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의 노래 가사였다니
베를린처럼 먹을 곳이 많은 곳에서 별점이 그리 높아도 두번 다시 가지 않는 곳들 뿐인 곳으로 이사 와서부턴 음식을 더 자주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음악을 더 자주 틀게 된다. 같은 노래들을 계속 듣다가 지겨워져서 랜덤으로 노래를 틀어놨는데, 문득 오랜만에 이문세 님의 깊은 밤을 날아서가 흘러나왔다.
매일같이 듣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노래가 흘러나오면 기분 좋게 노랫말을 따라 부를 정도로 가사까지 아는 좋아하는 노래였기에, 이번에도 평소처럼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노랫말 가사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며 이해되기 시작했다.
“난 오직 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밤하늘을 날아서
그대 잠든 모습 바라보다가 입 맞추고 날아가고파 “
문득,
아! 그래서 이런 가사가 나왔구나 미소가 지어졌다.
문득 어젯밤 자기 전에 봤던 남편의 얼굴이 생각났다. 불 끄기 전, 매일밤 자기 전에, 어두워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기 전에, 나는 남편 얼굴을 한번 꼭 다시 보고 불을 껐다. 잠자기 전에만 안경을 벗어서, 안경을 벗으면 꼭 딴 사람 같은 느낌도 드는 남편. 남편이 안경을 벗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척 예쁘다. 속눈썹도 예쁘고, 콧대도 예쁘고, 남편이 예쁜 아기처럼 포근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의 이마 사이에 살짝 입을 맞추며 잘자요라고 말해준다.
이 그림이 깊은 밤을 날아서 가사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그래서 이 노래가 이런 노래였구나를 서른이 넘고 마흔이 가까워지는 지금이라도 처음 알게 되어 미소가 지어졌다. 결혼한 지 5년이 되어 가는 요즘, 그동안은 한 번도 확실히 이해되지 않던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 조금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뭔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런 가사들을 하나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감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