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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17. 2020

21세기 현상

이슈

(21세기 신문명 등장)

인공지능 과학자 겸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발전하여 인류 전체의 지성보다 뛰어난 초지능 인공지능이 출현하게 될 시점인 기술적 특이점(Technical Singurarity)을 2045년 전후로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가 향후 약 30년 이내에 경험하게 될 삶의 구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해 보고자 한다. 현재의 상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인간에게 사이보그처럼 신체적인 변화도 있겠지만, 우선 인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과거 수천 년간 철학이나 지식은 권력자나 성직자 등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를 1/5 지나고 있는 시점인 지금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순식간에 모든 정보가 열려있고, 이로 인해 대중의 정보사회에의 집단 참여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익집단이 등장하고, 사람들 간 지구적인 연결이 확대되고 있다. 정보의 개방성 측면에서 볼 때, 인간 역사에서 지금처럼 모든 정보가 열려있었던 적은 없었다. 과거 어떤 철학자도 지금과 같은 정보혁명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플라톤, 노자, 공자, 스피노자, 칸트, 괴테, 정약용, 이율곡, 니체 등이 지금 시대에 살고 있다면, 분명히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과 문학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인간의 조건이나 환경에 대한 이해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적인 면에서 볼 때, 20세기 초 실존주의 철학 사조를 마지막으로 뚜렷하게 인류 지성을 이끌만한 철학이 지난 100년간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철학이나 사상도 21세기의 과학 기술, 생명공학 기술, 정보의 세계적 연결, 그리고 인간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보통 사람들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정보 혁명)

오늘날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늘어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 세계에서 하루 생성되는 데이터양은 2.5 엑사바이트(1 EB는 10억 기가바이트)에 달했다. 이는 해리포터 책 6,500억 권에 상당하는 양이다. 그리고 2017년에 매일 2,690억 건의 이메일이 생성되었고, 2021년에는 3,200억 건으로 예측된다. 2017년에는 분당 455,000건의 트윗이 등록되었다. 유튜브의 사용량도 3배 이상 증가하여 분당 4,146,600건의 비디오가 재생되었다. 구글은 1분에 3,607,000건의 검색 요구를 처리하고 있고, 1분에 약 15,220,700건의 문자가 발신·수신되고 있다. 참고로 현존하는 인터넷 데이터의 90%가 2015년 이후에 생성된 것이다. 100년 전 사람에게 평생 노출될 정보의 양이 현대인에게는 하루에 주어진다. 이러한 정보나 지식의 홍수 속에서 가짜 정보들이 활개를 치고, 올바른 정보나 지식의 획득을 방해하고 있다. 아울러 세상은 급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아직도 과거 자신의 문화나 성장 배경, 교육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학교 교육 개혁과 자기 교육을 통해 21세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디지털기기를 통제할 수 있는 인식체계의 발전이 필요하다.      


(인구 폭발)

현재 인구구조도 과거 수십만 년간 지구에 살았던 조상들과 매우 다르다. 세계 인구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등장 이후 1800년 초 10억 명에 도달하기까지 약 이십만 년이 걸렸다. 최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35만 년 전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세계 인구는 불과 200년 만에 7배 이상이 늘어나 현재는 77억 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30~40세에 머물렀지만, 200년 만에 지금은 100세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150세, 200세를 꿈꾸고 있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간 대체 로봇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이미 선진국에 도달한 우리나라는 2019년 합계출산율이 0.92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 예측에 따르면, 2020년에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국내 자연증가 인구가 198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속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나라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사회구조가 해체되고,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경제·안보의 취약성)     

경제·안보 측면에서 보면, 90년대 초반 동·서 양극체제를 기반으로 했던 냉전 종식 이후, 세계에서 지역별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담당했던 블록 내 지도국가가 사실상 약화하거나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세계적인 차원의 안보나 위기가 발생해도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고, 위험한 상태이다. 2020년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만 보아도 세계적 차원의 대처에 있어 혼란스러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유 교역 증진을 위해서 냉전 종식 이후 등장했던 세계화도 미·중 무역전쟁과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서 최근 약화하고 있다. 추가로 코로나 19 사태가 국제협력을 더욱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와 번영을 약속했던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했던 세계화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1%대 99%라는 경제이익의 불공정한 분배를 초래하였다. 또한, 빈곤국들에서 부유국으로의 난민 발생이 증가하고 이와 함께 국제적 전염병이나 테러도 늘어나고 있다.     


