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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누나 Apr 16. 2024

美 꼰대> 한국 꼰대! 징글징글한 서양 꼰대 회사 후기

미국 회사가 좋다고요? 이런 회사도 있습니다

가끔 한국 친구, 지인은 물론 프리랜서로서 한국에서 일을 받아 종종 함께 일하다 보면 직장 동료들이 "미국 회사는 자유롭고 좋죠? 부럽다"와 같은 반응이 많다. 한국에 놀러 가면 미용실, 개인교습, 심지어는 친구의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더라도 여전히 어느 정도 미국 기업에 대한 환상이 깔려있는 듯했다. 미국 인종차별 이야기나 총기 사건 사고와는 별개로, 미국 현지 기업의 선진적인 문화나 복지가 아주 좋다는 막연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런 회사가 없는 건 아니다. 복지, 문화, 직원들 수준이 전반적으로 다 좋은 대단한 회사들도 있겠지만, 내가 다녀본 미국인들이 99%인 대기업(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지사가 있거나, 유명 브랜드 거나 등등)은 생각 외로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다양한 이직처를 거치며, 미국 회사 내에서 회사 문화나 복지를 비교 분석해 보며 장단점을 논할 정도의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오늘은 최근 이직한 회사가 내가 다녀본 회사(한국, 미국, 홍콩 통틀어) 중 가장 꼰대스럽고,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듯해 무척 놀라웠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보수적인 문화를 고수하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상상 그 이상의 꼰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어 놀라웠다. 특히 이직한 회사를 다니기 전 직장 또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였으나,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처럼 팀원 단체 교육이나 꼰대식 '매너' 강좌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 더욱 충격이었다. 


지난주 날씨 좋은 수요일 점심, '자율' 출석가능한 강좌라곤 했지만 100% 참석률을 목표로 한다는 매너 강좌는 사실 안 오면 찍히기 딱 좋은 분위기의 미팅이 개최되었다. 이날 미팅에선 자유롭게 점심을 먹으며 부서원들과 오피스 에티켓, 매너 강좌를 듣는 것이라고 했지만 잡담 한 마디 없는 엄숙한 분위기와 거대한 PPT 스크린에 모두가 조용히 화면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부사장이 입장해 아재 개그와 함께 강좌를 시작했다. 강좌의 대표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1. 매달 에티켓 주제가 바뀐다. 이달 주제는 상사와 식사를 하거나 출장 시 사람들 앞에서 조심해야 할 행실을 보여주었는데,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 주변 동료들에 비해 비싼 음식 시키지 말기, 내가 음식 먹는 속도는 상사에게 맞춰야 하며 내가 너무 빨리 먹거나 늦게 먹는 것은 비매너라며 냄새도 안 나고, 적당히 상사의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적절한 가격대의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게다가 더 황당한 사실은 점심이든 저녁식사든, 다음 스케줄은 상사나 가장 높은 포지션의 사람이 정한다. 즉 상사가 3시간 4시간 식당에 죽치고 앉아있고 싶음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분들은 "에이~ 이 정도로 뭘! 한국에서는 김치찌개로 통일한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겠지만, 미국에선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물론 비건, 베지테리안도 많기에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정말 생소한 일이다. 


게다가 상사 밥 먹는 속도에 맞춰 같이 식사를 해라? 이건 마치 우리나라 회사원들에게 점심은 파스타 아니면 징계와 같은 황당무계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내 직속 상사는 과거 운동선수 출신으로, 나는 살면서 그렇게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한 마리의 굶은 야생 들개처럼 점심을 먹는 우리 상사 속도대로 밥을 먹으면 나는 한 숟가락 먹고 나면 끝일 것이다. 게다가 지저분한 음식은 먹지 말라는데, 이건 도대체 뭘 의미하는가? 미국 백인들이 다수인 현 회사에선 타코, 김치찌개, 인도 카레, 뭐 각종 백인들이 자주 먹는 샌드위치, 샐러드가 아님 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음식 아닌가? 근데 그들이 먹는 샐러드에 들어가는 블루치즈 발냄새는 어쩔 건지. 내로남불? 이런 헛소리에 속으로 혼자 먹는 게 속편 하겠네 했는데, 앞에 앉은 몇 안 되는 흑인 동료가 "정확히 어떤 음식을 말하는가? 그리고 비싼 음식의 기준이 뭔가? 같은 식당에 가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는가?"물어보자 "분위기를 봐가며 하라"는 진정 꼰대 같은 대답으로 질문을 넘겼다. 즉, 눈치 보며 그날 상사나 높은 직책이 기분이 안 좋아 보임 알아서 잘하라는 기준 없는 황당한 이야기만 하는 게 황당했다.



두 번째로 2. 오피스 기본 매너인 소음, 냄새나는 간식, 마음대로 다가가서 질문하는 것 등에 대한 주의를 주며 "바쁨"이라고 적힌 깃발을 나눠주며 이걸 세우고 있음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근데 더 웃긴 건, 적당히 알아서 과잉 이용하지 말란다. 즉 상사 눈에 든 사람들은 막 써도 되고 아닌 사람은 쓰지 말란 건지- 기도 안 차는 이상한 룰을 적용했다. 그러면서 더 웃긴 건, 회사에서 사용하는 아웃룩 메일함에 본인 스케줄을 마킹해 두라고 한다. 근데 막상 언제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작성해 두니, 아무도 안 읽고 출근 전부터 이것저것 요청을 한다. 


