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놀라게 한 한국 제품들
어느 날은 남편과 영화를 보는데 남편이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에선 저렇게 베개 싸움하면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조폭 영화가 되지 않아? 한국에서도 설마 베개 싸움하는 건 아니지?”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남편이 이어갔다.
“장머님 침대 돌침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의 시작은 남편이 처음으로 한국을 여행할 때로 돌아간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나를 만나러 처음 한국에 온 날, 그가 기억하는 한국의 첫 이미지는 한국에는 키 큰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국가의 남녀의 키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들이 독일 여성들보다 키가 큰가 싶어 의아했다. 인천공항에서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물어보니 아무래도 남편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발을 딛고 처음 본 한국 여성들이 여자 농구팀이나 배구팀이었던 것 같았다. 190인 남편이 자기와 비슷한 키의 여자들을 한 명도 아니고 줄줄이 그를 지나치는 것을 보고 남편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서울에서 며칠을 돌아보며 그가 두 번째로 궁금했던 것은 바로 버스 바깥, 안, 곳곳에 붙여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광고판들이었는데 남편이 가리키고 보니 연예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학원 선생님들이었다. 연예인들은 어느 나라에 가도 광고판의 주인공들이긴 했지만 학원 선생님들이 이렇게 연예인처럼 우리 주변 광고판을 채운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신기한 일이었다.
그 외에도 몇몇 신기한 장면들이 남편 눈에 포착되긴 했지만, 그중에도 남편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물건은 바로 장모님 안방에 있었다. 그가 우리 집에 처음 방문했던 날, 특별한 것 없는 안방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남편의 시선을 잡은 것이 있었다. 방 한가운데 침대처럼 보이지만 그가 아는 침대와는 사뭇 다른 그것을 가리키며 도대체 무슨 물체인지 그는 물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돌’ 침대라고 말했지만, 그에겐 전혀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매우 신기한 표정을 짓던 남편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