(21세기 구체 현상)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혁명적인 현상들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인류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지구를 완전하게 파괴 가능한 핵전쟁 가능성(현재 전 세계에 15,000개의 핵무기 존재), 핵폐기물과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 우주개발, 양자물리학,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미세 플라스틱 오염과 태평양 쓰레기 섬, 수질오염, 코로나 19 등 각종 전염성 역병,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로봇과 인공지능, 대량실업 가능성과 기본소득, 복제동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3D 프린터, 유전자 편집과 생명윤리 문제, 인간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사이보그, post-human), 양자컴퓨터, 나노기술, 뇌과학, 드론, 자율 자동차, 스마트폰, 가상현실, 증강현실, 빅데이터와 인간 조작 가능성 등 다양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의 장래를 어둡게 본다. 현재 핵 위기 등 지구종말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가 지구 종말을 상징하는 12시 기준에서 2분 전으로 맞추어져 있다.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핵 위기 등 경고를 위해 시카고 대학교 핵물리학자들의 주도로 고안되었고, 그동안 20여 차례 분침을 수정해오고 있다.     


(30년 미래 전망)

21세기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앞으로 30년간 전개될 미래를 전망해 본다. 21세기는 지식과 정보 기반 세상으로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과 미발달 한 후진국 사이의 발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적인 협력보다는 자국 위주의 장벽 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핵전쟁을 수반하는 3차 대전과 같은 큰 전쟁은 상호 파괴와 인류의 전멸 가능성 때문에 발생할 확률이 낮다고 본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처럼 무역·금융·환율 등 경제전쟁은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인간 노동 대체로 인해 대량실업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본소득에 대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소수 정보통신 기술을 지배하는 국가들이 전 세계의 자원이나 노동력을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구적 환경파괴와 건강하지 않은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는 인류의 건강 악화 상태는 과학 의료 기술 개발에 따라 점차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다. 한편, 정치·사회적인 면에서 보면, 21세기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더는 기존의 정치 이념이나 노선이 20세기 방식으로는 유지되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통한 전혀 새로운 의사소통과 통제 방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짜 뉴스와 정치나 상업 광고의 프레이밍이 더욱 넘쳐날 것이다. 이처럼 현격히 변화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정치·사회단체도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이념을 넘어서는 대중영합주의가 더욱 득세할 것이다.      


(21세기 과학 통제의 어려움)

21세기 발전의 또 다른 특징은 각 분야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거나, 중요한 문제들이 개별 국가를 넘어서서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누구도 모든 분야의 발전상태를 종합적으로 알 수가 없고, 혼자서는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인간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엄청난 결과를 알 수 없어도 일단 시작해보는 특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고, 결과를 알게 될 때쯤에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과학 기술발전을 미리 정해두고 추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든 과학 기술의 전체적 발전과 문제들이 인류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다.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현재 인간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 수만 년 동안은 인간 행동의 결과가 간혹 큰 전쟁을 일으켰지만, 인류라는 종의 종식 위협까지는 없었다. 개인,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와 세계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살아남기도 힘들고, 대비가 없으면 살면서도 힘들게 살게 될 것이다. 모든 분야의 융합과 통섭의 문화가 필요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요청되는 시기이다. 인류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21세기 과학 기술의 발전 현상은 마치 인간의 마음속 생각이 발전하여 주인인 인간의 말을 듣지 않고, 스스로 끝없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이론처럼 인간의 의식에는 각 분야에서 양적 성장 의식 만이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가 인공지능, 생명공학,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를 바탕으로 융합되어 가면서 각 국가의 차이점도 사라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모든 나라에서 자본과 과학 기술이 사람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점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현대인들은 세계적 차원의 생산 체인 속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침마다 열심히 출근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고, 자본주의와 컴퓨터가 제시하는 생활방식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큰일이나 난 것처럼 불안해한다. 르네상스 이후 400년 전 시작된 이성 중심의 인본주의 사조와 200년 전 시작된 산업혁명이 초래한 과학 기술의 발전이 21세기를 맞이해서 통제 불가능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과학 기술에 대한 효율적 통제에 대한 인류 전체로서의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21세기 인간과 인공지능)

