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난 물소를 사러 이곳까지 온 거지
내가 그 아저씨를 만난 건 라오까이에서 사파로 가는 좁은 밴 안에서였다
이리저리 흥정 끝에 가장 저렴한 밴을 골라 잡아 타고 앉아서
아일랜드에서 온 중년 여인에게 아주 위트 있는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코리아에서 왔어요~ 그런데 북한은 아니에요~"
"호호호호호호"
나의 세련된 농담에 반응하지 않는 동양인 아저씨는 이내 내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한눈에 봐도 한국인이었기에 대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난 물소를 사러 왔어"
그 말에 찡긋거리는 내 눈썹은 왜 물소를 사러 왔는지에 대해 매우 궁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거기에 박하시장에서 어렵게 사는 가족이 나오는 거야
아버지도 없이 엄마 혼자서 아이들을 힘들게 키우더군
그들에게 물소 한 마리가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번 일요일 열리는 박하시장에서 물소를 사서 그 가족에게 주려고 온 거지
글로벌 오지랖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 아저씨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나 또한 다시 아일랜드 여인에게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사파로 가는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오지랖이란 단어에 창피함을 느끼게 된 건 사파 도착 후 하루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내 주제로 그분의 의도와 선의를 파악할 깜냥이 안되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의 마지막 자원봉사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면서
그분이 주변을 얼마나 챙기셨고 먼곳까지 올 경제적 여유와 넉넉한 마음을 갖고 계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여기까지 와서 물소를 사서 선물하는 건 오지랖이라 정의했음을
느꼈을 때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난 일요일에 박하시장을 찾아갔다
많은 사람들과 다채로운 색들이 넘실거리며 나를 황홀하게 만들던 그 재래식 시장에서
그 아저씨를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다
물소 시장에서도 목을 길게 빼고 그분을 찾았다
물소를 사셨고 그 가족에게 선물하셨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난 물소를 사러 왔어"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난 박하 시장을 반나절 돌면서 그 말을 곱씹었다
텔레비전을 보다 연민을 느끼고 해결책을, 그러니까 물소를 가슴에 품고
이곳까지 날아와서 생각한 바를 실천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주변에서 이런 말을 했을지 모른다
"동네에도 도움 필요한 사람 많은데 굳이 거기까지 가는 이유가 뭐야?!"
하지만,
그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지구에서 그 아저씨 단 한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