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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15. 2022

미운 (서른) 네 살 남편

Who is the best 남편

한국어 교재를 한참 보다가 남편이 혼자 중얼거렸다.


“저 아닌데요.”


무슨 기본 한국어 교재에 저런 말이 나오지? 싶었는데 기초 회화 대사 중 당신은 한국사람입니까? 학생입니까? 등등의 숱한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아니에요”였다.


그렇게 ‘저 학생 아니에요.’ ‘저 한국사람 아니에요.’등등 수많은 주어가 남편의 상황과는 다른 ‘아닌데요’ 문답들 중에서 갑자기 ‘저’만 남는 것은 이상한 부분이었다. 남편은 그렇게 지금까지 배운 한국어를 혼자 골똘히 떠올려보다 모든 문장을 부정문으로 바꾸는 잔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는데 괜히 간지럽히다가 걸려도 남편의 왈,

“저 아닌데요.”


차를 한 잔 마시고 싶은데 귀찮아서 한 번 부탁해도,

“저 아닌데요.”


한껏 신나게 나를 놀리다가 내가 약이 잔뜩 올라서 화를 내면 그제야 화를 풀어주려 시도하다가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약이 오르는데라고 소리치면 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저 아닌데요.”


미운 네 살이라더니, 미운 서른네 살 남편이다. 그렇게 거짓말하고 반대로만 말하다가 나중에 나 죽으면 엄청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며 한국의 오랜 전래동화 중 하나인 청개구리 이야기도 들려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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