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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말이 Feb 12. 2020

빨간 '위로'줄까? 파란 '위로'줄까?

소심이의 우정 이야기

 처음 태어났고 처음 세상을 맛보기에 인생을 산다는  참 힘들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인생은 실수와 시련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는 위로가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위로를 받는 것이 느껴진다. 위로해주려는 것들로부터 둘러싸인 느낌을 받을 만큼 ‘위로’를 매개체로 한 것들이 서다. TV 프로그램, 1인 미디어, 책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닳도록 다루고 있는 소재가 위로이다. 자판기에 버튼을 누르듯 자기에게 필요한 위로를 찾아 소비하면 된다. 하지만 미디어의 위로는 보편적 위로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친구의 위로에 우리는 더 쉽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일단 나를 위로해 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벌써 기분이 좋다. 로를 받는 것은 이렇게 쉽다.


 하지만 위로를 해주는 것은 어렵다. 각자의 인생만으로 벅찬데 위로해줄 만큼 감정의 용량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사는 게 힘들다는 친구에게 나도 힘들어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간다. 이별 때문에 슬프다는 친구에게 오랫동안 연애도 못하고 있는 나를 놀리는 건지 묻고 싶다. 상대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하여도 위로는 어렵다. 감동적인 말로 상처를 치유해줄 자신이 없다. 명언 같은 건 그런 순간에 기억나지 않는다.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친구를 설득할 자신도 없다. “다들 취직하기 힘들다는데 두세 번 떨어진 걸로 좌절할 필요 없어”라고 하기에 나는 일찍 취직에 성공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친구에게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다들 힘들어”라고 하기에는 주말에 출발할 해외여행이 걸린다. 위로가 필요한 상대에게 맞는 위로의 방법을 찾기도 힘들고, 찾더라도 ‘내가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위로는 하는 것은 어렵다.

    

 미국 웨인 주립대학에서 이루어졌던 위로에 관한 실험의 결과가 흥미롭다. 이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는 나이대별 그룹을 만들어 불안정한 감정을 가질만한 상황을 부여하고 긍정, 공감, 낙관 등 여러 가지 위로의 표현들을 보여준 뒤 어떤 표현에서 가장 위로를 받았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또 성격별로 그룹을 묶어서 같은 실험을 진행하였다. 어떠한 그룹에서도 일관된 점수 특징은 나오지 않았다. 한두 개의 개인적 특징만으로 최적의 위로 방법을 찾아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개인의 성향이나 살아온 배경, 현재의 기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개개인별로 각기 다른 위로의 방법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위로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공감해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상황을 낙관적으로 이야기해주거나 심각성을 작 이야기해줌으로써 더 좋은 위로의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이렇듯 위로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지식이 많다거나 말을 잘한다고 해서 위로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어떠한 위로를 필요로 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소심이들에게는 위로가 쉬울 수 있다. 소심이들은 늘 남을 의식하고, 남의 눈치를 보아왔다. 위로가 필요한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평소의 특기를 살려 잘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면 금세 상대방에게 해줄 좋은 위로의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위로할 자신이 없다는 것은 위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공감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논리적으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소심이들은 둘 다 자신이 없다. 내가 공감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까, 내가 뭐라고 상대방의 상황을 예단해서 무어라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주눅이 들었었다. 그래서 늘 위로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위로해줄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위로에는 정답이 없다지 않은가. 그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위로의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가장 진정성 있게 위로를 풀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때론 상대가 어떤 위로를 원하는지 살피는 것만으로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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