세 번째 꼰대포인트는 이 강좌를 하며 전 부서원들의 모습을 쭈욱 보는데, 3. 허리가 없다. 즉 20대 30대 초반 외에는 전부 50대 이상이라 30대 중후반~40대 중후반까지 매니저 역할을 하는 허리가 없어서 그런지 50대 이상(좋게 봐서 50대고, 실제론 6학년들이 대부분인 듯)이 2030 세대를 이끌어나가는데 굉장히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수십 명 있는 줌 미팅에서도 카메라를 켜라고 한다던지, 오전 8시 미팅이라던지, 전혀 필요 없는 점심 미팅이나 각종 팀별 회식 미팅도 너무 자주 있다. 게다가 재미없고 나이 든 리더십들의 골프이야기나 결혼 썰로 점철되어 더욱 고역이다. 더 웃긴 건 이런 이야기하다가 젊음 친구들한테는 갑자기 자신의 꿈을 자신에게 팔아보라며, 웅변을 해보라 한다. 그럼 이미 불편한 점심을 먹던 젊은 친구들이 상사 눈에 들기 위해 불편하지만 자신의 없는 야망을 쥐어짜며 이야기한다.  


전 회사에서 작업한 의류가 판매 중이더라.


나아가 네 번째 포인트는 4. 내가 미국 온 지 15년? 16년 만에 들은 첫 이야기인데, 대화를 장악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다. 뭔 소린가 하고 들어봤더니, 직장동료들과 함께할 때 너무 말을 많이 하지 말되 너무 말 안 하는 것도 안된단다. 그러면서 적당히 잘 어울릴 수 있게 자기 인식 능력을 가지라는데 그 말을 하는 디렉터가 가장 눈치가 없게 말 많은 백인 중년 아저씨다. 농담이랍시고 자기 할머니가 젊을 땐 시댁 가서 살면서 시어머니 요리를 배워야 했는데, 그 시절이 부럽다는 둥 이런 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할 정도다. 또한 본인 골프 이야기를 내내 이야기하며, 정말 '개저씨' 소리가 절로 나오는 분인데, 대화를 장악하지 말라고 말 한마디 안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이게 꼰대가 아니면 뭐가 꼰대인지 묻고 싶다.


내가 이런 꼰대 포인트 몇 가지를 자주 가는 한인 사이트에 올리자, 다들 이런 회사는 미국 와서 처음 듣는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같은 지역에 사는 한인들이 내가 다니는 회사에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다니는 사람을 안다면서 '그 회사가 좀 그렇다더라'라는 공감의 이야기를 남겨주었다. 또한, 실제로 면접을 보신 분은 부사장급 디렉터와 갑자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면접을 보는 둥 미국 회사의 기본 절차와 동떨어져있는 행태가 기억이 남는다는 의견도 남겨주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놀라는 미국 회사의 꼰대력이기에, 이게 평범한 건 아니지만 미국에도 이처럼 꼰대 회사가 존재한다. 


이런 의류를 하다가 이거에 비해서 너무나 심플한 제품을 만드는데, 시간과 스트레스가 어마무시. 


아마 많은 사람들은 미국 회사엔 그래도 한국보다 좋은 동료, 상사, 문화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비슷하다. 한국의 좋은 스타트업 기업 문화에 비교하면 내가 다니는 미국 회사는 거의 뭐 군대 말년 병장들이 할만한 소리 아닌가? 하지만 2024년 미국에 이런 기업이 있다. 심지어 한국인은 거의 없다. 이런 기업 문화이다 보니,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꼰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만 남게 되고, 고인 물들이 결국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물들이는 형태의 회사에 내가 이직했다. 이직하고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1년은 채우고 나가야 하는데 앞이 깜깜할 정도다. 


이런 꼰대 회사가 누군가에겐 그래도 꿈의 직장일지도 모르겠다. 일 예로, 내 옆에 앉은 직장 동료는 경력이 적고 실제 업무 경험도 상대적으로 아주 적다. 게다가 테크니컬 디자이너의 기본인 의류 패턴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다. 도대체 업무를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할 정도다. 이건 마치, PDF 파일을 열 줄 모른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 동료가 경험도, 능력도 적은 것에 비해 기업 규모가 크다 보니 실제 업무에 중요한 방향성이나 체계를 설계하기보단 본인 생각대로, 폰트 사이즈나 색깔별 카테고리 나 누에 치중하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더라. 근데도 이 회사는 이렇게 능력이 떨어지고, 회사 시스템을 엉망으로 세팅해 둔 직원의 능력 개발이나 해고보단 열심히 예쓰맨으로 사는 태도와 쓸데없는 야근에 열정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 곧 놀러 간다고 히히 


미국회사에서 이런 관경을 볼 줄이야... 즉, 회사 사내 분위기가 아무리 꼰대 같아도 여기에 혜택을 보는 직원도 있는 것이다. 무능하고 능력은 없지만, 꼰대들의 마음에 드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살아남는다. 즉, 말 그대로 물경력도 경력으로 쌓아가는 직원을 보며 역시 능력보단 TPO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같이 일하면서 여러모로 힘든 동료인데, 이번 이직 경험을 통해 같이 일하는 동료가 능력이 아주 떨어지는 직원이면 얼마나 고역인지 알게 되었다. 매번 이직할 때마다 매니저, 같이 일하는 부장의 성격을 크게 보고 이직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같이 일하는 동료가 의외로 복병이겠다는 배움을 얻었다.


절이 싫음 중이 떠나야 하니 나는 오늘도 이력서를 뿌리지만, 제발 다음 직장은 팀원, 집에서 출퇴근 거리, 연봉, 회사 사내 분위기 모두 적당히 좋은 회사에 가고 싶다. 이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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