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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pr 26. 2022

왜 보이차는 공부해 가면서 마셔야 할까?

무궁무진, 천변만화로 그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보이차

보이차는 알고 마시면 더 나은 맛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끝도 없고 다함도 없다는 無窮無盡무궁무진이라는 말로 다른 차 다른 보이차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보이차의 종류는 실로 그 갈래를 나누는 것 자체도 복잡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이차는 이론적인 체계가 잡힌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비싼 차도 보이차이고 가장 싼 차도 보이차라고 할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올해 생산된 숙차는 편당 만원대로도 살 수 있지만 홍인이라는 차는 경매로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름은 다 같이 보이차이지만 차마다 그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한 편에 수십만 원에 거래되는 차라고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마시지 못하는 차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 나오는 차도 가격에서 몇 배에서 심지어 백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보이차도 그렇지만 차는 공부를 하게 되면 
나에게 맞는 차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으니 현명한 차생활을 할 수 있다


보이차가 다른 차류와 다른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후발효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고두고 마실 수 있다는 후발효차의 특징으로 쌀 때 구입해서 값이 오르면 비싼 값에 되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차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점에서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투기나 투자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차도 구입 당시에 비해 몇 배에서 수십 배가 올랐습니다. 물론 차 상인이 아닌 다음에야 값이 오른 차를 팔아서 재산 증식에 보태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보이차가 차 시장의 주체가 되어 좋은 차로 평가받으니 차생활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건 분명합니다.


보이차는 공부를 하지 않고 마시면 차를 스스로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편에 몇 만 원짜리를 사야 할지 몇 십만 원을 지불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기준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이차뿐만 아니라 차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면 나에게 맞는 차를 찾아서 현명한 차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노차를 대표하는 홍인, 차창차 중 하나인 해만차창 숙차와 고수차의 지존인 빙도차


보이차는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모르면 호구'가 됩니다. 차도 변하고 내 입맛도 변하는 데 도대체 어떤 차를 선택하여야 하는지 차 구매의 기준을 잡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노차 중심의 1세대, 숫자급 중심의 2세대를 지나 지금은 3 세대로 고수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노차가 아니면 보이차가 아니다'라는 1 세대, 뭐니뭐니 해도 보이차는 맹해차창이라고 강조하면 2 세대, 지금은 차 산지를 따져서 마시고 있습니다. 노차는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고, 차창차는 브랜드를 보고 묵힌 햇수를 따집니다. 고수차는 선택의 기준이 더 복잡해서 産地산지와 차나무의 樹齡수령, 채엽시기를 따져서 가치가 결정됩니다.


흔히 보이차를 가짜가 많다고 하는데 특히 노차는 감정을 해야 할 정도로 진품을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가짜차는 찻잎이 가짜가 아니라 습한 창고에 넣어서 억지 발효를 한 차를 오래된 것처럼 만든 포장지로 씌워서 묵힌 연수를 속여서 오래된 차라고 파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중에 거래되는 노차는 거의 진품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맹해차창, 해만차창 등 브랜드와 상품명으로 나오는 차는 산지를 알 수 없고 차창의 기술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차는 여러 산지의 찻잎을 섞어서 특유의 향미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맹해차창의 7542는 브랜드 차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차입니다.


2010년을 전후로 노반장이라는 산지가 떠오르면서 고수차 바람이 보이차 시장에 휘몰아치게 됩니다. 차창이 주도하던 중앙집권 시대에서 각 산지별로 다른 차의 특성을 드러내는 지방자치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할까요? 해마다 각 산지의 첫물차 모차 값이 고시될 정도로 수많은 차 산지가 소비자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노차가 아니면 보이차가 아니다'라는 일세대, 
'뭐니뭐니 해도 보이차는 맹해차창'이라고 강조하면 이세대, 
차 산지를 따져서 마시면 이 시대의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다


아직도 보이차는 묵혀서 마셔야 하는 차로 알고 있다면 보이차의 구세대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진품 노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인생차를 마셨다고 해야 합니다. 또한 수령 300 년 정도의 첫물차로 노반장이나 빙도차를 마시는 기회 또한 인생차에 버금가는 기회를 얻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진품 노차나 고수차로 빙도나 노반장을 마시는 것을 인생차라고 할까요? 그건 이 차들을 마셔봐야 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진품 노차를 마실 수 있는 다회에 참석하는 회비를 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이유는 오직 노차의 珍味진미를 아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노차나 십년 이상된 브랜드차를 찾아서 마시지 않아도 보이차의 향미를 즐길 수 있는 게 요즘입니다. 수령 백년 이상된 교목차의 찻잎으로 만든 생차는 올해 차라도 어떤 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향미로 마실 수 있습니다. 지금 마셔도 좋고 익어가는 향미도 즐길 수 있는 차가 보이차이며 달고 더 시원한 맛을 즐기려면 그만한 비용을 들이면 됩니다.




보이차를 무궁무진, 흥미진진한 차라고 알게 될 때까지 많은 종류의 차, 매일 꾸준하게 마시면서 차의 향미를 구분할 수 있는 입맛을 갖추어야 합니다. 보이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보이차는 평생을 두고 마셔도 일부분밖에 마시지 못했다고 해야 합니다.


보이차의 세계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그 넓이도 가늠하기 어려워서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시는 즐거움이 공부를 통해서, 음미할 수 있는 입맛의 변화에 따라서, 익어가는 차의 변화에 따라 같은 차를 다르게 그 향미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는 無常무상하므로 無我무아의 차라고 할 수 있으니 단정하기 어려운 묘미에 빠져들게 되나 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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