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일 거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때 내가 내 생에 첫 자전거를 샀던 해이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그날도 큰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옆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자주 그러곤 했는데 그게 참 재밌었다
사람 구경에 우마가 지나가고 자전거라든지 자동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왠지 즐거웠다
끊임없이 새로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그날따라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 있었고
내가 사고하는 것들만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내 존재가 유일한 의미였고 그런 나를 세상이 지켜본다는 제법 심각한 상태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집안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후에 "트루먼 쇼" 영화를 보다 이렇게 소리쳤다
"어라?!!!"
여하튼 그 생각이 들며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눈앞에 지나가던 자전거 탄 아저씨를 쫒기 시작했다
내 자전거로 그분의 자전거 뒤를 따라 달렸다
그분의 뒤를 따라가려 했던 의도는 명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시작은 기억난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거야? 따라가 볼까?"
그들 모두를 따라갈 수 없으니 마침 눈앞을 지나가는 그분이 나의 호기심 대상이 되신 거였다
미행은 길지 않았다
바로 윗동네 어느 골목의 지붕 낮은 한옥집 담 옆에 자전거를 기 대신 후 대문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느린 속도로 그 집 대문을 지나치며 슬쩍 들여다 봤다
아이들 둘이 아빠를 향해 뛰어 나오는 게 보였고 웃음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난다
그날 세상이 한없이 커져 버렸다
내가 세상에 수천 명, 아니 수만 명.. 아니 수억 명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들 자기의 생각과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진리인데 난 그게 너무나 큰 깨달음이었다
솔직이 이 어이없을 수도 있는 진리의 깨달음은 지금도 타인을 이해하는데 기초로 반영되곤 한다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게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톱니로 맞물려 있고
나라는 톱니 하나 빠지거나 고장나거나 마모되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때는
큰 허무함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나라는 존재의 크기가 점점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느 아저씨의 자전거를 미행했던 그날
세상은 한없이 커지더니 다시 끝없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난 그후로 보다 더 말이 없어졌다
내 존재의 덧없음을 처음 느꼈으니 충격이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