똑 닮은 우리 엄마, 밀가루와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회사 동료, 누워서 뒹굴뒹굴 놀 때가 가장 행복한 친구까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특이한 친구를 만났다. 위로 올라간 눈꼬리, 크고 길쭉한 코, 톡톡 튀는 옷을 좋아하는 친구. 그 친구와 나는 많은 것이 달랐다. 내 눈꼬리는 무표정일 때도 웃을 때도 쳐져있고, 내 코는 작고 동그랗다. 그리고 나는 평범하고 수수한 옷을 좋아했다. 친구는 아침잠이 많고 나는 밤잠이 많았으며, 친구는 진한 인상을 좋아했고 나는 부드러운 인상을 좋아했다. 우리는 함께 다닐 때 '너네 정말 다르게 생겼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같이 사진을 찍을 때면 '우리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생겼지?'하고 웃었다.





남들이 봐도 정말 어울리지 않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중학교 시절 우리는 학교 다니기를 싫어했지만 둘이 노는 것을 참 좋아했다. 우리는 함께 수학을 싫어했고, 국어 수업을 좋아했다. 수학도 못하는 애들끼리 시계가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 칠판 앞에서 한참 싸우다가 배가 고프다며 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었지. 그때 우리는 종종 우울했고 화도 냈고, 자주 웃고 재미있었다.

어른이 되어 우리는 각자의 밥벌이를 하고 산다. 나는 책을 만드는 일을 배웠고, 친구는 옷을 만드는 일을 배웠다. 인천에서 나고 인천에서 자랐던 우리는 모두 인천을 떠났다. 나는 파주로 올라왔으며, 친구는 제주로 내려갔다. 내 첫 독립을 축하하며 파주까지 올라온 친구에게 '너 나 만나러 남쪽에서 북쪽까지 온 거야'라고 말했지.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게 되었고,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웃고 가끔 우울해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한 우리가 좋다.


아빠와 셋이 나란히 앉아 내 미술 수행평가 숙제를 도와준 사람. 사람과 다투고 화해하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 묶여있는 실처럼 쉽게 끊기지 않는 관계는 노력하지 않아도 이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사람. 제주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사람.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제주에 내려갈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준 내 친구. 너랑 놀 때는 비가 내려도 여전히,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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