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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15. 2020

코로나 이후의 세계

이슈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COVID-19)가 몇 달 만에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11일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세계적 유행병인 팬데믹으로 지정하였다. 2020년 5.15 기준 43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29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앞으로도 1~2년간은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코로나 19 범유행으로 인해 인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처음 겪어보는 대규모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각국에서 실업 증가와 교역이 축소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나라들보다 안정 추세였으나, 최근 다시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세계 질서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며, 다시 코로나 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다. 코로나 19가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고, 미래에 다른 알 수 없는 역병들도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한편에서는 코로나 19의 발생 원인을 인간에게서 찾고 있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한 결과, 야생동물들이 숲을 떠나 도시 주변에 늘어났다.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접촉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중간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까지 감염된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자연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재확립하자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인간이 위기 속에서 협조하기보다, 서로 장벽을 쌓고 나누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여서 우려스럽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낮은 인건비 때문에 제조업 생산공장을 개도국으로 이전하였다. 앞으로는 다시 자국으로 복귀하는 생산시설 회귀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만 보더라도, 지금까지는 자동차 부품 공장들이 세계 여러 곳에 분산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경험을 고려하면, 앞으로 어떤 곳에 문제가 생겨서 부품 조달이 안 되면 전체 자동차 조립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제적 공급사슬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인 공급사슬이 약화하면, 90년대 말부터 지지를 받았던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후퇴하고, 폐쇄적인 경제질서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 발전 및 인적교류 확대에 이바지했던 세계화 대신 지역 블록화가 강화될 것이다. 코로나 19 이전에 시작된 미·중 간의 대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자본주의 체제가 미래에 미국 중심의 달러 경제권, 유럽 중심의 유로경제권, 그리고 중국과 아시아의 위안화 경제권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 무역과 국제금융에 의존한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나, 내수 경제가 큰 국가들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지금부터라도 내수 경제 활성화, 국내 농업 확대를 통한 식량안보 확보,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망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 2019년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70.4%(수출 37.3%, 수입 33.0%)로 매우 높다.  


한편, 다수 사람이 자가 격리되어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수요 격감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붕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각국이 저유가로 원유를 사서 보관하는 저장소 용량이 부족했다. 2020년 1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1달러에서 4월에는 10.77달러로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이 불과 얼마 전까지 자체 셰일가스의 개발로 중동 석유가 필요 없게 되었다. 2020년 4월 말 기준 셰일가스의 배럴당 손익분기점은 평균 약 45달러인데, 원유 가격보다 훨씬 비싼 수준을 보여주었다. 만약 국제 저유가가 앞으로도 지속한다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코로나 19가 극복되더라도 세계적으로 여행업이 완전하게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 여행업, 그리고 항공산업이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이 시도되었다. 앞으로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근무 형태와 학습 방법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또한, 각종 규제에 묶여 발전하지 못했던 원격 의료진료도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라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인터넷 등 디지털기기 사용 확대로 사람들의 대면접촉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는 향후 언택트(un-contact)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다. 우선 금융기관의 비대면 근무 등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재택근무가 확산할 때는 직장 생활이 제공하는 인간적 교감이 사라지고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함께 마련되어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도 대면 교육이 제공하는 품성 교육이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사회성 훈련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적절한 배합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4월에 초·중·고교 학생 540만 명과 대학·대학원생 300만 명을 합쳐 총 840만 명이 온라인 원격수업에 참여하였다. 이제는 비대면 경제에 적응하는 것이 선택사항이 아니고 필수적으로 되었다. 이미 디지털기기와 플랫폼 사용법을 모르면, 물건 구매뿐만 아니라 복잡한 금융거래와 사업을 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특히 50대 이후 세대는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플랫폼을 배워야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젊은 세대들에게 소득과 취업 면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더 어려운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든 나라가 시급하게 젊은 세대들에 대해 변화된 실정에 맞는 재교육을 시행하고, 다양한 직업 창출에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코로나 19 이후의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97세)은 "코로나 19 감염증이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곳이 될 것이다.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치·경제의 격변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 세계의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장벽의 시대가 되살아날 수 있다. 미국은 계몽주의 가치들을 유지하고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라고 전망했다(WSJ 기고문). <호모 사피엔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중요한 선택은 감시체계와 고립이 아닌 시민적 역량 강화와 글로벌 연대이다.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서 여러 정부가 임시로 감시 도구를 동원했다. 주의하지 않으면 코로나 19 종료 후에도 감시와 추적 기술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라는 예측과 대책을 제시했다(Financial Times 기고문).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 19는 1세기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병원체일 수도 있다. 치사율은 스페인 독감과 아시아 독감의 중간 수준으로 본다. 그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우리는 그럴 것이라고 상정해야 한다. 부유한 나라들이 자국민을 우선시하려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고려할 때 더 가난한 나라들은 정치적·경제적 지렛대가 거의 없다"라고 국가 간의 상생을 강조했다(영국 의학저널 NEJM 기고문).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기존 삶의 방식을 재점검하라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기에 반대로 국가들이 자국 보호주의나 장벽을 강화하면, 인류가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류가 이미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점이다. 공동 백신과 치료제 생산, 국제 방역체계 수립,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호, 빈곤층 보호, 국제적 교역 증진 조치 등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의 조치가 없으면,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벌어질 것이며 부의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환급이 필요하고, 자신을 포함해서 거부 감싸기는 그만하고 이들에게서 세금을 더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도 국가가 자신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라고 요청한다. 미국 거부들의 자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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