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젊은이들은 어디에 맨날 걸터 앉아 있는걸까

제독의 다리 근처 운하길, 베를린 - 크로이츠 베르크

by 따뜻한 선인장


버스 위에서 스쳐 지나간 카이로의 나일강



내가 처음 이집트의 카이로를 갔을 때 놀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도시를 지나 흐르는 강이 바로 그 유명한 나일강이라는 것. 그런데 내가 하나 더 놀란 것이 있었다. 바로 나일강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강이라는데도 카이로 도심에서 마주했던 나일강의 폭이 참 좁았다는 것이다. 폭으로만 따지자면 서울의 한강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


단순히 이집트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왠만한 중북부 나라들을 대부분 지나는 만큼 내가 본 카이로의 나일강은 아마 수많은 머리카락 중 단 한 가닥의 모양일 것이 분명했다.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어떤 나일강은 바다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곳도 있을테고, 또 어떤 곳은 하천만큼 작게 졸졸 흐르는 곳도 있을 것이었다. 다만 내 기억에 나일강이 그리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오히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부분도 있다라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서일 것이다.



베를린 엘센다리 위에서 바라본 슈프레강



베를린에도 강이 흐른다. 슈프레(Spree)라는 이름을 가진 강이다. 그 폭이 신기하게도 나에겐 카이로의 나일강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 넓지 않아 오히려 편안함을 안겨주는 강변.


물론 같은 강이라고 해도 어떤 곳은 폭이 조금 더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베를린에서는 제법 폭이 넓은편에 속하는 베를린 장벽 관광지 주변의 엘센 다리(Elsenbrück)의 경우엔 185m 정도이지만, 조금 더 남쪽인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노을이 아름다운 제독의 다리 (Admiralbrücke)의 경우엔 33m 정도로 좁다.



베를린돔, 티비타워, 훔볼트 포럼이 보이는 박물관 섬
베를린 장벽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트렙토워 파크
물론 슈프레강을 따라 보는 미테 지역의 야경도 예쁘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슈프레강을 따라 걸으면 베를린의 유명한 명소들을 대부분 볼 수 있다. 물론 강줄기가 몇몇으로 나뉘기 때문에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두꺼운 슈프레강을 따라가다보면 베를린 서쪽의 거대한 티어가르텐(Tiergarten)이라는 숲공원부터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 뮤지움섬이라고 하는 도심 중심의 주요 박물관 주변, 그리고 베를린 장벽 관광지와 동쪽 끝의 공원인 트렙토워 파크(Treptower)까지 알찬 걷기 여행의 코스가 된다.





위의 코스들은 베를린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날씨 좋은 날 도전해보라고 추천할 수 있다면, 왠만한 관광지들은 모두 둘러보고 베를린 현지인들이 어디서 놀고 먹고 사는지가 궁금하다면 Landwehrkanal이라는 베를린 운하 주변 길을 추천한다.


특히 Hallesches Tor라고 하는 베를린 남쪽 중심지역부터 운하를 따라 걷다보면 베를린 힙스터들이 많이 모여 사는 크로이츠 베르크 지역, 그리고 마지막 트렙토워 파크까지 작고 예쁜 운하길이 펼쳐진다.





크로이츠 베르크 지역 주변에는 수많은 카페와 베이커리와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사람들은 커피나 맥주, 와인 한 병 씩을 들고 나와 운하 근처에 앉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운하 주변에는 대가족 단위의 백조 커뮤니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펭귄타운으로 잘 알려진 볼더스 마을에 갔을 때에도 펭귄이 생각보다 사나우니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바라보면 무척 우아한 백조이지만 이 곳의 백조들은 풀도 촙촙촙 뜯어 먹을 정도로 물과 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다. 짧은 다리때문에 백조가 느릴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항상 구부러져 있는 백조의 목이 일자로 펼쳐진다면 사냥감을 향해 몸을 날리는 뱀처럼 제법 빠르고 날렵하게 부리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운하를 걸어다니고 또 베를리너들은 자기들끼리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기에 백조는 백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운하 근처에서 여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시간과 온도와 날씨가 잘 맞는다면 이렇게 운하 위로 타오르는 석양을 마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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