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Sep 24. 2021

총각파티에는 왜 스트립퍼가 있을까

같은 젠더, 다른 인생

남편은 대충 커다랗게 두 그룹의 친구들을 가지고 있다. 한 그룹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고향 친구들, 나머지 그룹은 대학시절부터 친해진 친구들. 그런데 그 두 그룹 친구들의 취향은 정말 다르다.


남편의 대학 친구들은 내가 결혼해서 좋아하게 된 남편의 많은 부분을 채워준 사람들 같았다. 회사 가기 힘든 아침에도 남편의 얼굴에 미소를 띄어주는 커피라는 취미를 갖게 해 준 친구도 대학시절에 만났고, 함께 하이킹을 가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취미도 그들을 통해 얻은 것 같았다.


반면 남편의 고향 친구들은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이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옥토버 페스티벌이 열리거나 열리지 않거나 자주 열리는 파티를 통해 맥주와 각종 알코올을 즐길 줄 알며, 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높은 사람들이었다. 남자들의 의리가 있다는 것을 첫눈에 보아도 느낄만한 사람들이었기에 차는커녕 자전거를 타고 술은커녕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을 여전히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여기는 것이 느껴졌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독일에 온 뒤 많아봤자 겨우 두세 번 만났던 친구들이라 여전히 그들을 알아가는 중이지만 남편이 대학 친구들과 친한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취향은 물론 정치적 성향도 너무 다른 고향 친구들과 어떻게 여전히 순진했던 소년들의 시절처럼 우정을 이어갈 수 있는지 궁금했던 터였다.


그러던 와중에 고향 친구 중 한 명이 결혼을 앞두고 남편에게 베스트맨, 그러니까 가장 친한 친구로서 결혼및 관련 행사들을 주도적으로 도와주는 들러리를 부탁하였고 남편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규제가 풀려가곤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 시기에다 모두 흩어진 친구들을 오랜만에 연락하여 초대하는 것, 그리고 결혼하는 친구를 위한 깜짝 이벤트까지 남편은 다른 몇몇 가까운 친구들과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남편은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것 마냥 이래저래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었다. 바로 베첼러 파티, 총각파티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남편 말로는 자신은 총각파티는 커녕 결혼식날에도 그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지만, 만약 자신이 총각파티를 했었다면 아마 친구들과 스노우보딩이나 스키를 타고 후에 불멍을 때리며 캠핑을 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친구의 경우는 아주 화끈한, 정말 결혼하기 전 열정을 모두 쏟아낼 파티를 계획 중인 것 같았다. 술도 많이 마시는 것을 싫어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것도 피곤한 나는 원체 늦은 밤 클럽이나 술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지 못하지만 여차 저차 한 친구의 총각파티 계획을 듣다가 마지막 ‘스트리퍼’라는 단어에 뭔가 모를 불편함이 들었다.


나는 한국말로 총각파티를 들어는 봤고, 미국 영화에서 가끔 나오던 스트리퍼가 있는 베첼러 파티를 본 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독일에서도 일반적인지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총각파티를 어떤 식으로 하더라? 총각파티도 문화적으로 다른가? 그런데 총각파티의 원래 의미가 정말 이렇게 뜬금없이 낯선 여성의 나체를 보고 술을 마시고 즐기는 것인가? 그게 결혼을 앞둔 마음과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거지?




이전 11화 내 꿈 꾸지 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