 21세기 미래 인간의 모습에 대해 관점의 대립이 있고, 다양한 주장이나 의견들이 많다. 마크 맨슨은 <희망 버리기 기술>에서 "인공지능이 니체가 말한 동물과 인간의 다음 단계인 더 위대한 것(초인)이라고 믿고, 인공지능이 인류 최후의 디지털 종교의 신이 될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생각 지성도 쓸 만은 하지만, 너무 느리고 투박하다. 우리 속에서 감정과 생각 지성의 갈등이 인류를 여기까지 있게 했지만, 이제는 진화의 바통을 인공지능에 넘겨주려는 참이다"라고 전망한다. 마크 맨슨의 전망은 유발 하라리의 전망과 비슷하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인공지능에 넘겨준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본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인류가 힘을 합쳐서 인간의 말을 잘 따르는 인간 친화적인 인공지능을 설계해야 한다. 한편, 과학과 영성에 대한 강연가인 그레그 브래이든은 인간의 몸에 칩이나 인공 기기를 심어 인간의 육체와 기계를 연결하여 사이보그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계에 인간 육체의 임무를 맡기기 시작하면,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천성의 능력들이 점차 쇠퇴할 것이고, 언젠가 전기나 컴퓨터가 꺼지는 극한 상황이 오면 인류가 위기를 겪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인간이 두꺼운 옷을 입고 너무 보온하면, 언젠가 극한 추위가 오면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유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진행 중인 과학 기술을 막을 수는 없다. 사이보그는 환자 등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하고, 원래 인간의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학자들 전망)

언론인인 가즈모토 오노는 세계적 석학들을 만나서 21세기 미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고 이들의 전망을 <초예측>에서 소개한다. “유기 생명체 시대가 막을 내리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 등 무기 생명체가 차지할 수도 있다”(유발 하라리). “각국이 단일 세계 경제로 통합되는 가운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적 경제 붕괴의 가능성이 있고, 한 지역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 가능성이 크다.”(재러드 다이아몬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발달로 인간의 모든 일을 하게 될 초지능이 출현한다. 자연재해로 인간의 멸종 가능성은 적다고 보나, 핵무기·생물무기·인공지능 등 인간 활동에 의한 멸종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닉 보스트롬). “향후 인간은 디지털 재화가 되어 인간의 기억·경험·감정·정체성이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고 이를 인공지능을 통해 조작하는 통제사회가 가능하다.”(다니엘 코엔). 이들 대부분이 공통으로 미래 사회의 모습에서 초지능의 출현과 인간의 디지털화를 예측하는 점이 섬뜩하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상상의 세계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구글의 종말> 저자인 조지 길더는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너무 과도한 평가를 경계한다. 21세기의 미래 전망 관련해서, 특히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과 인간관계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그는 <호모 데우스>에서 “21세기 주요 생산품은 무기와 자동차, 섬유가 아니라, 마음과 뇌, 인간의 몸이다. 진짜 강력한 종교들은 실리콘 밸리에서 나타날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게 될 때, 그 지휘권이 인간 개인에서 네트워크 알고리즘으로 넘어갈 때 붕괴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기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지 정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추측한다. 유발 하라리의 예측은 너무 부정적이지만, 인류에게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다. 유발 하라리는 최근 코로나 19 이후 세계에서 국가들이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국민에 대한 디지털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이 공상과학영화에서 유발 하라리가 보여준 장면들을 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러한 미래에 우리들의 자녀가 기계의 노예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하기보다는 당장에는 재미로 여기는 것 같다. 인간의 뇌는 미래를 실감하는 능력이 매우 낮다고 느껴진다.      


