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프라하였다.
“왜 프라하야?”
“카프카의 고향이거든.”
제이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책을 할 때마다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카프카를 알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땐 그저 어둡고 난해한 글을 쓰는 작가라고만 생각했다. 한두 편 읽고 나서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직장에 들어와서 다시 카프카를 손에 잡게 되었다.
카프카는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유명한 대리운전 회사 전화번호처럼 앞뒤가 똑같은 재미없는 이름 때문인지 카프카의 삶은 그다지 신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마흔한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낮에는 일을 하고 매일 밤마다 글을 썼다. 유능한 직원이었지만 회사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글을 쓸 시간도 모자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글을 썼지만 살아있을 때는 작가로서 빛을 보지 못했다.
카프카를 읽다 보면 마치 불 꺼진 지하실로 한 걸음씩 내려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사방이 컴컴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쯤에 와있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다. 해설을 읽어봐도 미심쩍기만 하다. 한참 동안 어두운 미로를 헤매다가 나온 사람에게, 자, 이게 방금 전까지 당신이 헤매고 있던 미로의 설계도입니다, 라는 소리를 해봐야 믿을 수가 없는 것처럼.
신혼여행을 가서 직접 본 프라하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하지만 카프카는 늘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고 한다. 프라하에 머물렀던 기간 동안 나는 카프카가 일상적으로 걸었던 길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살았던 집, 다녔던 학교와 회사. 그때마다 제이는 묵묵히 내가 가자는 대로 따라와 줬다.
마지막 날이 되자 그의 무덤에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처럼 생각되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처음 만난 직원에게 카프카의 무덤으로 가려면 몇 번 출구로 나가야 되는지 물어보았다.
“What(뭐라고)?”
“Kafka(카프카)”
세상에. 카프카보다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 또 있을까. 하지만 직원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설마 카프카가 누군지 몰랐던 걸까?
카프카의 무덤은 생각보다 작고 쓸쓸했다. 입구에서 산 장미를 내려놓고 묘비 앞에 서있으니 여러 가지 감정들이 두서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전날 눈이 와서인지 날씨가 매우 쌀쌀했다. 카프카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코를 훌쩍거리고 있으니 사진을 찍고 있던 제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자기, 우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날씨가 너무 춥잖아. 게다가 지하철 직원은 카프카가 누군지도 모르고.
카프카는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혹은 평범한 직장인이기 이전에 위대한 작가였다. 그 둘 사이에서 카프카는 언제나 방황했다. 어쩌면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는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기 이전에 ‘그 무엇’ 일 것이며, ‘그 무엇’이기 이전에 평범한 직장인일 것이다. 그리고 매일 그 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어떤 이는 아직 ‘그 무엇’이 무엇인지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프라하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 앉아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월요일에 출근하면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마음이 갑갑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나는 다시 둘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I am free. That is why I am lost. (나는 자유롭다. 그래서 길을 잃은 것이다.)’ - 프란츠 카프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