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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an 28. 2022

단독주택 석경수헌晳涇帥軒, 집터를 살피면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단독주택 석경수헌, 집 짓는 이야기 1

해마다 단독주택을 한 채씩 설계를 하게 되는데 올해도 그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작업했던 단독주택의 규모는 보통 45평 내외였는데 근래에는 작은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를 만나게 된다. 이번 작업은 스물다섯 평 정도로 지으려고 하는데 과연 그 규모로 지을 수 있을까?  


건축주와 사돈지간인 친구가 나를 설계자로 추천하였다. 친구도 단독주택을 지을 예정이어서 부지런히 집터를 찾고 있는 중이다.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 그동안 단독주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건축사로서도 신뢰를 얻게 되었는가 싶다. 


사돈 사이는 참 어려운 관계인데 교분을 나누면서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사람을 소개하는 일은 술 석 잔을 얻어 마시기는커녕 빰을 안 맞으면 다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나를 믿고 사돈에게 설계자로 추천해 준 친구가 고맙기 그지없다.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친구의 요청으로 집터에 가서 건축주 분과 집 짓기에 대한 이모저모 얘기를 나누었다. 건축주와 설계자로 관계를 맺기 전의 상견례 자리를 가진 셈일까?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로 건축주께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사무실을 방문해서 계약 전 조율을 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건축주께서 건네기가 쉽지 않은 설계비에 대해 질문을 했었다. 대지에 대한 행정적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양산시청을 들렀다가 토목설계사무소를 방문했던 자리에서 건축 설계비까지 문의를 했었다고 한다. 내가 제시한 설계비의 근거를 듣고 즉시 동의를 해 주셔서 계약에 이르게 되었다. 


서른 평 이하의 주택 설계비를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적정할까? 적정한 설계비는 '단독주택은 규모로 산정될 수 없다'가 내가 내리는 설계비의 근거가 된다. '노후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도면을 그리는 비용이 아니라 행복을 지어내는 비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비용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2021년 6월 21일, 계약이 되었고 글을 쓰는 오늘이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대지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대지면적은 1,022㎡(309 평)이며 지목은 전이다. 대지와 도로에서 약 5미터의 고저차가 있고 현재는 3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도로를 내면서 1.5~2미터 높이의 석축을 쌓았고 집이 앉을자리는 중간 단에서 3미터의 높이차가 있어서 도로와는 5미터 높이에 터가 있다.
집이 앉혀질 자리, 서쪽과 북쪽은 소나무 숲의 앞에 대가 자라고 있는데 벌채 작업을 하고 있다.
대지의 동쪽은 풍채 좋은 아름드리 노송이 집터를 둘러 서있다.
대지의 남쪽으로는 경관이 열려 있어서 삼대가 적선을 해야 얻을 수 있다는 정남향 집에서 살 터를 얻은 셈이다.


집터를 돌아보고 기획안을 작업해서 7월 12일 첫 번째 협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25평 정도의 작은 집을 원하던 건축주는 규모에 대해 더 생각을 해보아야겠다고 했다. 손님방을 두지 않고 부부만 지낼 수 있으면 된다는 25 평 정도가 건축주가 생각했던 집의 규모였었다. 


그런데 자식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오면 어디에서 묵어야 할까? 하룻밤이니 거실에 이부자리를 깔면 그만일까? 가까이 살지 않은 자식이라고 그들을 위한 방을 고려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300 평이 넘는 터에 부부만 살 수 있으면 되면 그만이라는 집이라면 왠지 허전하지 않을까 싶다. 꼭 자식의 방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집을 찾는 손님이 하룻밤을 편히 쉬어갈 방은 꼭 두면 좋겠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두려운 게 외로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집터의 크기가 아니더라도 여생을 보낼 집이라면 부부의 일상이 집 안에서 한정되어 이루어진다.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부부만 사는 생활에서 정체된 기氣를 돌리는 운기運氣로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잘 지내는 사돈 간의 교유를 위해서 멋진 객실 한 칸은 꼭 들이면 좋겠다는 설계자의 제안을 건축주는 선뜻 받아들이니 좋은 집으로 설계가 될 것 같다.




도반건축사사무소-대표 건축사 김정관은 

집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주거의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부산, 양산, 김해, 울산의 단독주택, 상가주택 및 공동주택을 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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