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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y 09. 2022

더 맑고 향기롭게, 더 깊고 풍부한 우리 차의 향미

우리 녹차와 발효차의 경쟁력을 위한 소고

차 마시는 사람들에게 봄은 햇차를 기다리는 계절이다. 올해 차에서 어떤 향미를 맛볼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봄을 맞이한다. 지난겨울이 너무 추웠다던지 봄 가뭄이 오래 지속되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차밭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다행히 올해는 기후가 차밭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햇차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선주문했던 다원에서 우전차를 먼저 보냈었고 한 주가 지나서 세작이 도착했다. 내가 주문했었던 다원은 차를 자부심으로 만드는 곳이라 기대한 만큼 잘 만들어서 유달리 차의 향미가 싱그러웠다.


절기로 곡우 전에 만드는 우전차라 부르는 첫물차는 일아이엽으로 만들기 때문에 채엽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했으리라. 한해 내내 잡초와 싸우면서 차나무를 돌보면서 이상기온으로 凍害동해를 입지 않을까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찻잎이 올라올 무렵에 봄비가 적절하게 내려야 차나무 뿌리가 땅의 양분을 잘 뽑아 올릴 수 있으니 하늘에 머리도 수없이 조아렸을 것이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는 차 소비량이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에 있는 것으로 안다. 커피는 하루가 다르게 소비량이 늘어나는데 차를 마신다고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애써서 만든 녹차가 그해에 소진되지 않으면 이듬해에는 쓰레기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차농들은 유통기한이 긴 발효차를 만드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면서 다양한 차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찻잎은 소엽종이라  발효차보다 녹차를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들었지만 근래에는 중국차와 경쟁할만한 향미가 나오고 있어 기대가 된다. 소비자는 늘지 않는데 녹차마저 직구를 통해 중국에서 많이 들여오고 있으니 차농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클까?


우리 차 산업은 기업화되지 못하고 영세 수공으로 만들다 보니 제한된 양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소비자들이 중국 녹차와 가성비를 따져 구매 결정을 한다면 선택은 어느 쪽이 될까? 온라인 유통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 녹차를 구매하기 위해 검색을 해보면 직구로 들여오는 중국 녹차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우리 차, 중국차를 놓고 우열을 가리기보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애쓰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무한 경쟁 시대에 이왕이면 중국차보다 우리 차를 마시자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한다. 육고기도 미국이나 호주에서 값싸게 들어오지만 한우나 한돈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듯이 소비자만 충분히 있다면 우리 차도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선물로 받은 중국 햇녹차 명전과 우리 녹차 우전을 같이 마셔보면서 생각에 잠겨 본다. 기업화되어 기계화로 생산되는 중국 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영세 수제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성비로 차를 선택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우리 차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중국 녹차 명전과 우리 녹차 우전을 각각 두 종류씩 마셔보면서 우리 차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자리를 가졌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차업계는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소비자인 나보다 당사자인 차농들이 이 문제를 더 고민하면서 해결을 위한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녹차는 더 맑고 향기롭게, 발효차는 더 깊고 풍부한 우리 차를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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