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학교를 꼭 가야 할까?

-입시잡설1

by 카잠

그걸 말이라고.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최선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아니 아주 오랫동안 그래왔고 현재가 그렇고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수도권에 소재하거나 각 지역 메디컬, 혹은 과기원 대학들이다. 의학계열들은 어차피 라이센스를 따면 전국 어디에서나 쓸모가 생기고, 과기원 출신들 역시 전국구에 가깝다.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게 어때서? 영국의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미국의 하버드. 그런 명문대학도 작은 중소도시에 있지 않나? 하지만 그건 외국 이야기일 뿐. 우리처럼 명문대가 오래 전에 수도권에 형성된 나라에서 이게 가능한가? 과기원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모를까? 게다가 2000만이 넘는 수도권과 그 외 인구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지역 중 앞으로 어디에 더 기회가 있을까? 사람이 없는 곳에는 수요도 없고 공급도 없고 시장도 형성되기 어렵다. 심지어 행정적인 인원도 불필요하다. 그러니 일자리는 당연히 찾기 어렵고 그만큼 기회도 줄어든다.


그러니 어디를 가야 하겠나? 지역대학? 소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 예를 들어 공무원, 교사에게는 최적지일 수 있다. 의사도 당분간 나쁘지 않다. 노인인구가 지방에 많으니 노인분들 대상으로 치료하며 살아가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성취지향적인 사람에게 이보다 불리한 선택은 없다. 그러니 수도권 대학들은 꾸준히 인기가 상승하고 컷이 상승하지만 지역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거점대학이더라도 컷이 하락하고 심지어 미달사태가 나타난다. 아마도 인구가 줄어들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인구소멸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면 그 인재, 다시 인구밀집지역으로 옮겨갈 거다. 지역 거점대학 졸업자들 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옮겨가지 않는가.


도시의 삶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농촌? 시골? 사람이 없다. 과거에 수십여 명이 짓던 논. 이제 한두 사람이면 짓는다. 가보면 안다. 현재는 외국인들이 많이 동원된다. 언젠가는 드론과 로봇이 지을 거다. 그러니 농촌에 사람이 살고, 시장이 형성되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불가하다. 내가 사는 지자체는 농업을 육성해서 지역을 되살리자는 망상에 빠져있다. 농업을 백날 육성해 보라. 결코 사람은 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을 살리자는 선심성 예산. 예산을 쪼개서 지역끼리 나눠 먹는 거, 참 안타깝다. 대개는 지역 토착 세력이 눈먼 돈을 움켜쥐고 만다. 죽어가는 지역은 살아나지 않는다. 그 돈으로 그나마 각 지역 거점도시를 더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게 정답이다. 도시재생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노인이 아니라 젊은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늘 거꾸로다.


이야기가 샜다. 상위권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는 것이고, 기회가 더 많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을 선택하는 거 아직 나쁘지 않다. 아니 여전히 거점도시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보다 위태로울 것이고, 지금보다 기회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인근 시군에서 유입될 인구가 씨가 말라가기 때문이다. 수도권 이남 최대 도시 부산이 오죽하면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푸념을 하겠나.

상위권 대학을 안 가면 어떠냐? 안 가도 된다. 하지만 안 가더라도 되도록 큰 곳에 가서 살자. 대학에 안 가고 장사를 해도 괜찮다. 금수저가 아니더라도 수완만 좋다면야 성공 가능성은 얼마든지.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수완이 별로고 장사는 타고나야 한다. 그러니 그마나 공부가 최선이다. 마지막 남은 사다리. 그런데 아뿔싸. 사다리를 오르는 게 힘이 든다. 아무나 사다리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이제 사다리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물론 사다리 없어도 잘 사는 사람, 무척 부럽다. 그런데 이거 아나? 난간이 없으면 헛디딜 때 그냥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난간을 만들고 보호장치를 쳐야 한다. 나는 난간과 사다리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