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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Feb 03. 2022

단독주택 晳涇帥軒석경수헌, 기획안을 제안하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단독주택 석경수헌 집 짓는 이야기 2


석경수헌 기획 설계 개념 스케치-대지의 동쪽에는 송림이, 북쪽과 서쪽에는 송림과 대숲이 있고 남향으로는 전원 풍경이 열려 있는 대지에 기획안을 펼쳐 보았다

 

단독주택 작업을 시작하는 첫 단계는 건축주의 생각을 경청하는 일이다. 나의 질문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어떤 집에 대한 것에 앞서서 집을 짓고 어떻게 살고 싶습니까?"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려고 마음먹은 분들은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해서 그들이 생각하는 집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건축주가 펼쳐내는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을 그대로 도면에 옮겨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건축주의 얘기를 들어보면 건축물에 국한되는 집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그동안 공부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집의 사진을 예를 들어가면서 모눈종이에 그린 평면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쓰임새를 담은 모눈종이 평면도는 아파트와 닮았고 모양새는 그림 같은 외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서 살았던 생활 습성에 익숙해져 있으니 별다른 평면 대안을 찾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집의 모양새는 눈이 가는 사진 속의 수많은 외관에 선택을 주저하게 된다. 


외부공간은 대지의 한쪽에 건물을 붙여 앉혀서 넓은 잔디밭을 두면 만족하게 된다.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것이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잘 관리된 잔디마당은 건축주의 스트레스의 척도라는 걸 집을 지어 살게 되면서 뒤늦게 알게 된다.  


너무나 소박한 석경헌의 건축주 


60대 후반인 건축주는 집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소박했다. 스무 평 정도로 지어서 전원생활을 하면 그만이라고 하시니 이를 어쩌나. 경사진 대지라서 도로와 4미터 이상 높이차를 가지고 있는데 석축을 쌓아 평지를 더 찾으려고 한다.  


건축주의 꿈을 캐내는 질문을 드렸다. 취미를 여쭈어보니 악기 연주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으시다고 하신다. 자녀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하니 지금은 근무지가 외국이라고 한다. 질문을 통해 음악이 노후 생활에서 중요한 일과이고 당장 손주와 지내는 건 잦은 일상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  


그 밖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갈 건축주의 행복한 일상을 설계자가 제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00 평이 넘는 작지 않은 터에 대숲과 풍채 좋은 송림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남향으로 전원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이만한 여건이 쉽지 않다.   


터무니를 살펴 집의 얼개를 펼치다 



석경헌 터는 밭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도로에서 두 단으로 나누어서 평지가 있다. 집터를 세로로 잘라보면 첫 번째 단이 폭 5미터 정도로 집을 지을 땅까지 이어져 있다. 두 번째 단은 집터로 쓰기에 충분한 넓이가 되도록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다. 


집을 지을 두 번째 단은 동과 서, 북쪽은 송림과 대밭으로 둘러 싸여 있고 남향으로는 전원과 먼 산이 내려다 보인다. 서쪽은 숲이 감싸 안아 정적인 공간이 되고, 동쪽은 밖으로 열려 풍채 좋은 소나무를 배경으로 시선이 밖으로 열린다. 터를 둘러싼 나무들의 키가 좀 높아 보이지만 터가 넓어서 부담이 덜해 보인다. 


아랫단은 대문과 주차장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진입 영역, 다소 급한 경사길은 그대로 두어 짐을 옮기는데 유용하게 쓰면 되겠다. 아랫단도 면적의 여유가 있으므로 일부는 텃밭을 조성하면 채소는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천천히 조경을 식재하고 잘 관리하면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윗단은 건물을 터의 가운데에 앉혀서 왼쪽은 사랑마당으로 삼고 오른쪽은 안마당, 뒤쪽은 뒤뜰을 두어 세 군데로 마당을 나누어 보았다. 집 안으로 들어오는 진입공간에 위치한 사랑마당은 손님방과 하나의 영역이 되는데 서쪽의 숲으로 가려져서 우리 집만의 정적인 공간감이 유지될 것이다. 안마당은 데크를 통해 거실과 이어지는데 잔디는 적정하게 심어서 관리에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석경헌만의 특별한 영역 


거실 앞으로 빠져나간 데크는 남쪽으로 열린 전망을 즐기는 영역이다. 높이 앉아 있는 대지의 특성을 살린 자리가 된다.  제가 살 집이라면 누각을 하나 놓아서 차를 마시는 자리로 삼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랑마당을 에워싼 숲에는 작은 정자를 한 채 놓으면 어떨까 싶다. 혼자 앉으면 딱 좋고 둘이 마주 앉으면 좁아 보이는 한 평 반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한다. 대숲을 흔드는 바람소리, 빗물이 솔잎을 씻으며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기는 자리이다. 


뒤뜰에는 정갈한 장독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온돌방을 데울 장작이 처마 밑에 쌓여 있습니다. 집은 내부에도 수납공간이 적정하게 있어야 하지만 외부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집을 관리하며 써야 하는 이런저런 도구를 두어야 하고 생활에 필요한 작업을 위한 넉넉한 공간으로 둔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우리집을 韓屋이라 부르니 옛집만 한옥이 아니라
이 시대의 우리가 사는 집도 한옥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우리집, 韓屋이라 부른다.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옛집만 한옥이 아니라 이 시대의 우리가 사는 집도 한옥이다. 우리의 몸속에는 조상들의 유전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옥이라는 우리집의 전통을 가능한 한 이어서 이 시대의 집을 지어야 편안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다. 


석경헌은 넉넉한 터에 짓는 소박한 집이라 마당이 좋은 이 시대의 한옥으로 제안하려고 얼개를 잡았다. 7월 12일 건축주와의 첫 협의에서 큰 얼개는 두 분의 호평을 받으면서 나눈 의견을 받아 다음 주에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좋은 집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도반건축사사무소-대표 건축사 김정관은 

집이 행복의 원천이라는 주거의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부산, 양산, 김해, 울산의 단독주택, 상가주택 및 공동주택을 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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