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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Jun 30. 2020

민항 조종사의 장단점

민항 조종사가 되니까 좋은 점.

1. 공짜로 여객기를 5,000번 가까이 탔다. 죽기 전까지 10,000번 채우는 게 목표다.

2. 공짜로 남들은 보기 힘든 이 세상 절경들을 보고 다닌다 ; 오로라, light pillar, 북극점,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등...

3. 일 때문이기는 하지만, 공짜로 나름(?) 좋은 호텔들에서 한 달에도 몇 번씩 묵는다.

4. 호텔 뷔페도 자주 먹는다. (비록 식권을 몰아서 써야 하기는 하지만)

5. 남들은 평생 타보기 힘든 1등석, 비즈니스석을 수시로 앉는다.

6. 남들은 비행기 탈 때 돈 내는데, 난 돈 받으면서 탄다.

7. 직장이 꽃밭이다.

8. 남자들의 로망의 대상인 스튜어디스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잔다.

9. 전 세계 언어에 능통해진다.
    Ex) 인사말, 고마워요, 예뻐요, 비싸요, 깎아줘요, 안 사요, 아파요, 세게, 살살...

10. 전 세계 음식을 맛본다.

11. 남들 일할 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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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항 조종사가 되니까 나쁜 점.
1. 비행기 타는 게 두렵거나 귀찮거나 싫을 때가 있다.( 날씨 나쁘거나, 아프거나, 꿈자리가 뒤숭숭하거나, 행선지가 안 좋다거나...)

2. 절경을 보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밤샘 비행, 북극 방사선 뒤집어쓰기, 비상 경로 숙지 등)

3. 나름 좋은 호텔들도 있지만 정말 안 좋은 호텔들도 많다. 호텔이 지겨워진다.

4. 유럽에서는 그나마 아침 뷔페 먹고, 국내에서는 식권 몰았으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지만, 미국이나 동남아에서는 삼시 세 끼를 사 먹어야 한다.(햄버거 질린다.)

5. 한자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가 많다.(다른 기장 또는 부기장과 휴식 후 교대하니까) 또는 좌석은 1등석이나 비즈니스지만 서비스는 유상승객과 같은 서비스를 못 받는다. 당연한 건데 비교되니까 살짝 언짢다.

6. 돈 받으면서 타는 만큼 회사는 본전을 뽑으려 한다.(놀면서 가지를 못한다.)

7. 직장이 꽃밭이기는 한데, 꽃들이 나를 벌로 여기지를 않는다. 예쁘다고 꽃밭에 뛰어드는 순간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거나 숨어있는 독사에게 물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바라만 보는 관상용 꽃밭이지, 내가 꺾을 수 있는 꽃밭이 아니다.)

8. 같은 지붕 아래서 자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는 층도 다를 때도 많다.

9. 장점에서 말한 단어와 문장들 빼면 영어도 점점 어눌해져 간다.

10. 전 세계의 햄버거와 정크푸드를 맛볼 뿐이다.

11. 남들 쉴 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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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민항 조종사가 그림 1/2

요즘 내가 생각하는 민항 조종사가 그림 3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롤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조종사가 그림 4

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민항 조종사가 그림
내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민항 조종사가 그림
요즘 내가 생각하는 민항 조종사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롤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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