(21세기 가치관)

과거에는 서양 국가들이 민주주의, 법치, 선거제도, 인권 등 자신들의 가치관을 서구적 근대 가치로 만들어 개발도상국들에 전파했다. 대다수 국가가 나라마다 실질적인 차이는 있지만, 선거제도와 법치 등 외형상 기본적으로 서구적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한편, 20년 전에는 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성장에서는 서양 모델의 효용성을 인정해도,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는 아시아의 특수한 전통적 가치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서구적 가치 수용을 거부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공동체 중시, 효도, 우애, 어른 공경 등을 전통적인 아시아적 가치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화와 과학발전에 따라 가치관이나 세계관에도 동양과 서양 간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오히려 전 세계 사람들이 외면적으로는 단일한 생활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맥도널드, 스타벅스, 청바지, 스마트폰, 아파트 생활, 도시화 등 공통된 소비패턴과 수렴된 생활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전 싱가포르 유엔대사인 키쇼어 마흐부바니는 <위대한 수렴>에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해나 가치관이 세계적으로 수렴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다양한 세계 질서를 발전시킬 것을 주문한다. 그는 국제문제에서 새로운 세력의 등장과 함께 그동안 미국과 유럽이 행사해 온 지배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각 국가가 선장이 없는 배들처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큰 바다 위에서 서로 빨리 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본다. 또한, 중국이나 인도 또는 제3의 국가들이 성장해서 세계적인 파우어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향후 30년 이내에 최소한 미국의 군사적인 힘이 약화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최고 수준의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인재들이 몰려있고, 미국 사회가 창의적인 사람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도 다수 유럽 사람들이 아시아 등 비유럽 지역의 고도성장을 이해 못 하고, 과거 유럽의 영광이라는 시각에서 비유럽인을 인식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한편, 인간은 원래 개인이나 소규모 소속집단 차원에서는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큰 집단이나 국가,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과 협조가 매우 약하다. 인간은 자신의 작은 종기에는 관심이 크지만, 타인의 큰 고통에는 관심이 적다. 외국에서 많은 사람이 지진으로 죽어도 일시적으로 슬픈 마음을 가지지만, 곧 다시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잘 지낸다. TV나 언론의 뉴스 전달 방식도 문제다. 부정적인 내용의 세계적인 기근과 전쟁 피해 뉴스에 이어서 곧바로 1~2초 이내에 맛있는 식품이나 멋진 관광지를 홍보하는 광고를 방송하여, 점점 사람들에게 슬픔과 기쁨의 가치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옛날에는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덕담도 해주고, 용기도 주었다. '소년이여 야망을 품어라‘(Boys, Be ambitious!)는 그 시대의 대표적인 말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보다 현대 문명에 대한 지식이 많고, 역 조언을 해주는 일도 있다. 오래 살면서 생긴 삶의 지혜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어른들의 권위 기반이 상당 부분 사라지고 있다. 인류가 긴 시간 동안 발전시켜온 경험 기반의 위계질서가 수렵 사회와 농경사회를 거쳐 초기 산업사회까지는 통용되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대신 컴퓨터, 금융, 정보 활용 등 새로운 지식기반 사회질서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사회의 주요 가치였던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결혼 건수는 1996년 약 43.5만 건에서 2019년도 약 24만 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국제결혼 2만여 건과 전체 결혼 건수의 45%를 넘는 이혼 건수는 한국 사회의 변화된 단면을 보여준다. 한편, 사람들이 유아기 때부터 컴퓨터 사용 등으로 점점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 문명사회에서 인간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가치관과 사회제도가 아직 형성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과도기적인 상태에서 모든 국가에서 향후 10년 정도는 가족제도, 결혼제도, 젠더 갈등, 세대 간 갈등 문제로 인해 사회가 더욱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낼 것 같다. 과거에 큰 영향력을 미친 지역갈등은 사람들이 지구인이 되어감에 따라 점차 사라질 것이다. 현재의 제도나 시스템은 대부분 19세기~20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인류 역사 자체를 종식시킬지도 모를 21세기의 혁명적인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초자본주의 세계 경제체제, 인공지능과 컴퓨터, 자동화의 물결과 대량실업을 극복하고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21세기에 맞는 가치관과 제도들이 필요하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삶의 3단계를 제시했다. 기존 가치관을 열심히 준수하는 낙타, 기존 가치관을 파괴하는 사자,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만드는 어린아이의 단계이다. 21세기 가치관과 제도 수립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의미에서, 니체의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접근이 요청된다.      


