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행의 즐거움
교토에서 나는 자주 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은 한옥이었는데 난 그게 참 싫었다
양옥집에 살던 아파트에 살던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고 한옥은 뭔가
구닥다리 같은 느낌이라며 폄훼하며 투덜대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교토에서 만난 마루들은 내가 그 부드럽던 감촉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려 주었다
그래 맞아 이런 자유를 난 원했던 거다
다리가 아프니 그냥 길바닥에 털푸덕~
교토에서 마루 다음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골목길들
그러고 보니 나의 유년시절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던 곳은 골목길이었다
왠지 모르게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행 속에서
나는 내 과거를 들여다보고 추억하며 느끼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던 기차에서
왜 그리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과 닮은 동네들이 스쳐 지나가던지
난 많이 그리웠나 보다
정말 멍하니 쳐다보고 있게 만들던 산넨자카의 거리
횡단보도 건너편의 인연
쭈뼛거리던 나에게 흔쾌히 사진을 허락해주던 마이코분들
버스를 기다리다 만난 나막신의 그녀
나를 더 외롭게 만들던 단란한 가족
눈이 부셨다
카메라 프레임안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도
일본의 예쁜 풍경들 때문도
태풍이 지난 후 너무나 맑았던 교토의 하늘 때문도
아닌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고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며 소원하던 내가
오롯이 혼자 카메라를 둘러메고 하루 종일 이렇게 내 추억을 담는 것에
눈이 부셨던 거다
행복함에 말이다
프레임안으로 뛰어 들어왔던 어느 아이
한없이 쏟아져 들어오던 열차 창밖의 햇살
열차에서 만난 도쿄에서 놀러 온 미카 양
이 사진을 참 맘에 들어했다
배고픔을 누르고 대기자들이 줄어들기를 같이 기다리다 친해진 아가씨들
스쳐지나가는 짧은 만남속 사람들
내 카메라와 기억에 남게된 사람들
의미를 부여하기엔 짧은 만남과 어색한 느낌이지만
여행의 기록 한켠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운것들을 떠올리게 해주며 새로운 만남이 찾아오는 그런 여행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