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을 어떻게 안 할 수가...

입시잡설3

by 카잠

고등학교 3월 1학년 교실. 아직은 다들 낯설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의욕에 눈빛들이 초롱초롱하다. 웬걸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 모의고사. 연속된 평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담임교사를 비롯한 교과 선생님도 성적이 낮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부모님은 초조해지고, 나는 긴장된다. 편도체가 잔뜩 활성화되어 누가 건들기만 하면 곧 짜증을 낼 것만 같다. 성취감을 준다는 도파민은 뇌를 만족시킨 지 오래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코르티졸만 하루 종일 잔뜩 분비된다. 아, 내 도파민은 어디에? 그렇지.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놔두고 왜 이렇게 애타게 안 되는 공부에서 만족을 구하려 했지? 축구, 그리고 게임. 연애. 이것들이면 충분한 도파민이 뿜뿜 뿜어져 나를 기쁘게 하는데.


수학시간. 솰라솰라. 알아듣지 못할 말을 샘이 한다. 그런데 남들은 잘만 알아듣는 것 같다. 어, 이거 나도 모르게 위축이. 코르티졸이 분비되고, 따돌림이라도 당한 듯 대상회의 기능은 툭 떨어진다. 누군가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다음 시간. 역시 마찬가지. 더 못 알아듣겠는데, 다른 녀석들은 잘도 대답한다. 이런 제길. 역시 난 안 되는군. 그렇담 할 수 없지. 비장의 도파민이여. 날 즐겁게 하라. 핸드폰. 아 뺏겼지. 테블릿. 인강 용도로 확보해뒀지. 이걸로 영화를 보든, 게임 영상을 즐기든.


또 다른 그림. 3월 모의. 가뿐하게 올 1등급. 수행과 교과성적도 1, 2등급에서 웬만큼 찍어주고, 교과활동도 나름 흥미롭다. 어, 담임샘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좋은 그림이라도 본 것처럼 감동적인걸. 과학시간에 발표와 실험을 주도적으로 했더니 친구들이 날 보는 눈빛마저 달라지는군. 내가 키가 좀 작다고 학기초에 놀리던 녀석까지 태도가 확 달라지네. 기분이 은근 좋은데. 도파민이 뿜뿜. 이거 승부욕 자극하네. 그럼 어디 한 번 파고 들어봐? 좋아, 이대로 달려! 어차피 고등학교 입학 전에 고2까지 수학, 과학은 웬만큼 떼놨으니 이대로 잘만하면 상위권이 아니라 서울대 의대라도 도전해볼 만하지.


자, 위의 상황은 실제 주변 친구들을 관찰한 결과다. 어떤가? 이래도 사교육이 필요 없나? 수업은 누구에게 효율적인가? 당연히 그 내용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학생에게 효율적이다. 반면 멍하니 앉아만 있는 친구들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교사들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서 수업할까? 특히 수학이나 과학은? 하위권에? 그럼 아마 학생들이 외면할 거다. 학생들은 곧 죽어도 난이도 있는 수업을 원하고 그런 친구들이 수업을 주도하며, 학급 내 오피니언 리더가 된다. 교사도 애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 한두 개 썰을 풀어야 학생과의 차별성도 느끼고 수업 만족도도 높아진다. 애들을 압도할 수도 있고. 그러니 수업은 상위권에게 의미 있고, 그걸 못 알아듣는 애들은 그냥 앉아만 있는 거다. 그러다 딴짓하다 걸려서 혼만 나고. 그러니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는 유의미한 경험이 쌓이지만, 누군가는 쓸모없는 시간만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교실을 감옥처럼 답답하게만 느낄 뿐.


자, 한시적 사교육? 내가 그걸 왜 주장하겠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만족감을 주는 일을 한다. 물론 한 번쯤 좌절을 경험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연속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다면 그 일을 계속하고 싶을까? 누군들? 물론 은근과 끈기로 무장한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아무 만족 없이 6개월을 견뎌보라. 만족을 주는 회로는 정지하고, 우울의 강도만 높아질 거다. 아니라고? 참아내는 게 가능하다고? 주가지수가 6개월 내리 하락해봐라. 그럼 안 우울한가?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성적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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