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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Jan 24. 2021

향후 단기간 조종사 전망

요즘 조종사가 되겠다고 도전해도 되냐고 많이들 물어봅니다.
저뿐만 아니라 공군/항공사에 근무하면 누구나 질문을 받을 겁니다.

선결론 1줄.
꿈이 아닌 (급여, 근무조건, 미래 등) 좋은 직장으로 조종사가 되고 싶다면 하지 마세요.
앞으로 최소 5년은 채용이라는 단비가 사하라 사막에 내리는 비처럼 드물 거니까요.

각 항공사에 2019년 후반기와 2020년 초에 공채 합격했던 조종사들이 대부분 입사를 못하고 무한정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스타 항공과 군소 항공사에서 쏟아져 나온 기성 기장/부기장만 수백 명입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고참 기장들도 100명을 상회합니다.

2021년에 어느 항공사도 경력 조종사 채용도 안 하기 때문에 적체된 군 경력 조종사만 20년/21년 하면 300명에 가깝습니다.
내년에도 150명 가까이(해/공군) 될 겁니다.

매해 양성되는 사업용 조종면장을 가진 조종사만 1,500명 안팤입니다.(2019년 1,688명 발급. 첫 번째 사진)
그중에 대한항공/아시아나 양대 대형 항공사에 300명 남짓 채용되고 기타 최대 잡아서 200명이 채용된다고 해도 1000명이 취업을 못합니다.
(2018년 635명, 2019년 548명, 2020년 48명)
막힌 하늘길, 굳게 닫힌 조종사 취업 시장[떴다 떴다 변비행]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707/101855945/1(donga.com)

1년이 지나면 2,000명의 장롱 면장 조종사가 생기고,
2년이 지나면 3,000명의 장롱 면장 조종사가 생깁니다.
이미 2018년부터 국내 조종사 채용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과포화 상태였습니다.
며칠 전 대전에서 치러진 8급 공무원 조종사 채용시험에 유경력자만 수백 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FSC 조종사들도 응시했다고 합니다.

5년이 지나면 괜찮을까?
그건 장담을 못합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항공시장이 다시 부활할지, 더 급속히 팽창할지, 오히려 더 축소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항공시장은 단일 국가로는 가장 항공여객 수요가 많은 두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의지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의 수요가 관광객입니다.
그런데 지금 두나라와의 관계가 불편합니다.

중국은 주한미군/사드 배치/동북공정 등으로 우리와 알게 모르게 긴장이 조성되어 아직도 한한령이 남아있고,
일본과는 위안부/강제징용 보상 관련으로 사이가 안 좋습니다.

최근 10여 년간 국내 항공사의 양적 팽창을 대부분 담당하는 LCC는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중국/일본/동남아라는 3대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했던 아시아나 항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신생 항공사로 아직 비행을 시작도 못한 에어로-K, 에어 프리미어, 플라이 강원 등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좋은 직업이니까 조종사가 되겠다고 지금 뛰어들면 말입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최소 4년,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항공운항학과 재학생이 아니라면 최소 2년이라는 긴 시간과 2억 원이라는 돈만 헛되이 날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난 조종사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급여나 미래는 몰라도 나는 하늘을 날고 싶다."라고 한다면 길은 있습니다.
공군사관학교와 ROTC(학군단)이 개설된 항공대/한서대/교통대 항공운항학과로 진학하는 것입니다.(해군사관학교는 비추입니다. 해군사관학교 졸업생도 고정익 조종사가 될 수 있지만 매년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고, 해군에서 진급도 뒤로 밀립니다.)
이밖에는 기타 대학교 항공운항학과 진학 후 공군 조종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길도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 및 임관 후 공군 조종사로서 15년(공사)과 13년(ROTC/조종장학생) 복무 후 공군에 남아서 지휘관으로 진급하거나  민항조종사로서 제2의 인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공군 조종사들의 급여와 복지는 상당합니다. 물론 민간항공사의 근무조건/복지/급여와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만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소 10년 후의 일이라면 누구도 알 수 없겠죠.

다시 말씀드립니다.
향후 5년 안에 단순히 좋은 직업으로써 조종사가 되어서 취업을 하고 싶다면 저는 말립니다.

하지만, 나는 조종사가 되는 것이 꿈이고, 그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본인이 결심하시거나, 가족/친지에게 조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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