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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14. 2020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면서

시사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좋은 글을 공유하고 싶고, 필자 역시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보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우기를 희망한다.     

 

인생 60을 살고 보니 기쁜 순간들도 있었지만, 후회되는 일도 많다. 성장기에 배운 교육과 경험이 대부분 대학 진학과 취업에 관한 것들이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회 속에서 균형이 있는 관계를 맺고, 자신감을 느끼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다. 자기가 배웠거나 경험한 것 이상의 상황에 부닥치면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된다. 필자도 성인이 되어 사람들과의 관계나 대화 중에 이해가 안 되는 일을 자주 경험했다. 때로는 이해가 안 되면 화가 나거나 분노마저 느끼는 어리석음도 수차 경험했다. 공부는 그럭저럭 하고 직장 생활도 했었지만, 최근까지도 솔직한 감정표현이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가 부족했다. 게다가 요즘은 급변하는 세상의 환경이 추가로 삶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당장 복잡한 디지털 플랫폼을 이해하지 못해서, 온라인 물건 구매나 복잡한 금융 상품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조상들이나 심지어 현재 장년 세대도 어린 시절에 경험해보지 못한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21세기 전문가인 유발 하라리의 언급처럼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기술의 쌍끌이 혁명이 진행되고 있고, 인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다시 인류가 대규모 혼란을 겪고 있다. 스페인 독감은 약 5억 명의 인구를 감염시켰고(당시 세계 인구는 18억 명), 최소 2천만~최고 5천만 명이 사망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본국으로 귀향하면서 전염시켰다.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의하면, 1918년 국내 인구 795만 명 중에서 288만 명 이상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14만 명이 사망했다. 지금부터라도 인류가 힘을 합쳐서 자연환경과 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 19 범유행은 앞으로 인류에게 다가올 알 수 없는 어두운 미래의 서곡일 수 있다.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이 인류에게 현재 삶의 방식을 바꾸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기회에 후손들을 위해서 핵무기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물무기와 화학 무기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바란다. 코로나 19의 가장 큰 교훈은 인류가 핵무기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지혜를 늘리고 싶어서, 동서양의 철학과 고전을 읽어 보았다. 과거 현자들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성찰은 시대를 초월해서 지금도 많이 공감하게 한다. 그러나 과거 조상들의 지혜가 21세기의 혁명적인 변화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과거 현자들의 지혜로는 풀기 어려운 전혀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24시간 사용하고, 코로나 19 사태 경우처럼 전 세계의 상황을 매 순간 들으며 산다. 과거 조상들과 비교해보면, 현대인들은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간다. 과거의 사람들이 현대인을 만나게 되면, 마치 외계인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혈액을 뽑아서 혈압과 당뇨 수치를 재고, 그리고 몸무게를 수시로 측정한다. 비타민을 먹고, 체중을 줄이려고 운동한다.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상자 같은 것을 보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데 혼자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국가도 홀로 해결할 수 없는 지구적인 문제와 현상들이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 불과 100년 전의 조상들은 이런 문제들을 알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핵전쟁 가능성, 로봇과 드론, 전염성 역병,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인공지능과 실업, 유전자 편집과 생명윤리, 뇌 과학, 인간의 디지털화, 스마트폰, 빅데이터와 인간 조작 등을 들 수 있다. 인류가 힘을 합쳐 공동으로 풀어야 하는 커다란 숙제들이다. 최근 코로나 19에 대한 여러 국가 간의 공동 백신 개발 노력이 좋은 사례이다. 신병훈련소에서는 훈련이 힘들어도 모든 훈련생이 함께 고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훈련 시기를 극복해 낸다. 마찬가지로 21세기는 인류에게 엄청난 훈련코스가 주어진 유격 훈련장으로 볼 수 있다. 나만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도 똑같이 힘들고 아프다. 다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이 사실을 인식하면, 나의 고통이 경감될 수 있고, 함께 주어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본다.      

21세기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해도, 최소한 이해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주요 문제를 국가가 해결했다. 그러나 21세기의 문제들은 개인들에게도 순식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21세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1세기 문명의 기초공사가 시작된 100년 전부터 현재까지 동시대의 인류가 체득한 지식과 지혜가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특별한 지식과 지혜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은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배우지 않으면 혼란한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삶이 혼란스러우면 스트레스를 받고, 몸과 마음에 병이 든다. 풍요 속에서도 외로움과 정신적인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는 우울증이 2030년에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심각한 질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7년 세계 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억 2,200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도 2013년 약 59만 명에서 2016년 약 64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인간이 자신의 뇌를 참고해서 딥러닝 기술을 인공지능에 탑재해서 개발하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생각마저 패턴화 해서 컴퓨터에 내려받고, 기계와 인간 몸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생물학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편집해서 마치 로봇과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듯이 인간 몸을 다루고 있다. 스마트폰과 첨단 디지털기기들이 이미 인간의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한편, 유행이란 명목으로 무엇을 입고, 먹을지, 볼지, 심지어 생각할지도 결국 기계 알고리즘이 정해준다. 온갖 광고, 드라마, 뉴스들이 사람들에게 세상 사는 방향을 알려준다. 이 옷과 이 차를 사라고 한다. 이런 직장에 다녀야 하고, 저런 성격의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 거라고 위협한다. 늘 사교적이고 미소를 지으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생활에 부적격자가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세상이 너무 많은 기준과 잣대를 들이댄다. 테오도르 준 박은 <참선>에서 "가진 것이 없으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전제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현시대의 특징으로 파악한다. 가짜 뉴스, 광고나 정치에 의한 프레이밍, 그리고 무관심과 편향적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유일한 탈출구는 스마트폰, 과식, 경쟁, 여행 등이다. 점점 더 주체적이고 균형 잡힌 인간의 마음 회복이 필요하다.      


서점에는 감정 조절과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다루는 서적들이 넘쳐난다. 책 속에서 지혜를 배워 삶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어떤 내용의 서적을 읽느냐가 중요하다. 현대 문명이 지난 100년간 짧은 시간에 고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인간의 뇌가 아직 원시적 상태에 머물러 있어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풍자적으로 말하자면,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개념화한 밈(meme) 덕분에 인간은 뇌 밖에 저장된 책과 인터넷의 지혜를 활용하여 부족한 원시 뇌를 보완할 수 있다. 밈은 언어, 문화, 사상 등 인간의 지혜가 인간 신체 밖에서 자기 복제를 하면서 진화하는 문화적 복제자를 의미한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다양하다. 즉 21세기 현상, 뇌의 비합리성, 감정과 분노 조절, 좋은 습관 만들기, 성숙한 인간관계, 건강과 행복, 분리와 대립 문화 극복, 사회적 연대 회복, 인공지능과 과학 기술발전, 그리고 가정, 학교, 사회교육의 강화와 자기 교육 등이다. 한편, 필자는 리더 국가가 사라지고 있는 21세기에 머지않아 한국인들이 저력을 발휘해서 세계 역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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