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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학 Dec 23. 2022

잃어버린 시간

버즈 - 아날로그

버즈는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록밴드다. 특히 10대 남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지금도 버즈의 음악들을 추억하는 성인들이 많다. 물론 버즈는 남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요인에는 당시 유행하던 미디엄 템포의 대중적인 록발라드 곡과 보컬 민경훈과 기타리스트 손성희를 비롯한 멤버들의 준수한 외모를 꼽을 수 있다. 버즈는 선방한 1집을 필두로 2집 'Buzz Effect'와 3집 'Buzz Perfect'로 약 3년간 최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2014년, 다시 의기투합한 멤버들은 '밴드 버즈'의 이름을 내걸고 8년 만에 4집 'Memorize'로 복귀를 하게 된다.


왼쪽부터 김예준(드럼), 신준기(베이스), 민경훈(보컬), 윤우현(기타), 손성희(기타) 사진출처: 미니앨범 3집 잃어버린 시간

내가 버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좋은 음악에 있다. 그러나 나는 음악 외적인 요소도 이유로 하나 꼽고 싶은데 하나의 그룹으로서, 전성기를 지나고 복귀한 밴드로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혹은 특정 장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부는 가끔 해당 장르 음악가들의 근본을 따지곤 한다. 경우에 따라 장르와 음악가들에 우열을 두어 비교한 잣대로 음악성을 평가한다. 버즈는 그런 면에서 국내외 거물급 록밴드들 혹은 인디 밴드들과 비교당하며 록음악 팬들에게 '가짜'취급을 받기도 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만큼 장르의 영역에서는 반감을 샀던 셈인데 음악 방송에 출연해 MR을 틀고 핸드싱크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공개 방송에서의 밴드 연주는 한계점이 분명했고 밴드와 기획사의 방향성이 명확했기에 이는 주류적인 비판점이 되지 못했다. 콘서트로도 라이브 실력은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버즈의 음반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성을 찾는 사람들이 문제였던 것이다. 버즈는 데뷔 전부터 쌓아왔던 실력으로 대중적인 음악을 국내 가요 시장에 맞게 펼쳤고 당대 최고의 그룹이 될 수 있었다.

나에게 아름다운 드라마로 보이는 장막은 가요대상을 탔던 전성기가 아니라 전성기 이후에 찾아온 해체 위기부터 시작된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멤버들의 군입대와 보컬 민경훈의 솔로 부진, 멤버 교체 등을 이유로 버즈는 최전성기가 지난 지 3년도 안되어 대중들에게 잊힌 그룹이 되었다.


버즈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았고 멤버들도 그랬을 것이다. 전성기를 보내던 데뷔 후 2년 동안 버즈는 47회 공연을 통해 14만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인기가 많았던 만큼 무리한 스케줄로 멤버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혹사의 기억과 흐지부지했던 해체설을 청산하고 멤버들은 대중에게 돌아왔다. 8년이라는 시간 탓에 '미소년 밴드'는 '돌아온 추억의 밴드'가 되었지만 멤버들은 전성기 시절보다 더욱 본인들에게 알맞은 색깔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와 활동한 지 또 8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그냥 '밴드'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8년 전, 8년 만의 버즈의 컴백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열기는 금방 식어버렸다. 인기를 끌었던 전성기 시절의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음악을 내놨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나무'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로 음반은 흘러간다. 대놓고 선공개를 하여 전성기를 연상케 한 '8년 만의 여름'조차 그 해 여름을 강타한 노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다시 얻는 것보다 자신들의 진짜 색깔을 얻는 것이 멤버들에겐 중요해 보였다. 원래도 진짜였던 밴드가 진짜가 되기 위한 도전이었다. 대중적인 성공은 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1,2,3집보다 행복이 묻어 있는 음반이다.


4집 이후로 정규 음반은 없지만 과거에 활동하던 록발라드 느낌의 곡을 포함한 싱글과 EP를 여러 차례 발매했다. 그중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은 크게 성공했는데 역시 밴드는 대중의 입맛을 정확히 아는 듯했다. 역시 대중들은 담백한 맛보다는 느끼한 맛을 좋아한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EP 3집 '잃어버린 시간' 또한 대체로 담백하다. 그와 동시에 버즈의 음악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밴드 버즈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언제일까. 힘들게 활동하던 전성기일 수도 있고 잠정적으로 해체한 기간일 수도 있다. 잃어버린 음악도 있을 것이다. 본인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가져다주었던 종류의 음악들이다. 그런 음악들을 잃어버리고 폭발적인 인기도 잃어버렸지만 잃어버렸던 색깔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컴백 후의 8년은 버즈에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도 CD로 음악을 듣곤 하는데, 버즈의 음반은 대부분 갖고 있다. 1집의 1번 수록곡 'Monologue (독백)'부터 차례대로 듣다 보면 소년이 청년이, 중년이 되는 성장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곡들의 가사도, 사운드도, 분위기도 점점 어른스러워진다. 심지어 가장 최근 발매된 싱글 제목은 '소년에게'다. '다 잊어야 해요'이라는 고민을 독백하던 소년 시절의 본인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앨범 별 버즈의 추천곡과 간단한 평가, 싱글은 제외


1집 Morning of Buzz

1st  - 2집에서 리메이크했는데 개인적으로 1집 투박한 창법과 기타가 더 좋다


2집 Buzz Effect

거짓말 - 타이틀곡으로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록발라드

내가 아니죠... - 어쿠스틱 솔로로 시작해서 절정부에 디스토션을 거는 전개가 좋다

내 생각에 '거짓말'과 '내가 아니죠...'는 3집의 'My Darling(End)'과 'My Love(And)'처럼 둘이 세트다


3집 Perfect

우리 이별 앞에 지지 말아요 - 3집까지의 버즈 곡 중에 가장 길고 가장 난이도가 높다


4집 Memorize

Train - 버즈가 밴드임을 알려주는 곡

나무 - '나는 여기 있어'


EP 1집 Be One

Just One - 공연을 노린 곡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 그 때 우리 - 2집처럼 하나의 세트. 달라진 점은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는 것


EP 2집 15

너의 이름은 - 후반부 폭발하는 기타와 보컬이 일품

척 - 타이틀곡인데 예전 스타일과 최근의 방향성 중간에서 타협을 본 듯하다. 음색에 신경을 많이 썼다


EP 3집 잃어버린 시간

아날로그 / 잊혀가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 가사가 밴드의 정체성을 은유하는 것 같다

Lighthouse / 팬들에게 보내는 헌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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