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하면 위험해!
수납을 하고 병원을 나섰다. 만삼천 원 남짓한 돈으로 내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다니! 매달 꼬박꼬박 월급에서 가져가는 십사만 원의 가치란 이런 게 아닐까.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 산다는 건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빵이든 커피든, 뭐든 가족과 먹을 것을 사고 싶었다. 엄마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으니, 이미 여동생이 머핀을 샀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쉬운데. 마침 눈앞에 스타벅스가 보였기에, 나는 커피를 제안했다. 그렇게 캐리어에 음료 네 잔을 담고 집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뭐래?" 엄마가 물었다.
머핀을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뭐라고 해야 할지 말을 골랐다. 약을 좀 많이 쓴대. 일을 더 늘리지 말고 루틴을 만들래. 가능하면 고양이는 가족에게 맡기래. 길었던 30분의 진료는 단 세문장으로 정리됐다. 지독한 불안이다. 늘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내 행동을 제한한다. 이런 자기 검열은 내 안의 불안을 더 크게 만든다.
"똑똑, 여기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
"네, 그게 접니다."
"제대로 찾아왔네요. 그럼 오늘부터 여기 좀 누워있겠습니다.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하기 전에 저한테 꼭 물어보세요."
"왜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 있잖아요? 거부당하면요? 실수하면? 저한테 물어보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불안은 나를 검열한다. 이런 말을 하지 마시고요. 이런 행동도 하지 마세요. 얌전히, 안전하게. 그래서 내 혀끝에는 항상 '문제없을 말'만 오른다. "네 말이 맞아.", "응, 그럴 수 있지." 불안씨가 골라준 말들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행히 무사히 넘어가는 하루하루들이 이어지고, 나는 착각에 빠진다. 역시! 불안씨, 당신에게 물어보고 행동하는 것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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