(인류의 집단 지성 태동 가능성)

지금 인류가 21세기 초에 겪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의 혁명은 분명히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집단지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인간은 연대를 바탕으로 했던 원시공동체를 떠나 도시와 국가를 건설해서 살아오면서 분리와 대립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어쩌면 21세기의 불확실성과 변화는 인간의 집단지성이 분리된 개인들에게 그동안 상실한 본래 연대성의 인식 상태로 돌아오라는 초대일 수도 있다. 다시 원시공동체적인 인류의 집단지성이 일깨워진다면, 수천 년간 인류를 지배해온 분리 지향적인 인식체계가 해체되고, 21세기에는 전체성과 연대성이라는 기본 틀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모든 정보를 동시에 공유한 상태에서, 칼 융이 개념화한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 생명체를 가진 하나의 종으로서 인류 전체의 의사소통 구조가 강하게 발현되리라 믿는다. 다윈이 주장한 생물학적인 외면 모습의 진화라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집단 인식체계의 회복을 통해서 더 높은 차원으로 인류의 정신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 변화는 마치 누에고치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것과 유사한 혁명적인 변화일 것이다. 21세기에는 지혜의 폭발로 그동안 인류를 사로잡고 있었던 각종 제한적인 인식의 틀이 깨질 것을 기대한다. 만약 인류가 자연과 생태계 보전을 실천하고, 모든 사람과의 협조와 연대를 회복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인식체계를 얻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사실 그동안 인간 인식 틀의 제한성이 인류를 엉뚱한 질문에 매달리게 한 측면이 있다. 너무 어려운 문제나 잘못 설정된 질문에 매달려서 없는 해답을 찾기 위해 헛수고를 해 왔는지도 모른다. 유치원생이 대학생의 수학 문제에 매달려서는 해답이 없다. 대학생적인 지식과 해법의 틀이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인류가 새로운 인식체계로 진입하게 되면, 기존 핵분열 원자력 에너지를 대신해서 안전한 태양열 방식의 핵융합 에너지원과 같은 새로운 지식이 보편화될 수 있다고 본다. 비록 상상이지만 희망찬 기대를 해본다. 모든 분열과 대립이 사라지고, 인류가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상호 불신에 기반한 핵무기 개발, 여유 물자 비축, 핵전쟁과 지구 환경 파괴로 인한 인류문명의 종말 가능성도 사라지길 바란다. 소유에 대한 집착과 삶 자체에 대한 집착도 서서히 풀리면서, 늘 존재했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감각과 포용의 마음이 열리기를 바란다. 부처나 노자, 소크라테스 등 과거 극히 일부 깨달은 사람들만의 의식과 인식이 전체 인류에게 확산하면 좋겠다. 이런 상상과 기대를 통해서, 21세기 말경에는 소우주의 표상인 인간이 대우주인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한다. 만약 인류가 이러한 높은 정신적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면, 50년 후에는 기계적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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