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우울해 보이는데요?

투사 Projection

by young

동생에게 '망상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언니에게 '망상병'은 조금 심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자매는 늘 서로를 '망상병'이라 놀리니 쌤 쌤 인 셈이다.

아무튼, 동생에게 내가 한 소리를 듣게 된 배경은, "고양이들이 우울해 보여."라는 카톡 한 줄 때문이었다. 우울한 건 고양이가 아니라 나라고, 고양이들은 행복하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아니, 주장이 아니라 그게 사실이었다.


나는 우울할 때면, 그 순간 내 주변에 있는 동물에게 내 감정을 투사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세상에, 베타가 오늘따라 천천히 헤엄치잖아. 우울한가 봐."

"왜 오늘따라 고양이가 얌전하지? 무기력해 보여."

"햄스터가 구석에서 나오지 않아. 슬픈가 봐."


사실 우울한 것도, 무기력한 것도, 슬픈 것도 나다.


재미있는 점은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는 동물들이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천천히 헤엄치는 베타는 여유를 즐기는 물고기로, 얌전한 고양이는 휴식을 취하는 털북숭이로, 햄스터는 그저 낮잠을 취하는 동물이 된다. 나는 사람보다는 동물에게 더 투사하는 편인데, 아마도 '동물의 실제 감정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해본다. 사람은 감정을 입에 올릴 수 있지만, 동물들은 아니니까.






병원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은 그럴 때면 주관적인 해석과 객관적인 사실을 구분하는 것을 도와준다.


"선생님, 사람들이 전부 절 싫어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했길래 그런 생각을 했나요? 소영 님께 어떤 행동을 했나요?"

"아뇨. 그냥 길 가다 마주친 사람들 표정이 그래요."

"어떤 표정이었나요?"

"모르겠어요. 그냥... 그냥, 절 싫어하는 표정 같았는데."


이렇게 몇 번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또 그 감정의 주인은 나였음을 깨닫는다. 아무런 근거 없이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는 생각. 우울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평범한 표정도 씁쓸한 표정처럼 보이고, 작은 행동도 날 거부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나는 나에게 향하는 공격성을 남에게 돌린다. 그렇게, 타인이 나에게 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서.

내가 나를 미워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서.






내가 나를


점 하나만 고쳐 찍으면,


네가 나를.




스마일 피클, 기분좋은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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