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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말이 Feb 09. 2020

각오를 다질 때의 두려움...

소심이의 일상 이야기

 누구나 새해가 다가오면 각오 하나쯤은 다지기 마련이다. 평소에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느꼈다면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보고는 영어를 배우겠노라 결심한다. 일상을 긍정적인 것으로 채우고 나를 성장시키려는 각오들 속에 우리는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하루라도 운동을 한 사람이 건강을 얻을 수 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보다 1권의 책이라도 읽은 사람이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당연한 이치이지만 성과를 이루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행동은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그래서 실패할 각오라 할지라도, 매번 포기했더라도 또다시 각오를 다져야 한다. 하지만 소심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몇 번 실패를 경험한 소심이들은 자신이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매번 실패하는데 이번이라고 끝까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그 후에 “네가 퍽이나 오래 다니겠다."라고 생각할 거 같은 남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소심한 사람들은 각오를 가지는 것에 주저한다.


 3년 전의 새해가 다가올 때 ‘올해부터 수영을 배워서 몸도 가꾸고 체력도 키워보겠다’는 각오를 했었다. 1월이 되자마자 새벽 강습반에 신청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수영을 하고 출근을 하는 길이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수영을 다니는데 너무 좋더라”며 친구들에게 티를 내고 다녔다. 긍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뽐내고 싶었다. 그렇게 두 달을 다니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흥미가 떨어짐을 느꼈다. 처음과 달리 진도가 빨리 나가지도 않고, 매일 같은 것만 하는 느낌에 지루한 감이 생겼다. 그래서 3월부터는 하루, 이틀씩 빠지기 시작했다. 3월이 끝나갈 때쯤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결국 4월에는 사물함에서 짐을 빼러 가야 했다. 친구들에게 이제 수영을 그만두었다고 하니 “어떻게 반년도 다니질 못하냐."며 냄비근성이라고 놀려댔다. “그렇게 몸도 좋아지고, 생활습관도 좋아졌다며 설레발치더니 그새 그만두었냐”며 비웃었다. 창피했다. 냄비근성이라니. 자존심이 상했다. 끈기 없는 모습에 스스로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여름에 친구들과 펜션을 가게 됐다. 펜션에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수영으로 저녁 준비와 설거지를 건 게임을 하게 되었다. 오래된 친구들이기에 익히 아는 수영실력으로 팀을 가르고 릴레이식으로 경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중 수영을 월등히 잘하던 두 명이 팀원을 뽑았는데 나는 중간쯤에 뽑힐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하니 평범한 실력으로 분류되었던 내가 제일 빨라 우리 팀이 싱겁게 이겨버렸다. 평소 수영을 곧잘 하던 친구들보다도 내가 훨씬 빨랐던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이 “아 쟤 저번에 수영 배웠는데 생각을 못했네”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세 달밖에 안 배웠는데 그게 남아있겠냐”며 의아해했다. 나도 조금 놀라웠다. 한참 수영을 해보지 않은 터라 배운 게 기억나지도 않았다. 수영을 배울 때는 같이 배우는 사람들끼리 있으니 실력이 늘었는지 못 느꼈었다. 게다가 냄비근성이라고 놀림받을 만큼 잠깐의 배움이었다. 하지만 확실했다. 그 3개월의 강습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친구들보다는 확실히 실력이 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각오가 쉬워졌다. 이번 각오를 평생토록 실천하겠다는 굳은 결의 따위는 없다.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시작해 본다. 그러다 힘들면 쉽게 내려놓는다.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나았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짧다 생각했지만 몸은 기억할 만큼 긴 3개월이었다. 그러니 늘 좋은 것에 도전할 마음이 생긴다면 얼른 각오로 바꿔내야 한다. 금방 포기하더라도 말이다. ‘작심삼일’이라도 3일은 실천한 것 아니던가. 무슨 각오였던 3일치 만큼은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 3일이 혹은 3개월이 쌓이다 보면 포기할까 두려워 각오조차 하지 않은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1초든 1분이든 얼마를 걸었든 앞으로 나아갔다면 시작점은 멀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실패가 두려워, 냄비근성이라는 비웃음이 두려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것에 주저하지 말자. 많은, 잦은 각오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일상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자.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중간에 포기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가지자. 그러면 다시 시작하는 것 또한 쉬울 것이다. 그러면 된다. 어제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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