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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May 19. 2020

내 몸과 우주

건강

 자동차에 기름을 주유하면 차가 다시 움직이듯이, 사람도 밥을 먹으면 힘이 나서 일을 하기 쉽다. 사람은 나이 들면서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실감 난다. 갑자기 음식물이 들어가는 입이 자동차 연료주입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자동차는 정해진 기름만 주유하는데 반해서, 사람은 모든 종류의 음식을 연료로 먹는다. 내가 먹는 음식이 위장에서 잘게 해체된 다음, 약 60개 조의 세포들에 전달되어 에너지원으로 전환된다. 수억 년 전에 생명체의 세포와 공생을 시작한 미토콘드리아가 인간 세포 속에서 에너지 생산공장 역할을 한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사람의 진핵 세포 내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 사람 미토콘드리아 DNA는 가장 작은 염색체로 간주되며, 모계 유전을 한다고 한다.

 사람은 단지 입에서 느끼는 맛 때문에 몸에 해로운 음식도 먹고 과식을 한다. 그러나 우리 몸에 들어간 음식이 위나 장에 부담을 주고, 해독을 하는 간을 힘들게 하는 점을 잘 느끼지 못한다. 특히 세포 속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열심히 음식물을 에너지원으로 바꾸고 있는 과정을 전혀 체험할 수 없다. 어느 순간에 내가 갑자기 원자 크기로 축소되어 몸속으로 들어간다면, 내 몸속의 세포들이 우주만큼 커다란 세계에서 화학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내 의식은 현재 인간 크기에만 맞추어져 있다. 문득 내 몸의 세포 차원으로 의식의 초점이 바뀐다면, 내 피부에서 산과 골짜기, 그리고 몸속에서 큰 바다와 동굴과 나아가 수 억 개의 은하계가 나타날 것 같다. 굳이 전자현미경을 동원하지 않아도 의식과 마음으로 내 몸속의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고 느낀다.

 눈을 감고 내 몸을 의식할 때, 여러 차원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 몸을 우주의 별보다 많은 쿼크,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들의 조립상태로 볼 지, 원자들로 구성된 세포분자들로 볼 지, 아니면 세포들이 은하계처럼 형성하는 장기들로 볼 지, 아니면 현재 인간의 몸으로 여겨지는 단일 존재로 볼 지와 같이 동시에 여러 차원이 존재한다. 만약 우리 몸을 원자들의 결합 상태로 인식하면, 몸 전체의 99.99%가 빈 공간이며 각 원자들을 하나의 별로 보면, 우리 몸은 우리가 보는 우주보다 크다. 몸속의 원자세계 등 매 차원별세계는 실재하고 있다. 다만 인간이 마지막 차원인 약 170cm의 몸 외부의 세계만 느낄 뿐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세포 차원의 인간 세계를 상대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세포 내에 있는 염색체 속의 약 30억 쌍의 염기서열을 조정한다. 인간 감정은 장기 차원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다. 언젠가 인간 의식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하부 구조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면, 우리 몸과 우주는 하나임을 알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든다. 최소한 소리 없이 아파하는 장기 차원의 세계만 느껴도, 간이나 위장에 해로운 음식을 먹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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