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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말이 Feb 05. 2020

칭찬이 두려운 이유

소심이의 일상 이야기

 아직도 나는 지인들과 만나 장난식의 자뻑은 잘 늘어놓으면서도 정말 뿌듯함을 느끼는 일들은 얘기하기가 꺼려진다. 그런 일들에 누군가 진지한 칭찬이라도 한 마디 해주면 몸 둘 바를 몰라하게 된다. 갑자기 찾아온 심리적 불안감에 화답의 칭찬을 이어가는 센스는커녕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마냥 부정하지도 못하고 붉어진 얼굴을 숙이며 숫기 없는 웃음을 내보일 뿐이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칭찬 뒤에 숨어있는 기대감이 두려웠던 것 같다.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앞으로 너는 그것을 계속 잘할 것이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거야'라는 기대를 품고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잘 해낼 자신도 없고 이번의 좋은 결과는 우연이거나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얻은 결과일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칭찬받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입고 나온 옷이 예뻐 보인다는 가벼운 칭찬 한마디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는 다음 약속 때는 또다시 칭찬을 듣기 위해 옷을 고를 때 한번 더 신경 쓰게 된다. 그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되게 된다. 칭찬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반대로 다시 칭찬을 듣기 위해 신경 써 옷을 입고 나갔는데 칭찬을 듣지 못하거나, 오늘은 별로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어떨까? 전의 칭찬을 듣지 않고 평가받은 것보다 자신감이 두 배는 더 떨어질 것이다. 칭찬을 받기 위해 더 신경 써 입은 옷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칭찬이란 것은 선한 것임에도 누군가 절벽에서 미끄러지길 기대하는 악마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노력과 성과를 유도하는 좋은 촉진제이지만 기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여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소심한 사람들은 특히나 더 기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압박을 느낀다. 자신감이 없기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 기대를 저버리게 되면 사람들이 실망하고 나에게 등을 돌릴 것만 같다.     


 얼마 전 인근에 사는 사촌의 집에 놀러 갔더니 조카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아직 완벽히 걷지는 못하지만 점점 일어서려는 의지를 보였다. 사촌 형은 조카가 조금만 두 발로 버티려 해도 잘했다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박수를 쳐 댔다. 그러고는 넘어지는 조카를 잡아주며 괜찮다며 달랬다. 그러면 조카는 탁자를 잡기도 하고, 소파를 잡기도 하며 다시 일어서 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면 형은 또 잊지 않고 “잘한다 잘한다”를 연발했다. 형의 칭찬은 걸음마를 성공했기에 하는 칭찬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성공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겠지만 성장하고 노력하는 조카의 모습 자체가 사랑스럽고 대견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칭찬을 두려워하는 것은 내게 노력의 결과만을 생각하는 속물근성이 뿌리 박혀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걸음마를 하려는 의지에 칭찬을 해주는 것인데, 그 칭찬에 숨은 성공에 대한 기대가 무서워 칭찬을 두려워한 것이다. 그래서 다리에 일어설 힘이 더 붙었더라도 모른 척 숨겨보려 애쓴다. 성공하지 못하면 칭찬한 사람에게 실망감을 줄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란 듯 성공하지 못할 거라면 노력하는 과정도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모님이 안 계실 때 공부를 하다 가도 부모님이 오시면 책을 덮어버리는 것과 같다. 내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착하다고 칭찬을 하셨겠지만 내심 다음 시험의 성적이 잘 나올 거라 기대하실 거 같다. 그래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하실 부모님의 칭찬이 무섭다. 그래서 공부를 안 한 척해버리는 것이다.     


 마법처럼 등장하는 성공은 없다. 누구나 고단한 노력을 하고 고달픈 실패를 딛고 성공을 빚어낸다. 칭찬하는 사람은 그런 노력과 의지를 칭찬한다. 내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주변에는 날 시샘하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 노력하는 모습에는 안쓰러운 듯 응원해주고 칭찬해줄 것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해줄 것이다. 옷을 잘 입었다는 칭찬은 예쁜 옷을 사고, 어울리게 코디하려고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칭찬이다. 공부를 하는 모습에 부모님이 하신 칭찬은 시험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대한 칭찬이다. 혹여나 성공하지 못할까, 실망감을 안길까 하는 걱정 때문에 칭찬을 두려워하지 말자. 칭찬은 결과에 따라오는 것이아니라 노력과 성실한 과정에 따라오는 것이다. 그런 칭찬 뒤에 숨은 기대 또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고 노력할거라는 기대일 것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일의 칭찬을 기대하며 오늘 한걸음 더 나아가자. 결과는 그 후의 일이다. 오늘 한 뼘 더 성장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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