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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Aug 23. 2022

내 꿈 꾸지 마

짱구같은 내남편


나는 꿈을 많이 꾼다.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꿈을 꾸지 않고 자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잠꼬대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물었다.


“어제 무슨 꿈 꿨어? 뭐가 안된다는 거야?”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무슨 꿈을 꿨더라… 생각이 나지 않아 모른다고 말하며 넘어갔는데, 반나절이 지나서 또 궁금했는지 다시 묻는 남편.


“지금은 생각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희미한 이미지나 기분이 생각나는 듯도 했지만, 확실하게 이거다 싶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꿈의 종류인지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많은 꿈들 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나온 소피와 하울처럼 하루 종일 하늘을 걸어 다니는 환상적이기만 한 꿈을 꾸거나, 그냥 평상시처럼 학교에 다녀왔다가 집에 와서 택배를 받았는데 그 옛날 남아공에서 만났던 친구가 뜬금없이 카드를 보낸 현실적인 꿈을 꾸면 다음 날 아침 기운은 괜찮았다. 문제는 이 현실적인 부분과 환상적인 부분이 뒤죽박죽 섞였을 때 일어났다. 보통 나는 완전히 현실적이지도, 완전히 상상적이지도 않은, 현실과 상상이 레고 블록처럼 차곡차곡 연결된 꿈을 꿨는데, 그러고 나면 다음날 나는 특히나 더 피곤했다.


예를 들면, 어느 날은 꿈속에 내가 좋아하던 어릴 적 만화 주인공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모두같이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 파티를 열었다. 둘리도 있고, 세일러문도 있고, 피구왕 통키도 있고, 짱구도 있는데 하필 그날은 내가 지구용사 선가드의 불새였나 보다.


만화 주인공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도시 전체에 커다란 사이렌이 울리더니 내 몸이 공중으로 떠서 선가드의 심장 부분에 들어가 합체가 되어버렸다. 이미 만화를 알고 있던 나는 몸이 떠서 로봇 안에 있는 조종석에 안착했을 때부터 이제 내가 이 로봇을 조종하겠구나 생각했고, 그래서 손잡이를 잡고 손을 움직이려던 참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로봇과 손과 발이 연결된 상태에게 몸을 한 번 움직여보려고 했는데, 아뿔싸. 생각보다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닌가. 손잡이가 묵직해서 한번 쭈욱 잡아당겼다 펼쳐보는데 그대로 옆에 있던 건물 하나가 박살이 나버렸다. 너무 놀라 자리를 옮기려고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 다리 하나의 사이즈가 거리보다 굵어서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그곳에서 빠져나가려고 꼿발을 서보려고 하는데 아차 하는 순간 집 한 채를 밟아버렸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식은땀만 흘리고 끝나버린 꿈…


가만히 듣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오~~~ 나도 네 꿈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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