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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pr 19. 2022

차의 향미가 꿀맛, 과일향이라니요?

차향-청차와 홍차는 화장한 여자, 녹차와 보이차는 목욕한 여자의 향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는데 차의 향미가 그렇습니다. 차의 향미를 蜜香밀향, 菓香과향, 蘭香난향 등으로 표현하지요. 말 그대로라면 꿀향, 과일향, 난꽃향이니 차에서 그런 향기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차향을 꿀이나 과일, 꽃향기로 맡을 수 있다고 여기면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차의 향미는 은근하고 미미해서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꿀처럼 달콤하고 과일이나 꽃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제법 오래 차를 마셔야 합니다. 또 차의 향미는 커피처럼 바로 코로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찻물을 입안에 머금었다 목으로 넘기면 코 안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향이 짙은 청차류나 홍차류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차향이 온 방안에 퍼지기도 합니다. 특히 대홍포로 알려진 암차류의 향기는 대단해서 제법 오래 입 안에 여운을 남기지요. 그렇지만 녹차나 보이차는 차향이 강하지 않아서 음미하려고 애써야만 맡을 수 있답니다. 청차나 홍차의 향이 짙게 화장한 화려함이라면 녹차나 보이차의 향은 목욕한 뒤에 풍겨지는 은은함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청차나 홍차는 특별한 날이나 분위기를 잡으며 마시고 싶을 때 선택하게 됩니다. 보이차나 녹차는 일상에서 밥 먹듯이 마시게 되지요. 청차나 홍차는 그 역할처럼 제대로 값을 치르고 구입해야 한다면 녹차나 보이차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청차나 홍차는 신경 써서 화장한 얼굴처럼 기대하는 만큼 향미가 다가와야 합니다. 그렇지만 녹차나 보이차는 언제든지 마시는데 배고파서 먹으면 몸과 마음이 든든해지는 집밥과 같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는 차와 기대치 않고 훅 다가오는 소소한 감동을 주는 차가 어떻게 다를지 상상해 보십시오.   

  

보이차가 화장기 없는 자연 미인이라면 홍차나 청차는 화장이 짙은 인공 미인이라 비교하면 어떨까 싶네요. 제다과정에서도 보이차는 비교적 간단한 공정이지만 홍차나 청차는 고도의 기술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보이차는 원재료인 찻잎에서 가치가 결정되지만 홍차나 청차는 제다 기술이 품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청차나 홍차의 향이 짙게 화장한 화려함이라면
녹차나 보이차의 향은 목욕한 뒤에 풍겨지는 은은함이라고 할까요? 

   

막 추수해서 나온 햅쌀로 지은 밥은 반찬 없이 먹어도 더 바랄 게 없는 한 끼가 됩니다. 보이차의 은은한 향미에 밀향, 과향, 난향을 음미하면서 바라지 않아 더 충만해지는 시간을 가집니다. 바로 다가오지 않으니 밀당하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보이차의 향미는 기대하지 않아서 더 깊은 매력에 빠져듭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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