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말이 Feb 03. 2020

소심이가 누구예요?

소심이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할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소심이들이다. 말 그대로 소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주인공답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어 ‘소심이’라 부르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는 소심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포함된다. 평소 소심하지 않던 사람도 특정한 상황이나 영역에서는 소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소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들 소심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애써 태연한 척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 예상되면 애초에 피해 버리기도 한다.


 소심한 것과 비슷한 말들이 여럿 있다. 내성적이라거나 속이 좁다거나 말주변이 없다는 등 대게 좋게 들리지만은 않는 말들이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소심하시네요!”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말들에는 수긍할 수가 없다.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다른 것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소심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많다.’이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내성적’인 의미도,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다는 ‘속이 좁다’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말주변이 없다’는 의미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단지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많은 성격을 말하는 것뿐이다.      


 사전적 의미를 떠나 행동에서도 소심한 사람과 속 좁은 사람은 엄연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속 좁은 사람은 상대가 준 상처를 곱씹는 사람이지만 소심한 사람은 상대에게 상처를 줬을까 자신의 행동을 곱씹는 사람이다. 속 좁은 사람은 상대에게 도움을 거절당했을 때 마음에 상처를 입지만 소심한 사람은 상대를 도와주지 못했을 때 마음을 쓰는 사람이다.


 내성적인 사람과도 확연히 다르다. 내성적인 사람은 상대에게 속상한 일이 있어 말을 하고 싶어도 끝내 하지 못하고 끙끙대지만 소심이들은 할 말은 한다. 다만 그 일에 내 잘못은 없는 살펴볼 뿐이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 꼭 해야 할 만큼 속상한 일인지 다소 깊게 고민할 뿐이지 꼭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속병을 앓진 않는다.


 소심하다고 해서 말주변이 없다는 것도 큰 오해이다. 활성화되어있는 모임에 새로 들어갔을 때처럼 자신만 어색함을 느끼는 자리에서는 혹여나 분위기를 깰 까 말을 아끼긴 하지만 모두가 어색한 자리일 때 가장 먼저 입을 떼는 사람이 소심한 사람들이다. 그 분위기가 자신 때문일까 눈치 보고, 자신이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보다 더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아마 대학교에서 조별과제를 해보았다면 알 것이다.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결국 조장을 맡게 되는 사람은 대부분 소심한 사람들이다.    


 이렇듯 소심한 사람들의 특징은 명확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남의 눈치를 좀 더 살피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감이 부족하여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에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라 늘 남 눈치를 보는 것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때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포기할 때도 있고, 자신의 취향을 포기할 때도 있다. 자신보다는 더 좋은 사람인 상대방에게 맞춰주어야 하기에 소심한 사람의 인생은 포기와 낙담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하지 못해서, 거절하지 못해서 때로는 답답하다고 핀잔을 듣고, 때로는 무시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꿋꿋이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위해 행동한다. 비록 배려심이 넘쳐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소심이들의 편에 설 생각은 없다. 다만 다독여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물론 나도 소심이기에 자기 위로도 포함돼 있다. 소심한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고, 실수해도 된다고, 남들보다 조금 못났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못나지도 않았고,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네가 어떻든 널 사랑해주고 믿어줄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모두 잘난 부분과 못난 부분을 고루 갖추 보통의 사람이고 소심이들이 하는 걱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걱정이기에 별난 것이 아니라고, 또 대부분은 쓸모없는 걱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말들이 모든 소심이들과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하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데 힘이 되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