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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Jan 26. 2021

시베리아 비행

서시베리아 상공의 북쪽 하늘에서 "신들의 영혼"이 춤을 춘다.
바렌츠 해 상공일 것이라 여겨지는 수백km 높이의 하늘에서 '발키리'가 인도하는 전사들의 영혼이 발할라로 들어가는 길에 신들이 영접을 나와 춤을 춘다.

처음에는 희미하고 창백했던 빛의 고리가 전사들의 영혼이 접근하자 무리 지어 일렁이며 춤을 춘다.

문득 춤추는 댄서의 너풀거리는 소매자락처럼 일렁이다 뭉쳐져 밝게 빛나고, 전사들의 영혼을 씻어주는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다시 그들의 상처 입은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비단처럼 굽이친다.

 칠흑 같은 밤하늘 35,000피트를 동으로 가로지르는 현대의 nomad는 그저 봐도 봐도 경이로운 신들의 영혼의 춤사위를 입을 벌린 채 바라만 본다.



#민항 #비행일지 #프랑크푸르트 #인천

20시간 휴식 후 인천으로 복귀하는 비행.
오늘 비행기는 B777-300ER 여객기.

인천에서 lower compartment에 화물을 싣고 왔다가 빈 비행기로 돌아가는 길이다.
화물도 손님도 없이 기장 2명 부기장 1명이 9시간 50분을 날아가는 ferry flight이다.

이륙 후 2시간이 지나고 부기장은 휴식을 취하러 나가고 P2 기장이 교대해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 페테르부르크를 지나고 라도가 호수를 지나 북위 64 이상의 타이가 지대 상공으로 날아가자 북쪽 하늘에 오로라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로라라는 이름은 아우로라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이며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여명의 여신(그리스 신화의 에오스)'이기도 하다. 아우로라는 눈처럼 하얗고 장미향기가 나는 피부를 가진 금발의 아름다운 여신이며 태양신 헬리오스의 누이동생이다. 중위도에서 볼 수 있는 극광이 새벽빛과 비슷하기 때문에 17세기경부터 극광을 오로라라고 부르게 되었다.

오로라가 가장 자주 보이는 곳은 남극 및 북극 양극 지방의 지구 자기 위도 65∼70도의 범위로서 이 지역을 오로라대(auroral zone)라고 한다. 오로라 대보다 고위도(극관 지역)나 저위도에서의 출현 빈도는 감소한다. 출현하는 위도는 지방시(地方時)에 따라 다르며, 야간에는 65∼70도에 많으며, 주간에는 75∼80도로 위도가 높아진다.

오로라가 나타나는 높이는 지상 약 80∼수백km의 초고층 대기층이다. 커튼 하단의 높이는 전리층 E층 (100-110km)이고, 커튼 상반부는 400km까지 펼쳐져 있다. 극관 글 로오 로라가 지상 80∼100km, 중위도 오로라는 평균적으로 더욱 높아서 지상 300∼600km 등으로 종류에 따라 고도가 다르다. 또 대형 오로라는 출현 시간, 위도 및 그 종류에 따라 고도가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주간에 고위도에서 출현하는 커튼형 오로라는 백수십∼수백km로 높지만, 저녁부터 심야까지는 점차 하강해서 100∼수십백 km가 된다. 심야에서 아침까지의 오로라는 주로 맥동성 오로라로서 높이가 커튼형보다 낮아서 90∼100km 정도가 많다.

오로라가 발광하는 곳은 초고층대기이며, 발광 색은 공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의 분자와 원자 및 그 이온이 입사 입자(전자·양성자)에 의해 충돌되어 들뜨게 되고 다시 들뜬 입자가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질 때 방출되는 고유의 빛이다. 오로라의 대표적인 빛은 산소 원자가 방출하는 녹색광(파장 557.7㎚) 및 적색광(파장 630㎚, 636.4㎚), 질소 분자 이온이 방출하는 청색 디스펙트럼(파장 427.8㎚ 등), 그리고 질소 분자의 적색 또는 핑크색 디스펙트럼 등이다. 이들 빛은 각각 높이와 분포 지대가 다른데, 예를 들어 산소 원자의 적색은 200km보다 높은 곳에서 강하고, 산소 원자의 녹색과 질소 분자 이온의 청색은 100∼200km에서 강하며 또 질소 분자의 핑크색은 높이 100km 이하에서 강하다. 따라서 활동적인 커튼형 오로라는 상부가 진홍빛이고 중앙이 청록색, 하부가 녹색 또는 핑크색 등으로 다채롭다. 오로라 중에는 저녁때의 저위도와 아침 녘의 고위도에서처럼 수소의 휘선(輝線)이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헬륨과 나트륨의 빛이 포함되기도 한다.

아무리 과학이 이렇게 설명해주어도, 오로라를 수십 번은 넘게 기백 번은 보았어도 여전히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때로는 신들의 영혼처럼, 때로는 멀리서 스쳐 지나가며 바라봤던 흰 드레스 입은 소녀처럼 설렌다.

2시간을 넘게 이어지던 자연의 장관은 북위 60도 이남으로 내려가자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3시간 15분간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부기장과 교대하고 휴식을 취하러 나갔다.

잠을 쫓기 위해 들이마신 커피의 카페인 탓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기를 수십 번을 반복하다가 3시간 15분 후에 들어가니 벌써 몽골과 내몽고를 지나 대흥안령 산맥 상공이다.
여름철 몽골의 초원에서 풀을 먹여 살 찌운 말을 타고 이 험준한 산맥을 관통하여 만리장성을 넘어가면 풍요로운 중국 북부의 곡창지대가 나온다.

애니메이션 뮬란의 배경이기도 한 대흥안령 산맥은 눈에 덮여 있다.

발해만과 서해를 거쳐 인천공항에 부기장이 조종하고, 내가 어시스트해서 착륙하면서 2박 3일간의 유럽 비행이 무사히 끝났다.

오늘도 무사하게 비행을 마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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