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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y 03. 2022

사진찍는 아내, 기다리는 남편

사진을 둘러싼 짜증을 줄이는 방법

나의 귀여운 남편도 짜증을 낼 때가 있다. 바로 사진 찍을 때. 처음 몇 번은 군말 없이 함께 찍고 또 찍어주지만, 나의 한 번만 한 번만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한 번만이 되려 하면 남편의 표정도 서서히 어두워진다.


문제는 귀여운 남편은 짜증도 귀여워서 짜증을 내는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웃음이 터져버리고 만다. 짜증이 잔뜩 나서 한다는 소리가


“짜장면, 짜장면, 매우 짜장면”


이라고 하는데 어찌 웃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외국인인 남편은 내가 짜증이 날 때마다 터져나오는 짜증나를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어 단어인 짜장면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는 짜증이 나는 상황이 되면 짜장면을 연발하며 웃음으로 짜증을 누그러트리는 독특한 커플문화를 갖고 있었다.


나는 나쁜 한국말을 남편에게 가르치지 않았고, 남편 역시 내가 사용하는 한국말 외엔 아직 특별한 인풋이 없어 그의 짜증내는 표현 역시 아직까진 귀엽고 만다.


그럼에도 귀여운 남편의 볼멘 짜장면 불평이 늘어나면 나에게도 그의 짜증을 녹일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바로 리얼 짜장면. 나는 집에 가서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준다는 말로 남편의 생각 회로를 돌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마치 전기가 흘러 통하듯 바로 응답하는 남편.


“짜장면 맛있어!”


그리곤 언제 짜증을 냈냐는 듯 나의 한 번만 요청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사진을 찍어주고, 또 사진을 찍혀주는 귀여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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