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사달라곤 했지만,
독일에서 자란 남자가 모두 유태오님처럼 꽃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자라진 않는다. 물론 모든 독일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독일 사람인 남편에겐 한국인의 눈치와 말하지 않아도 여자친구나 아내의 마음을 먼저 알아채는 능력은 거의 마법이나 독심술과 같은 초능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굳이, 새삼스럽게 꼭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하는 마법같은 기대는 일찌감치 내려두게 되었고,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꽃을 사오면 좋겠다 말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편과 함께 산지도 어느새 3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남편은 정말 꽃을 사온다. 신기하게도 처음에 꽃 이야기를 한 건 나였지만 남편은 종종 꽃을 서프라이즈로 들고 왔다. 좋아하는 나를 보며 꽃을 사오는 남편의 기분도 뿌듯하니 남편에게도 꽃을 사는 새로운 습관이 생긴 것 같은데,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바로 남편은 꽃이 예뻐서 사오는게 아니라 신기해서 사온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