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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Dec 18. 2020

필리핀 할아버지들은 왜 햄버거를 잘 드시는 걸까?

우리가 아직 모르는 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다바오 시티, 이른 아침 맥모닝과 필리핀 할아버지


'필리핀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햄버거를 잘 드시는 거지?'

필리핀에 살고 난지 일 년이 지난해였을까. 필리핀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 민다나오에 있는 필리핀에서 제일 높고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아포산을 오르기 위해 들린 맥도널드에서 문득 떠오른 질문이었다.


나와 산에 오를 동생 한 명과 함께 우리는 이른 아침 여섯 시 즈음, 주변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맥도널드에서 배를 축이며 버스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거의 두 시간 정도를 맥도널드의 구석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며 고요한 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필리핀의 유명한 졸리비부터 세계적인 브랜드인 맥도널드, KFC 등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들은 언제나 붐비는 필리핀이었지만, 이른 아침 시간만큼은 아마 유일하게 고요한 시간이 아닐까?


그렇게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매장엔 신기하게도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계셨다. 한껏 차려입으신 것은 아니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보란 듯이 삼십 도를 수직으로 뚫고 더워지는 필리핀의 여름날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티셔츠를 과감하게 배꼽 위까지 걷어 재낀 어르신들에 비하면 신사 같은 차림이었다. 그렇게 말끔한 옷차림에 옆구리에는 신문을 끼고 자리에 앉으셔서는 햄버거와 커피를 시키시던 할아버지.


충격이었다. 내가 서울에 살았었다면 아침 일찍부터 하루 첫끼로 햄버거를 드시러 오는 할아버지를 훨씬 쉽게 마주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 곳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가 아닌 필리핀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다바오라는 도시의 외곽지역이었다. 민다나오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 계시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분들의 친구분들도 햄버거라면 마지못해, 너무나 궁금한 호기심 때문에 몇 번 베어 물으실 순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햄버거를 주식으로, 그것도 하루의 첫끼로 드신다는 것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삼십 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서 커피가 식어가기를 기다리며 여유 있게 신문을 읽고 계시는 저 필리핀 할아버지께서 유별나게 햄버거를 좋아하는 독특한 분이신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그 이른 아침 매장을 채운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할아버지도, 또 다른 할머니도 저기 다른 테이블에서 각자의 모닝 메뉴들을 즐기고 계셨다. 어떻게 필리핀에서는 어린이,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햄버거를 거리낌 없이 하루 첫끼, 아침 식사로 드실 수 있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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