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Feb 09. 2021

인류학도의 동남아시아 여행 준비물

인간 중심 질문 만들기




입학 전 읽었던 인류학 제목의 책들


제가 좋아하는 공부는 Anthropology입니다!


나의 20대는 어쩌다 보니 동남아시아, 그중에서도 필리핀과 인연이 많았다. 필리핀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가장 처음엔 환경단체 활동가로 불렸고, 그다음엔 국제개발 활동가로 불렸다가, 마지막에는 인류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다른 두 직업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인류학자만큼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필리핀 사람들이 나에게 여기서 무슨 일을 해요?라고 물으면 나는 Anthropology라는,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답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첫 반응이었다.


"참 좋은걸 공부하네요!"


공부를 하는 나도 인류학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아리송한데 필리핀 사람들은 어떻게 인류학을 잘 알고 있을까? 필리핀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인류학이 조금 더 보편적인 걸까? 흥미로운 사람들의 반응을 이어받아 그럼 인류학의 무엇이 그렇게 좋은 건가요라고 다시 물어보면 나는 금세 우리의 대화 사이에 어떤 오해가 생겼었는지 발견하게 되었다.


“Entrepreneur, 그거 좋은 거잖아.

회사도 만들고 돈도 벌고! 아주 진취적인 친구네;)”


사람들은 내가 Anthropology, 인류학이라고 대답할 때 이와 비슷하게 들리는 영어 Enterpreneurship, 기업가 혹은 창업가 과정으로 잘못 알아 들었던 것이다;) 그 말인즉슨 사람들이 내 전공을 좋아한 이유는 내가 인류학이 아닌 창업하고 돈을 버는 사람인 줄 오해한 것을 알게 되자 나는 금세 웃펐다.


그래서 내가 창업가가 아니라 인류학이에요라고 다시 정정해서 말하면 그제야 사람들은 내가 원래 예상했던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Anthropology? 그게 뭔가요? 뭐 하는 건가요?”


그렇게 사람들이 다시 물어보면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그러게 말이에요.”라고 넘기곤 했다.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몇몇 글들을 읽어보면 대략 인류학이 무엇이고 인류학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그 어떤 복잡한 정의들 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답이 있다.



인류학과 교실 책걸상은 고고학 유물같다


멍멍의 의미를 파해치는

수의학과 인류학의 서로 다른 접근법


 대답은 필리핀 국립대학교의 어느 인상 깊은 인류학과 교수님 한 분이 인류학 이론 첫 시간에 들려주신 설명이었다. 이 교수님의 배경은 참 독특한데 필리핀에서 학사를 수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인류학으로 석사를 마친 뒤, 암스테르담에서 의료인류학으로 박사를 받으신,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들을 아시아와 아메리카와 유럽 땅 모든 곳에서 공부하신 분이셨다. 어쩌다 보니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에서 조금씩 살아본 경험 때문에 직접 그 땅에 발을 닫고 스스로 집을 구하고 전기세를 내고 요리를 해보기까지 세 대륙의 차이가 얼마나 다르고, 생각의 다양함이 클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교수님의 배경은 나의 호기심을 처음부터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리핀 할아버지들은 왜 햄버거를 잘 드시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